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랙의 가게가 갑자기 폭파되어 개랙이 부상당한다. 오도는 고의적으로 폭파된 흔적에서 플랙시언 자객들의 수법을 찾아내 그날 입항한 단 한 명의 플랙시언을 조사한다. 그 플랙시언은 유독한 기체를 쓰는 자객으로 가게가 폭파된 것과는 관계가 없었다. 정거장을 떠난 직후 플랙시언의 배가 폭발한다. 이번에는 로뮬란의 수법이었다. 로뮬란은 중대한 범죄자이기 때문에 처형한 거라 순순히 인정하고, 시스코와 오도는 로뮬란이 개랙을 암살하기 위해 플랙시언을 고용했지만 실패한 거라 추측한다. 카다시아의 정보원과 접촉한 오도는 최근 로뮬란이 카다시아 국경 근처에 병력을 이동시켰다는 것과 개랙의 옵시디언단 시절 동료들이 사고사했음을 듣는다. 개랙과 대화하면서 오도는 가게를 폭파한 사람이 개랙 본인임을 지적하고 협조를 요구한다. 모든 것이 옵시디언단의 전 수장 이나브런 테인과 연결되며 그가 위험에 빠졌다고 판단한 개랙은 오도와 함께 카다시아에 들어간다. 거기서 은폐된 로뮬런 워버드에 잡힌 두 사람은 이나브런 테인과 마주친다. 카다시아의 옵시디언단과 로뮬러스의 탈 시야는 비밀리에 연합해 체인즐링의 고향행성을 공격하기 직전이었다. 개랙은 이틀 전 암살자를 보낸 사람이 바로 테인임을 알면서도 그에게 돌아갈 것을 선택한다.
-양치기 소년에 대한 개랙의 재해석은 그저- 훌륭하다 훌륭하다 카다시안이여 =_=
개랙의 다재다능함에 대해서는 혀가 빙빙 돌아간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구두 수선이 추가되었다. =_=
-시스코는 정거장에 사는 그저 단순하고 평범한 일개 재단사가 정거장 밖으로 나간 적이 있는지 없는지까지 체크하고 있었구나.(...) 음, 사실 정거장 바깥으로 나간 적이 두 번이나 있었다. 카다시안 고아 건으로 베이조에 한 번, 그리고 납치당한 키라를 구출하러 카다시아 프라임에 한 번 출장간 적이 있으니까. 베이조에 간 경우에는 아직 개랙의 캐릭터가 이번 에피소드에서만큼 구체화된 게 아니라 그저 정거장에 심겨진 카다시안 정부요원 정도로 추측되던 때니 그렇다 치고. 카다시아에 가던 때에는 정거장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자기 목이 날아갈 거라 확신하는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다가 시스코한테 협박(...)을 당하고서야 끌려가다시피 디파이언트에 실렸더랬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그런 사람이 자기 발로 카다시아에 들어가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음. 개랙이 오도를 끌어들이려 한 것은 혹시 카다시아에 들어갈 때 쓸 런어바웃을 빌리기 위해서였나. 개랙은 일단 겉으로 드러난 신분이 민간인인 데다, 런어바웃을 빌리는 사정을 연방에 세세하게 말할 처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도라면 가게폭파건의 수사를 빌미로 쉽게 런어바웃을 빌릴 수 있을 테고, 거기에 피해자(?) 개랙이 동승해도 이상하게 보이진 않겠지. (실제로 플랙시언 자객을 추적하려던 때에는 개랙이 먼저 런어바웃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카다시아로 향하는 런어바웃 안에서 오도와 개랙이 나누는 대화를 보다 보니 내 복장이 다 뒤집어진다. 이런 데서 그 떡밥의 향기가 희미하게 감지되다니! 스파이가 본업인 개랙조차 그것만은 아직 알아채지 못한 건가효?! 대답할 말을 고르느라 잠깐 시간이 지체된 그 순간 오도의 표정을 보는 내 눈에는 그저 눙물이 흐를 뿐이고 OTL 왜 말을 못 하니! 소령은 내 여자라고 왜 말을 못 하니! 그나저나 개랙이 진실을 말할 때면 대개 성질을 내거나,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려고 작정하고 빈정대는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다면, DS9 전체를 통틀어 개랙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사적으로 대화한 적이 있는 사람은 테인을 제외했을 때 바시어와 오도 뿐이었던 듯하다. (즉 이들에게 성질을 부려댔다.) 그나마 바시어 상대로는 여전히 거짓말이 절반 이상이었고, 테인에 대해서는 이번 에피소드의 마지막 대화와 임종을 지키던 그때 말고는 평생 거짓말을 한 것 같지만. (에즈리의 경우에는 개랙에게 스트레스 해소 대상이 필요했던 것 뿐이란 기분이 드므로 패스(...)) 아무리 봐도 개랙은 자기 자신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요소들을 낙타 혹처럼 짊어지고 사는 것 같다. 병이 폐소공포증 하나 뿐일 리가 없어.
-이 에피소드 시점에서는 아직 개랙과 테인의 정확한 관계가 말로 표현되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뻔한 사실이 내러티브 내내 묘사되었다고 생각한다. 5시즌에서 명확하게 밝혀질 때에도 새삼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런어바웃의 대화를 보면 오도 역시 어느 정도는 짐작한 듯하다.
일전에 게모어에 대해 말하면서 잠깐 테인과 비교했더랬다. 게모어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버렸지만, 테인은 그 반대였다. 옵시디언단의 수장을 노리고 또 유지하려는 사람에게 있어 가족은 약점이란 게 이유였다. 평생 개랙을 죽이지 못한 걸 후회했고 실제로 여러 번 죽이려 시도했던 사람이 일단 한 배에 타자 이리 온나 네가 날 떠나 어딜 가겠음 -_-* 이라니? 그걸 또 그러믄요 제가 당신을 떠나 어딜 가겠음 -_-* 하고 너무너무 좋아라 받아들이는 개랙이라니! OTL 3x20과 3x21 연작 에피소드는 오도와 개랙이 어떻게 닮은 꼴인지 이야기한다. 런어바웃의 대화에서 이어지는 개랙과 테인의 재회 장면은 역시 두 사람이 여러모로 서글픈 면에서 닮은 꼴이란 걸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도가 우주에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 마음을 전혀 알지 못하고, 개랙에게 우주에서 가장 커다란 의미를 가진 사람은 그들의 진짜 관계를 인정하기는커녕 죽이지 못해 안달이지 않은가.
참. 나도 한때는 밀라가 개랙의 친모인가 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소설판 쪽에서는 거의 친모처럼 개랙을 키운 사람으로 묘사되었다더라. 하긴 친모라면 테인이 자기 집에 계속 뒀을 리가 없다.
-카다시아에서 군부(중앙본부)와 옵시디언단 사이의 골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은 모양이다. 3x15(Destiny)에서 연방과 합동으로 실험했던 과학자들이 옵시디언단에 곤란한 일을 하고도 배째 모드였던 것은 이런 배경이 있어 가능했던 모양이다. 카다시아의 옵시디언단과 로뮬러스의 탈 시야가 정부 몰래 단독으로 저지르려는 일은 수틀릴 경우 그 정부가 뒤처리(전쟁)를 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다. 국가의 일개 기관에 불과한 주제 벌이는 짓은 월권 정도로 표현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테인은 국가나 공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가족을 버리고 국운까지 도박에 거는 인물이다. 이 단판승부의 목적은 현역에 복귀해 예전과 같은 또는 그 이상의 권력을 회복하려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테인의 약점을 아는 전직 요원들이 줄줄이 죽어나간 것이고. 테인에게 최대의 약점인 개랙이 거기서 빠져나와 제발로 여기까지 왔을 때 은근히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 전과가 있긴 하지만 그나마 믿을 수 있는 데다, 정치적으로나 혈연으로나 후계자잖아.) 똑같이 권력지향적이라도 카이 윈은 자기 사욕과 국익을 병존시키려는 정도의 노력은 했다고.
-근데 옵시디언단은 원칙적으로 전함을 소유할 수 없다며. 3x09(Defiant)에서 토마스 라이커가 탄 디파이언트를 추격하던 그 옵시디언단 소유의 전함들이 바로 이번 작전에 동원되는 건가?
-누군가는 세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했을지 모르나, 외계인한테는 그딴 거 통하지 않는다. <줄리어스 시저>가 개랙의 혀에 올라가니 천하에 둘도 없는 얼빠진 코미디로 이미지 쇄신을 당하는가!(...)
<줄리어스 시저>에 대한 개랙의 비판이 트렉 세계 속에서 설정된 카다시안의 성정을 기준으로 볼 때 일반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 평가인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개랙에게는 카이사르와 브루투스의 비극 구도를 삐딱하게 바라볼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기 직전이던 사람이 바로 등 뒤에서 벌어지는 배신을 눈치채지 못해 추락하는 것은, 적어도 개랙이 경험한 인생 속에서는 벌어진 적이 없었다. 그 반대가 되어 '배신자'가 추방당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첫머리에 묘사된 바시어와 개랙의 문학 논쟁은 개랙의 과거 뿐 아니라 다음 에피소드에서의 행동에 대한 설명까지 슬그머니 제시해준다. 만약 카이사르가 그때 죽지 않고 브루투스에게 잊겠다고, 돌아오라고 말한다면, 브루투스는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제작진은 방영시간이나 때우려고 그 장면을 집어넣은 게 아니었다.
음. 그나저나 바시어는 개랙이 지구 쪽 문학의 위엄을 어떻게든 인정하게 만들고 싶어할 것 같은데. 4대 비극을 빌려준다면... 아니야. 그래도 개랙은 햄릿과 맥베스와 리어왕과 오셀로를 다 얼간이라고 씹어댈 거야.(...)
이번 에피소드와 이 다음 에피소드는 3시즌에서 가장 재미있고 가장 잘 짜인 연작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