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빨리 수염을 기르고 머리를 밀어줘... 지금의 민숭맹숭한 모습은 아무래도 어딘가 약해보인다고.;;;
스타데이트 48481.2
옵스 멤버들은 스타플릿의 연례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구로 간다. 거기서 시스코, 잣지아, 바시어는 전송기 사고로 3세기 전의 샌프란시스코에 떨어진다. 시스코와 바시어는 빈민보호구역에 수용당하고 잣지아는 운 좋게 잘 나가는 사업가에 의해 구조된다. 시스코와 바시어는 뜻하지 않게 싸움에 휘말렸다가 이곳에서 역사상 중요한 일을 수행하게 될 인물인 가브리엘 벨을 죽게 만든다. 시스코는 자신이 벨인 척 위장하고 보호구역의 폭동을 진정시키는 한편, 잣지아의 도움으로 바깥에 이곳의 진실을 알림으로써 시간선을 복구한다. 결국 정부는 무력진압으로 대응한다. 그 과정에서 시스코는 죽은 척 위장하고 본래의 시간대로 돌아온다. 바시어는 역사자료 속에서 가브리엘 벨이 시스코의 얼굴로 소개된 것을 발견한다.
-3x09(Defiant)도 재미있을 수 있었겠지. 토마스 라이커가 제대로 활용되었더라면 말이다. 그건 마퀴와 토마스 라이커 둘 다 못 잡은 에피소드다. -_- TNG에서 전송기 사고로 복제된 쪽 라이커가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것(앤드 카다시아 군부와 옵시디언단의 대립, 그리고 그 불똥이 튀어 일어나는 두캇의 굴욕 ㅋㅋㅋ) 말고는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곧장 슝슝 넘어가서 3x11과 3x12.
-시간역학이란 게 물리 쪽에 진짜로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사는 시대에서는 워프스피드를 내기는커녕 달에 유인기지도 못 만들었고, 타임패러독스 기타 등등은 SF 속 소재일 뿐이다. 게다가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가장 성적이 나빴던 과목이 물리였던지라. -_-;;;;;;; 트렉 속에서 시간여행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들을 보면 그냥 그런갑다 고개만 끄덕거려야지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진 못한다는 말씀. 트렉의 역사 속 인물 가브리엘 벨이 미래에서 온 사람들 때문에 뜻하지 않게 살해당한 순간 시간선이 변경되었다, 시스코가 벨의 위치에서 벨이 해야 했던 일들을 처리하고 죽은 척 미래로 도망쳐서 시간선이 복구되었다, 라고 하면 그러려니 해야지 뭐.; 드라마 트렉 속에선 전송기 사고로 건너가는 거울세계를 빼면 패러렐월드랄 게 따로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과거로 갔다가 뭘 잘못 건드리면 곧장 미래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미래에서 온 녀석들 때문에 멀쩡히 살아있어야 할 커크의 아버지가 전사하고 벌컨 행성도 가루로 만들어버린 극장판 11편은 대체...;;; 올드 스팍의 세계와 영 스팍의 세계는 나란히 병존하잖아!;;; 아오, 이건 그냥 픽션이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파자마 ㅋㅋㅋ 맞춤 파자마 ㅋㅋㅋ 스타플릿 제복은 트렉 내에서조차 까인다. 더 웃기는 건 여태껏 그 어느 스타플릿도 그것에 대해 반박하지 않았다는 것. ㅋㅋㅋ
-놀라운 적응력과 순발력의 잣지아, 역시 날로 300살을 먹은 게 아니다. 24세기에서 21세기 초로 뚝 떨어졌는데도 상황을 대략 파악하고 모든 난관을 해쳐가누나.; 게다가 마주치는 21세기 남자들마다 어떻게든 잣지아를 돕게 상황을 만드는구나.;; 역시 만인의 친구 잣지아.;;; 음, 그나저나 그 불쌍한 양반이 '넷'이란 걸 개발했다고라? DS9 3시즌이 대략 95년도 쯤에 방영되었을 텐데, 인터넷이란 게 도입된 게 그 전후 아니었나 한다. 시스코가 보호구역 안에서 바깥에 진실을 알릴 때 사용한 시스템은 지금의 유튜브나 아프리카 같은 게 연상된다. TNG와 DS9의 컴퓨터 모니터에 뜨는 내용들이 도스 시절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것과 엄청 대조되는지라 좀 웃기긴 하다. 아, 도스라니. 뭔가 그립다.
-능력자라는 데서는 시스코도 마찬가지. 시간선을 복구하기 위해 당장 폭도와 정부 양쪽 모두로부터 인질들 목숨을 보존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보기 드물게도 흥분한 것 같았다. (시스코가 원체 역대 함장들 중에서 가장 다혈질적인 건 사실이긴 한데,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건 거의 본 적이 없다. 이보다 흥분한 게 홀로스윗에서 야구하다가 심판을 보던 오도한테 판정시비 걸던 때 정도라면 말 다한 거 아님 ㅋㅋㅋ) 그런 와중에도 순식간에 사람들을 휘어잡고 뜻대로 일을 풀어가네. 내 생각인데 시스코는 군사적인 능력에서는 역대 시리즈의 함장들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편으로 시스코는 가만 보면 소수자 특히 유색인종의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6x13(Far Beyond the Stars)에서는 6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문제가 직설적으로 다루어졌고, 7x15(Badda Bing Badda Bang)에서는 그 60년대가 배경임에도 24세기에 맞춰 유색인종이 즐길 수 있는 홀로그램에 간부들이 몰두하자 괜히 심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더랬지. 이번 에피소드 같은 경우에도 시스코는 벨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을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스타플릿 사관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 된 바시어는 거의 모르던 것과 대조적이다. 아니 뭐 바시어가 원체 커크 시대도 잘 모를 만큼 역사에 관심이 없긴 하지만.(...)
-사람들은 왜 그렇게 될 때까지 내버려둔 것일까?
이 에피소드 속 21세기에서 폭동이 일어난 원인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사회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고 그저 보이지 않는 곳에 한데 치워놓기만 했다는 데에 있었다. 경제사정의 총체적 악화 때문에 직장을 잃고 빈민으로 전락한 사람들, 그 개개인들에게 100프로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그들이 보호구역에 갇힌 것은 빈민이기 때문이고, 빈민인 것은 그들의 잘못입니다." 그리고 보호구역 바깥의 세상은 자기들끼리 어울리며 세상 모든 것이 순리대로 잘 굴러간다고 생각했다. 자기 뱃속에서 창자가 썩어 냄새가 진동하는데 향수만 뿌리면 다 가려진다 착각하고 하던 대로 방탕하게 놀러 나가는 것이다.
이런 기만은 왜 일어나는가? 책임의 소재가 '사회'로 귀착되는 순간 '책임자'가 모호해진다는 것도 한 이유겠지. 그러나 내 생각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나'의 안위이다. 평범한 우리들은 나의 안위에 영향을 주는 범위 바깥으로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거나, 있어도 쓰지 않는다. 그래도 배운 게 있어서 뉴스에 뜨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보고 왠지 기분이 나빠지기는 하겠지. 그것들을 개인의 책임, 개인의 탓으로 돌리면 그 사회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양심에 찔릴 필요도 없다. "성공한 사람들, 크게 성공은 못 했어도 수레에서 떨어지는 건 모면한 사람들은 있는 조건을 잘 이용했으니 승리자다. 그들이 왜 패배자들에게 관심을 보여야 하는가?" 웃기는 소리. 수탈당할 대로 당해 1차산업을 일으킬 기반조차 없어 실업자가 넘치는 빈국에 과거 그 나라를 수탈했던 강대국이 원조 한 푼 안 해주는 주제 "너희가 못 사는 건 게으르기 때문이고, 게으른 건 너희 잘못"이라고 단정짓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
뭔가 잘못되었다. 뭔가 지극히 잘못된 사고방식이라는 건 알겠는데, 어디서 잘못되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 우리가 지금 몸담고 사는 사회는 예전처럼 구성원들이 서로를 잘 알아서 문제가 있으면 부조를 하든 매질을 하든 적극 해결하려 들던 곳이 아니다. 세상이 너무 거대하다. 민주시민의식, 공동체의식을 함양한다 따위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소리는 누구나 안다. 그럼, 그건 어떻게? 당장 나의 밥벌이가 걱정되는 세상에서 어떻게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다수의 존엄을 신경쓰라는 말인가? 그렇게 내 밥통을 꼭 끌어안고 덜덜 떠는 나는 존엄한가?
우리는 픽션으로 표현된 상상의 세계에서만 존엄할 수 있는가?
바시어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들이 살고 있는 24세기의 연방이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21세기의 사람들처럼 어리석게 대처할까 걱정했다. 도미니언 전쟁 후반에 벌어지는 일들이 그런 것들이고, 그 중에서도 31부서 건은 바로 바시어가 대면해야 할 문제가 된다.
-근데 한 가지 생각해볼 게, 벨(시스코-_-)의 중재가 좋게좋게 끝난 것은 배경이 미국이기 때문이란 걸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극장에서 인질을 잡고 전쟁 중단을 요구했던 체첸 사람들은 푸틴 씨의 강경대응에 모조리 진압당하고 인질까지 러시아군 손에 숱하게 죽어나갔더랬다. 그 후 체첸은? -_- 이게 아무리 미국인이 주 시청자인 드라마라지만 아메리카는 인류의 진보가 가능한 나라 -_-* 라는 삘이 이면에서 살금살금 느껴지게 묘사되니 보는 내가 다 간지럽다. 진짜로 말하려는 뜻은 알겠고 의도가 선하다는 것도 이해하는데, 괜히 심사가 꼬이네. 내가 대한민국 사회의 잉여라서 더더욱 비뚤게 보이나 보다.
-그나저나 트렉 시리즈 전체에서 전송기 사고가 너무 자주 일어난단 말씀이야... 내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패러렐월드에 멀쩡한 사람 복제에 뜻하지 않은 시간여행에, 사망사고도 빈번하고 말이지. 나는 맥코이를 이해할 수 있다니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