진탕 마시고 들어온 새벽이지만 나는 이걸 끄적여야겠어! (...)
짐하다의 공격으로 표류하던 시스코와 바시어는 잣지아와 오브라이언에 의해 구조된다. 도미니언은 알파 분면과의 평화조약을 시도한다. 거기서 제외된 로뮬란은 반발한다. 협상을 위해 보타 보라쓰가 대동한 짐하다는 정거장에서 문제만 일으킨다. 한편 동족들과 만난 오도는 '대연결'의 일부를 체험한다. 그는 체인즐링이 우주를 탐사하기 위해 보낸 100명의 체인즐링 유아 중 한 명이었다. 연방 우주선과의 접촉을 시도한 키라는 체인즐링에게 필요없는 '문'으로 가로막힌 시설을 발견하고 의구심을 표한다. 정거장에서는 로뮬란 대표로 디파이언트에 파견되었던 티룰이 짐하다에 의해 살해당한다. 시스코는 웜홀 입구를 붕괴시켜 도미니언의 접근을 막고자 한다. 오도의 도움으로 문을 연 키라는 그 안에서 디파이언트에 탑승했던 옵스 멤버들이 무의식중에 시뮬레이션 실험을 당하는 걸 발견한다. 체인즐링이 바로 파운더였다. 오도는 '파운더'로서의 체인즐링과 자신의 관점이 다른 것을 발견하고 동족을 떠나 알파 분면을 택한다.
-키라와 오도가 앞으로 마주칠 때마다 적색경보를 띄우게 될 여성 체인즐링의 친절한 소개 하에, 체인즐링의 특성과 사회에 대해 좀 더 알려졌다. 여성 체인즐링은 무언가의 모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대상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럼 체인즐링이 왜 고형족(휴머노이드)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체인즐링 기준으로 변신기술이 매우 딸리는 편인 오도조차도 휴머노이드의 형체를 얼추 갖출 수 있고, 숙련된 체인즐링들은 아예 도플갱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휴머노이드의 외형을 복제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휴머노이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로부터 너무나 오랫동안 박해당한 역사 때문일까? 아니면, 오도가 후에 고백하는 것처럼 휴머노이드의 인간관계를 제3자로서 관찰하는 것과 그 속에 직접 끼는 것의 차이 때문일까? 인간이 상상한 체인즐링의 가치관을 인간 기준으로 설명하고자 하니 막힐 수밖에 없긴 한데, 이것 역시 나름대로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대연결'이 소개되었다. 자연상태에서 액체에 가까운 유동체 상태인 체인즐링들은 따로 구별된 개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체인즐링끼리 몸을 섞어 하나의 거대한 바다와 같은 모습을 취한다. 집합체로서의 보그와 구별되는 점은, 이들이 본능적으로 전체의 일부 - 대해를 이루는 물방울 하나 - 이고자 하되 개체로서도 분명한 자아를 갖추었다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체인즐링은 물방울 하나로서도 대해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보그의 경우 일반 드론은 그게 불가능하지.
내가 이' 대연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엉뚱하게도 TOS의 한 에피소드 때문이었다. TOS 3x05(Is There In Truth No Beauty?)에는 인간들이 시각적으로 접하는 순간 신경에 이상을 일으켜 죽고 마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스팍이 마인드멜드를 써서 그 중 한 명의 의사를 대변했을 때, 그는 스팍의 입을 빌려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당신들은 정말로 외롭군요. 당신들이 사는 삶은 이렇게 육체라는 껍질 안에 갇혀 분리되어 있어요. 정말 외롭겠군요. 정말로 끔찍히도 외로워요."
나는 그 에피소드를 보면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사람이 날 때부터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정말로 정신이 육신에 매어 고립된 탓일까? 그래서 그토록 헤드윅이 부르짖는 '반쪽'을 찾아 평생 헤매는 것일까? 생각해본 적도 공부해본 적도 없으니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이 나에게는 없다. 다만 그 질문이 30년 후 DS9의 체인즐링을 통해 '대연결'로써 구체화되었다는 것은 알겠다. 체인즐링들은 육신으로나 정신으로나 개체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한몸으로 섞여있다. 때문에 오도나 라아스처럼 아주 어릴 적부터 대연결로부터 분리되어 방황하지 않고서야 외로움을 느낄 수가 없다. 평생을 대연결 속에서 지낸 여성 체인즐링의 경우 DS9의 선전으로 웜홀이 막혀 알파 분면에 고립당한 동안 대연결로부터 떨어져 지내는 괴로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들의 유대감은 인간의 연인들이 몸을 섞을 때 느끼는 것 이상인 모양이다. 육신의 한계를 넘어 정신 차원에서 하나가 될 수 있으니까. 대연결에 속한 일원에 대한 이해는 오해의 여지가 전혀 없이 한 길 사람 속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완벽한 것이리라. 체인즐링은 분명 일반적인 휴머노이드보다 진화한 존재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토록 강력한 본능적인 유대감을 거부하고 알파 분면에 귀속되려 하는 오도의 몸부림이 놀라운 것이다. 처음에는 단지 체인즐링 특유의 몰가치적인 질서의식에 대한 반발과 키라를 향한 일편단심이 뒤섞인 질풍노도적인 거부감이었겠지. 그것이 분명한 사상적 방향을 갖고 형체를 띠는 것은 오도가 본인의 정체성과 체인즐링으로서 휴머노이드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7x14(Chimera)를 전후한 무렵일 테고. 정말이지 7x14는 최고의 에피소드라니까.
-오도가 정거장에 '질서'를 부여하는 방식이 체인즐링의 일반적인 '질서' 개념과 다른 것은, 역시 카다시아 치하에서 베이조인들과 부대끼며 겪었던 경험들 탓이겠지? 나는 오도에게서 가끔 <드래곤라자>의 크라드메서를 보는데, 그가 휴머노이드화된 체인즐링이 아니라 휴머노이드를 이해하는 체인즐링이기를 바라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헷갈리기 좋은 상황이다. 어쨌거나 DS9 전체 내용을 다 알고 복습에 복습을 거듭하는 지금 관점에서는 그가 알파 분면에 남은 것이 순전히 키라 때문임에도 정의 내지 도의 관념의 차이 때문에 그런 것처럼 핑계를 대는 걸로 보여 좀 괴롭다.; 뭐 이 시점에서야 숨겨진 감정 보다는 나이브한 꼬꼬마 체인즐링이 관념차이를 부각시켜 자신의 주의주장을 펼쳐보이려던 게 본심에 더 가까웠겠지만. 그렇더라도 자신의 주의주장을 위해 대연결을 거부하는 체인즐링이라니, 아무리 봐도 오도는 튀는 성격이라니까. 역시 종의 진화는 돌연변이를 통해 이루어지나효.
-체인즐링들은 알파 분면에 대해 훨씬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라아스의 말로 추측하자면 오도가 감마 분면을 출발해 알파 분면에 도착하기까지 대략 170년이 걸렸다고 볼 수도 있는데, 베이조 웜홀이 발견된 탓에 도미니언과 알파 분면의 조우가 예정보다 대략 300년 앞당겨졌다. 지금부터 7시즌의 종결에 이르기까지 이루어지는 드라마의 양상은, 양쪽 모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맞닥뜨린 탓에 서로의 관계맺음에 서툰 자세를 보임으로써 일어나는 것들이다. 그 상황에서 선택된 수단이 사람 간의 관계맺음 형태 중 가장 빠르고 효과가 크지만 후유증 역시 큰 '폭력'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만... 크로마뇽과 네안데르탈이 정말로 대립관계였는지는 내 알 바 아니고 아는 것도 없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21세기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다른 세력과 관계를 맺을 때 가장 먼저 택한 수단에 관한 역사는 한결같이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게 정신적 윤리적으로 진보된 24세기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게 씁쓸하다. 뭐, 다툼이 있어야 드라마가 발생하는 거겠지만.
-도미니언이 디파이언트의 승무원을 상대로 실험한 시뮬레이션은 대단히 석연찮다. 첫째로 시작부터 로뮬란이 배제되었다. 그럼 로뮬러스 측이 반발하는 게 당연하잖아. -_-; 여기서 시스코가 웜홀 입구를 붕괴시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연방의 장교로서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한다. 알파 분면은 현재 연방+클링온 제국/카다시아/베타 분면의 로뮬러스 제국이 세발솥의 형세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균형이 무너지면 당장 알파 분면+베타 분면 간의 전쟁이 터진다. 델타 분면 방향에서 보그의 위협이 현존하는 지금 알파/베타 분면에서 감마 분면 때문에 적을 늘려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로뮬란을 달래 알파/베타 분면 간의 분란을 가라앉히려면 웜홀 발견으로 갑툭튀한 감마 분면을 무대에서 밀어내면 된다. 고로 웜홀을 붕괴시킨다. -시스코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겠는가? 애초부터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를 짜놓고는 알파/베타 분면 휴머노이드는 이래서 쯧쯧쯧 결론을 내리는 게 어디 합리적이겠는가? 이 실험 난 반댈세.
-개랙은 이번 임무에 참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정거장 사람들이 겪는 환상 속에서 당연하다는듯이 카다시아 대표 겸 스파이로 나오는가.; 그런데 환상 속의 인물 치고 대단히 개랙스러워!;;; 그, 그리고 환상 속에서나마 개랙을 죽이다니! 죽이다니!!! OTL
-그나저나 보라쓰라는 놈, 보타 주제 오도 앞에서 예절이 왜 이 모양이야? 여성 체인즐링은 왜 이런 무례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하는 거냐고. 역시 보타는 웨이윤이 제맛이다.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든 파운더의 일원이 될 오도 앞에서는 온갖 예절을 차리지만 뒤에서는 배신자(랄까 보타 역시 고형족이니 프로메테우스 같은 신님으로 해석할 수도 있잖아?; 그래서 웨이윤6가 나온 건가?) 오도를 어떻게 하면 안 다치면서 잘 다룰 수 있을까 궁리하느라 바쁜 그 중간직의 고초 말이다. 어서 웨이윤을 소환화라! 소환하라! -_-
-마지막 장면, 키라가 오도의 컴뱃지를 눌러 함께 디파이언트로 전송되는 장면은 역시 낚이는 데가 있다. 나는 한 번 꽂히면 별 떡밥에 다 입질을 해대서 문제다.; 하, 하지만 이 장면은 그럴 수밖에 없잖아! 외형적으로는 동족을 등지고 알파 분면 편을 드는 외로운 탕아를 키라가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키라 때문에 오도가 동족을 등졌다는 게 이미 슬금슬금 보이잖아! 그리고 키라야말로 오도와 체인즐링을 이해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라는 힌트도 있다고! 아악 이대로 4시즌을 버티라고오오오옷! OTL
그나저나, 체인즐링은 간단한 컴퓨터 기능도 자기 몸의 일부로 실행할 수 있는 모양이다. 오도의 컴뱃지는 오도가 체인즐링으로서 휴머노이드로 변신할 때 덤으로 붙어나오는 것이지 따로 지급된 게 아니다. 7x21(When it Rains)에서 개랙이 복장 때문에 주의를 주자 오도가 베이조 군복에서 민간인 차림으로 모습을 바꾸는데, 그때 멀쩡히 달려있던 컴뱃지가 스르륵 사라지는 장면 같은 것이 그 증거가 될 것이다.
하여간 체인즐링은 못하는 게 없는 것 같다. 하기야 자기네 개체의 DNA를 갈아치우는 것쯤은 장난으로 여기는 족속이니. -_-;
-이리하여 2시즌 말부터 이어진 3연작이 끝났다. 이제부터는 도미니언 전쟁의 전초전이다. 여기서 알파 분면의 혼란상이 볼 만 하다고 느끼는 내가 문제인 건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