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시아는 베이조를 떠날 때 토양에 독을 풀어 농토를 망쳐놓았다. 정부에서 개발한 개간기는 독을 중화하는 것으로 지금의 베이조 농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다. 임시정부 수상의 급사로 수상 자리를 대리하게 된 카이 윈은 국익과 연결되는 라칸타 지역 개발을 위해 전 수상이 개간기 사용허가를 내준 다쿠어 지역에서 사용기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기계를 회수하려 한다. 점령기 때 다쿠어 지역의 저항세력을 이끌었으며 지금은 농민인 샤카는 그 명령을 거부한다. 이에 카이 윈은 샤카와 함께 싸웠던 키라를 보내 설득하게 한다. 키라는 샤카와 카이 윈 사이에 협상을 주선하려 하나, 카이 윈은 설득이 실패했다 단정해 군대를 보낸다. 점령기 때처럼 전 저항세력과 산에 숨은 샤카는 내전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저항세력 출신인 토벌군 대장과 대화를 시도한다. 군부는 샤카의 의견에 동조한다. 샤카는 수상 후보에 출마함으로써 카이 윈에게 도전한다. 여론이 샤카를 지지하자 카이 윈은 자신의 책임을 숨기기 위해 수상 자리를 단념한다.
오브라이언이 다트 게임에서 연승가도를 달리자 쿼크는 가게 부담으로 내기를 주선한다. 홀로스윗에서 카약을 탄 후 게임을 시작한 오브라이언은 고질적인 어깨 부상이 도져 몰수패를 당하고, 고공행진은 끝난다.
-이름만 언급되었던 샤카의 첫 등장, 그리고 드마라 상에서 카이 윈의 정치적 행보가 제대로 좌절된 첫 케이스. 샤카는 다른 건 몰라도 그 점에서는 키라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카이 윈은 어쨌든 나름대로 애국자다. 이번 대립의 경우에도 특산물 경작 및 수출을 통해 베이조가 웜홀 밖에 별볼일 없는 가난뱅이 행성이라는 우주적 이미지를 쇄신함으로써 연방 가입을 촉진한다- 라는 대의명분이 걸려 있었다. 문제는 역시나 방법론이었다. 키라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주선해주는데도 카이 윈은 일방적인 명령이 통하지 않자 곧바로 무력을 행사했다. 정적에 대해 취하는 수단과 태도가 국민에 대해서 다를 리 없다니까. -_-
윈은 이 사업을 대단히 진지하게 여겨 수상과 카이 자리를 두고 예언자들이 내리는 자격시험 운운할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윈이 정말로 자신을 위해 신이 내린 시험이라 생각했다면 일을 다루는 방식과 과정 또한 걸맞게 택했어야 하겠지. 성사 여부라는 결과는 거기에 딸려오는 것이다. 이번에 윈이 실패한 건 그런 이유다. 어떤 의미로는 예언자들이 윈을 시험했고 그 결과가 낙제였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샤카가 카이 윈과 싸우는 수단으로 선거 출마를 택한 것은 품위있는 현답이었다.
-그나저나, 샤카는 체포하러 온 경찰들을 때려눕히긴 했잖아. 그거 엄연히 공무집행방해잖아. 게다가 다쿠어에 계엄령이 떨어지고 군대가 파견될 정도였으면 샤카 일당이 물리적인 충돌을 실제로 일으켰든 안 그랬든 체포할 명분은 있었을 것이다. 크게는 내란죄 작게는 행정명령 위반까지 다양한 혐의가 걸렸을 거란 이야기다. 카이 윈이 내린 명령들은 당위성은 차치하더라도 절차적으론 하자없이 '수상' 권한으로써 처리된 것인지라, 이번 건수 동안 일어난 일들 만으로도 샤카를 후보에서 쉽게 끌어내릴 수 있을 텐데. 베이조의 법은 시민의 저항권을 꽤 세게 인정해주나 보네?;;;
물론 카이 윈이 기계 몇 대 때문에 내전을 각오했다는 게 알려지면 수상 후보로서나 카이로서나 입지가 흔들리긴 하겠지. 하지만 카이 윈에게는 소위 국익을 위해서 라는 명분이 있었다. 다쿠어 지역 농민들이 반항한 건수는 카이 윈과 친한 언론이 조금만 물타기를 시도하면 폭력적이고 무지한 폭도들이 개인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국익과 대의명분을 위한 사업에 지장을 초래한 것으로 알려질 수도 있다. 게다가 전투는 치르지 않았다지만 무기를 들고 정부와 대치한 것 자체는 사실이니 내전 위기를 초래한 건 저놈들 탓이라고 책임전가를 시켜버리는 것도 어렵지 않을 텐데. 책임전가가 카이윈의 특기이기도 하고 말이야. 베이조 사람들이 그렇게 공명정대하고 언론의 말에서 팩트만 가려 들을 줄 안다면 애초에 윈이 카이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닌가. 게다가 이 에피소드 무렵은 카다시아에서 독립한지 겨우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바로 지난 시즌에 베이조의 극우들이 쿠데타를 시도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겠는가. 지금의 베이조인들은 민족주의니 국익이니 하는 말들에 대단히 쉽사리 고취되지 않겠느냔 말이다. (베이조에서 가장 카이 윈을 싫어할 사람인 키라조차 대의명분을 듣고 나더니 일단 카이 윈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는가?) 설사 팩트를 가려낼 줄 아는 사람이라도 카이 윈 편을 들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알기로 박통 시절 우리나라 국민들은 불도저식 개발논리에 수반된 희생자들과 노동운동을 적극적으로 편들어주진 않았다. 민족주의와 개발논리가 합쳐져 대의명분을 이루고, 그에 따라 '평범한 다수'가 소수자들을 배제하는 현상은 지금의 베이조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단 말이지. 24세기의 우주인들은 지구인들만 이성적 윤리적으로 진보를 이룬 게 아닌 모양일세?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이런 부분들에서 살짝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길어야 45분짜리 주간 드라마에서 뭘 바라겠느냐마는. -_-;
-이번 에피소드는 샤카 이야기지만 키라가 버라이얼을 애도하는 것에서 시작해 애도를 끝내는 것으로 끝났다. 설마 버라이얼의 죽음에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카이 윈이 한 번 굴욕을 당하는 걸로 원한을 갚았다고 표현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 그런 것보다는 샤카가 수상에 선출됨으로써 독립 이래 베이조가 겪어온 과도기적인 혼란이 끝나고 새 시대가 시작될 거란 걸 상징한다고 보면 좋겠지. 사실 이제부터 중요해지는 건 도미니언인지라, 베이조의 집안문제를 얼추 정리할 필요도 있을 테고.
-쿼크의 바에 본격적으로 다트판이 걸린 건 칩이 죽을 고생하는 이야기인 3x17(Visionary)이었다. 쿼크가 체험삼아 던졌다가 모온의 눈에 구멍을 낼 뻔했더랬지. 바시어가 나중에 주장하는 바 칩을 봐줬기 때문에 서로 다트 게임의 상대가 될 수 있었다면, 이번 에피소드 맨 마지막에 불스아이를 맞추고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 되진 않았겠지. 그때 구경하던 건 쿼크 뿐이었다고. (랄까, 이런 건 다 세부적인 설정이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나중에' 추가된 탓이다. 키읔)
칩의 어깨근육이 맨날 너덜너덜한 건 순전히 카약 때문이다. 카약에는 테니스 선수들의 테니스 엘보처럼 카약이라는 스포츠 자체 때문에 몸이 상하는 경우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