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동안 나의 머릿속 혼잣말 :
프라임 디렉티브를 생각해낸 진 로덴베리는 과연 인물이다 -> 이것은 늑대와 춤을?? -> 모노노케히메...;;;
제임스 카메론 작품이라면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타이타닉> 등이 우선 생각납니다. 공통점은 첫째로 블록버스터라는 것, 둘째로 하나같이 대박을 쳤다는 것이지요. 저 개인적으로도 앞의 두 작품은 좋아하고요.
이번에 그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를 들고 왔네요. 카메론 영화니까 어쨌든 재미있겠지, 표값은 하겠지, 그 생각으로 영화관에 갔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만족해서 나왔습니다.
비주얼이니 CG니 주제의식이니, 그런 이야기는 할 생각 없습니다. 기술과 관련된 것들은 제가 아는 게 없고, 주제의식은 진부하다면 진부할 수 있을 내용인지라. 그렇지만 이 작품 자체가 마음에 듭니다. 주제와 플롯은 좀 진부할지 몰라도 약간의 상상력과 진짜같은 화면이 결합되니, 그냥 무아지경으로 스크린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똑같이 거금을 들인 블록버스터라도 눈은 호강하되 정신은 졸리더란 영화들이 있는 반면, 이 영화는 대단히 즐거웠습니다. 나와 같은 지구인이 파랑 원숭이라며 경멸하는 저 가공의 외계인들에게 거의 절대적으로 감정이입하며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겠지요.
물론 이해는커녕 공감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긴 합니다. 과학자들의 경우에는 나비족 편을 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이고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나비족을 동정하고 그들을 이해한다 해도, 그렇게 쉽게 고민 한 번 하지 않고 그들의 편에 설 수 있을까요? 멍청한 짓을 한다지만 압도적인 힘을 가진 동족들을 등지고?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헬기를 조종한 여군 아가씨입니다. 물론 멋진 여군이지요. 현실의 인물이면 친구하고 싶을 정돕니다. 하지만 과학자들보다도 동기가 약합니다. 용병이지만 양심적이었기 때문에 나비족 편에 섰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발포명령을 거부한 것이 그나마 최대한 할 수 있는 저항이겠지요. 거기서 더 나아가 목숨을 걸고 악덕기업의 군대와 맞서 싸우는 것은, 제가 비겁하고 나약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만 픽션 속의 무용담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주인공과 함께 한 지구인들은 24세기의 스타플릿 사람들이 스타트렉에서 잠깐 빠져나와 이쪽으로 센 것 같은 느낌조차 듭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나비족은 여러모로 아메리칸 인디언을 연상시킵니다. 그들을 구하는 영웅이 지구인인 것은 침략하러 들어온 미국의 기병대원이 오히려 인디언에 감화되어 그들 편에 선 모습을 절로 연상시키더군요. 미국 백인들 나름의 속죄인가요? 그럼 쯔테이는 돌려줘 이것들아! (...)
네, 이것은 픽션입니다. 나비족과 행성 판도라의 묘사는 아름답지만 CG애니메이션 느낌이 강하게 도드라져서 더욱 '픽션'일 뿐이라는 느낌을 줬습니다. (그런데도 진짜같다는 게 대단합니다만 허허) 그런 이야기 속에서라면 지극히 양심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용감하고 고결한 사람들이 있어도 '현실적이지 않다'며 무시하는 것이 더 바보짓이겠지요. 신화와 전설 속 영웅들이 어디 21세기 식으로 앞뒤 재가며 행동한답니까? 그저 감상하고 감탄하며 카메론 만세를 외치면 되는 영화에서 이딴 딴지를 거는 건 제가 근래에 감성이 굳은 건지 자꾸 삐딱하게 태클 거는 걸 좋아하게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무시, 무시. -_-;
어쨌거나,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만한 영화라 생각합니다. 별 다섯개 만점에 저라면 4개 반과 5개 사이로 줄 겁니다. 평소 조조를 가면 저를 포함해 두세 명이나 앉아있던 상영관에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오더이다.
p.s. 시고니 위버! 시고니 위버! 30년은 젊어 보여! 이 괴물! 하악하악하악! >ㅂ<
p.s. 2 예고편에 나온 <아스트로 보이>의 아톰은 프레디 하이모어처럼 생겼더군요. 제 눈의 착각은 아니겠지요.(...)
p.s.3 어제와 그저께는 마비노기 좀 하느라 웜홀 앞 우주정거장 사람들을 잠시 외면했음. 오늘부터 다시 정신 차리고 스타트렉 고고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