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크의 바에 페렝기 상무부(FCA)의 청산인 브런트가 나타난다. 쿼크의 어머니 이쉬카가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를 받은 탓이었다. 쿼크는 대신 벌금을 물지 않기 위해 어머니의 자백을 받으러 페렝기나르에 가고, 롬이 동행한다. 쿼크는 자백을 거부하며 페렝기 여성답지 않게 행동하는 이쉬카에게 역정을 낸다. 롬은 어머니 편을 들며 쿼크와 싸운다. 마침내 증거를 찾아낸 쿼크는 FCA에 고발하러 간다. 쫓아온 롬은 거짓말로 쿼크를 설득해 집에 데려온다. 쿼크와 이쉬카가 또 싸우자 롬은 화를 낸다. 단 둘이서 대화를 나누며 쿼크와 이쉬카는 묵은 오해를 풀고 가족 간의 정을 회복한다. 쿼크의 설득으로 이쉬카는 재산을 압수당하지만 사실 2/3의 재산은 이미 안전하게 숨겨둔 후였다.
시스코는 제이크의 소개로 화물선 선장인 카시디 예이츠를 만난다. 두 사람은 공통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
-카시디 예이츠, 이쉬카, 그리고 브런트 등장. 특히 브런트의 제프리 콤은 좀 더 후에 웨이윤으로 (그리고 ENT에서 쉬란으로) 수고해주실 분이다. 나에게는 웨이윤이 첫 등장하는 에피소드에 기념삼아 첨부할 유튜브 주소도 준비되어 있지 말입니다...ㅋㅋㅋ
-DS9 속 페렝기 에피소드들이 다른 시리즈에 비해 페렝기 친화적임에도 가벼운 개그 위주로만 흘러가서 불만이라고 언젠가 끄적였더랬다. 이번 에피소드는 그런 라인에서 벗어나 비교적 진지하게 페렝기를 다룬다. 그들의 사회에서 가족이 어떻게 구성되고, 구성원간의 관계는 어떠하며, 외부적인 이유로 구성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처리하는지. 매일같이 정거장을 통하는 모든 밀수 기타 범죄의 중개인 노릇을 하고 틈만 나면 여자들에게 추근거려 준범죄자로 찍힌 쿼크가 여기서는 자신이 신봉하는 가치관과 가족에 대한 애증(애정이 아니라 애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마치 평범하게 사회생활하는 지구인 소시민처럼.
문제의 발단은 성깔 있고 개성이 뚜렷한 이쉬카가 페렝기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법에도 불구하고 '여자이면서' 어마어마한 재산상의 이득을 남긴 것이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인지라, 쿼크는 이쉬카를 쏙 빼닮은 걸로 보인다. ㅋ) 페렝기 문명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 가공할 범죄(?)를 쿼크의 가족들은 지극히 페렝기다운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쉬카가 순순히 자기 재산을 압수당함으로써 쿼크와 화해하는 한편에서는 FCA조차 모르게 숨긴 나머지 재산을 두고 이쉬카와 롬이 히죽 웃는다. 쿼크는 화해는 하되 끝내 어머니 대신 벌금을 내는 짓은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들은 진심으로 화해하고 가족간의 애정을 회복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절로 미소가 나왔다. 페렝기들이란! 이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 아니다. 그저 모든 생각과 행동이 본능 수준에서 이윤 추구에 맞춰져있는 것뿐이다. 이게 표현하기에 따라서는 어머니한테도 돈 때문에 박하게 구는 천하의 패륜아처럼 보일 텐데, 쿼크의 행동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머니에 대한 애증이 물씬한 게 그저 어머니와 다 큰 아들이 서로의 가치관 차이 때문에 약간 심하게 다투는 것처럼 보인다. 페렝기는 쿼크에 공을 돌려야 하고 쿼크는 배우 아민 쉬머만에게 감사해야 한다니까. -_-b 페렝기 에피소드들만 두고 말하자면, 이 에피소드는 소박해도 나름의 광채를 지닌 물건들이 든 조그만 상자를 연상시킨다.
-이쉬카같은 생각을 하는 여성 페렝기가 한둘은 아니겠지. 실제로 쿼크의 코앞에서 가짜 귓불을 달고 남자인 척 돈을 벌던 여자도 있었으니까. 전에도 적었지만, 인구의 절반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건 대단한 인력낭비다. 여자가 사회생활하는 것은 페렝기 기준으로도 긍정적으로 봐야 할 변화 -또는, 진보- 라니깐?
한편, 쿼크와 이쉬카가 20년 넘게 묵은 앙금을 떨어내고 화해할 수 있었던 건 롬이 웬일로 성질을 내며 두 사람이 대화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지. 이런 걸 보면 롬에게도 확실히 비상한 구석이 있다. 성정이 페렝기답지 않게 온순하고 돈버는 재주가 없어서 그렇지.
-오브라이언과 바시어가 쿼크의 바에서 다트를 갖고 노닥거리는 걸 보노라면 나도 다트 한 번 던져보고 싶어진다.
그나저나, 이 에피소드는 엉뚱한 데서 나를 살짝 감동시키더라. 쿼크는 오도한테 가게 뿐 아니라 개인재산까지 믿고 맡길 수 있구나. 물론 (아마도) 알파분면 최고의 경찰한테 도둑이라도 들지 않게 보호해달라 당부한 거였지만, 가족간에도 내 것 네 것이 뚜렷한 페렝기가 자기 재산을 남한테 믿고 맡긴다는 것은 역시 놀라운지라. 친구란 좋은 거구나. =_=
-근데 출세의 삼박자는 진짜로 근면, 뇌물, 아첨인가효? (...)
-야덕 두 명이 만나니 하하호호 웃음꽃이 피어나는구나. 90년대에 방영된 DS9에서는 야구가 22세기에 사라질 거라는 슬픈 전망을 전제로 가끔 시스코의 외로운 야덕질을 보여준다. (같이 즐길 사람이 없다면 자녀를 덕으로 만들면 된다, 이것이 진정한 덕의 길! -_-! 그래서 제이크마저 야덕이 되었다. 그 제이크한테 물든 것인지, 노그는 미트 끼고 앉는 폼이 벌써부터 예사롭지 않더라? -_-) 현실에서도 야구는 이미 21세기에 08년 베이징을 끝으로 올림픽에서 쫓겨났다. 야구 좋아하는 게 아메리카와 동북아의 환태평양대에만 집중되어 있는데다 국제대회에서는 미국이 제일 열심히 안 하는데 뭘 바라겠어 ㅠㅠ 그러나 꿋꿋하게 살아남고 살아남아 언젠가는 야덕의 횃불을 온 세계에 지피어라! 야구의 신은 위대하다! ㅠㅠ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솔직히 야구는 필요한 장비도 많고 공간제약도 있고 무엇보다도 동네야구가 투수전이 되면 지랄같단 말이야!!! 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놀이가 아니긴 하다. 나 어릴 적 현대가 돌핀스를 인수해 유니콘스로 바꾸던 무렵에는 그 유니콘스가 현질한 값을 하며 잘 나간 덕에 온 인천에 야구 바람이 불었더랬다. 4학년 때까지는 동네에 글러브나 배트 가진 놈이 거의 없었는데 5, 6학년이 되니 리틀 야구단 점퍼를 입고 으스대는 (그리고 우리의 부러움을 산 =_=) 녀석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공 차고 놀았다. 하수구 맨홀 뚜껑을 베이스 삼아 주차장에서 놀자니 배트 휘두를 공간도 마땅치 않고 연식이든 경식이든 진짜 야구공 가진 놈도 없고 재미보는 놈은 투수와 배트 쥔 놈 뿐인 것 같고 =_= 결국은 하던 대로 축구나 하게 되더라. 90년대 중반 인천에서는 그랬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초딩 때는 같이 놀 동네애들이라도 있었지. 여중에 진학한 나는 절대적 다수의 HOT파가 소수의 젝키파를 관대하게 안아주며 아이돌 덕질을 하느라 바쁜 친구들 틈새에서 홀로 이종범 기사를 오리고 있었단 말이다. 그 외로움은! 아프다 묻지 마라! OTL 아, 야구 이야기로 새자마자 에피소드와 억만광년 떨어진 곳을 향해 워프 9.9로 날아가네. 안 되지 안 돼. 이제 진짜로 그만.
결론은, 나는 시스코 부자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이크가 카시디를 아버지의 여친 내지 새 마눌님 감으로 찍은 것은, 그리고 시스코가 카시디와 사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녀 역시 야덕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