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48959.1
시스코는 대령으로 진급한다. 축하자리에 동석한 대사는 연방과 과거 적대관계였던 첸케디 성계가 지금 쿠데타로 혼란스럽다며 인근을 순찰할 것을 권한다. 얼마 후 첸케디 성계에서 연방 소속의 행성을 공격했다는 조난신호가 도착한다. 시스템을 점검한 잣지아와 오브라이언은 괴상한 물질이 기생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발견한다. 상급장교들을 조사한 자리에서 대사가 체인즐링으로 바꿔치기당한 것이 밝혀진다. 제어를 상실한 디파이언트는 멋대로 첸케디 성계로 향하며 공격을 준비한다. 혈액검사 중 에딩턴이 체인즐링이라는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시어가 방에 갇힌 채 체인즐링과 바꿔치기된 상태였다. 오도는 체인즐링을 추격한다. 공격이 임박하자 시스코는 디파이언트를 자폭할 준비를 갖춘다. 오브라이언이 배의 제어를 회복하기 위해 작업 중인 기관실에 두 명의 오도가 나타난다. 몸싸움 끝에 체인즐링은 오도의 의도와 달리 사망하고 만다. 죽기 직전 체인즐링은 그들이 이미 어디에나 있음을 암시한다.
-3X25(Facets)에는 메인스트림상 중요하다면 중요할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노그가 스타플릿 아카데미 입학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한 예비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만, 요즘 진도가 좀 느려진 데다 4시즌부터는 웬만해선 건너뛰지 못하기 때문에 게다가 좀 귀찮아져서;; 여기서 건너뛰었다. 미안 잣지아, 미안 노그. 악의는 절대 없어. =_=
-그리하야 우주정거장 딥스페이스9의 사령관 벤자민 시스코 중령이 대령으로 진급하였습니다. 정거장일지에서 항해일지(함장일지)로 바뀌니 갑자기 스타데이트 표기에 어어어어엄청 충실해지신 것 같은데 내 기분 탓인가? -_-
-TNG 이래 스타플릿의 계급장은 종종 헷갈릴 때가 있다. 소위 이상의 장교들은 ○와 ●으로 표시하는 것 같다. 소위는 ○ 중위는 ○● 대위는 ○○ 같은 식으로 노란 달을 채워 간달까. 소령인 에딩턴이 ○○●이고 중령 시절의 시스코가 ○○○이니 대령은 마땅히 ○○○●이어야 할 것 같은데, 저 칠하다 만 달을 갑자기 꽉 채워서 ○○○○이 되니 좀 헷갈린다. 중령과 대령 사이에 계급을 둬야 할 필요는 없을 테고, 장성은 다른 걸로 계급을 표시하니, 이하 장교들 중에서는 대령이 짱세다는 걸 특별히 강조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달이 남아도는 거 대령이 다 가져라 이런 것일 수도 있고.
말리 나가는 뱀발을 붙이자면, 다른 의미에서 계급이 헷갈리는 건 나중에 진급한 후의 키라이다. 자막을 보면 중령인지 대령인지 역자도 헷갈려하는 것 같다. 갑자기 호칭이 colonel(대령?!)로 바뀌는 탓이다. 잠깐 스타플릿으로 소속을 바꾸고 카다시아에 파견되었을 때의 계급장이 ○○○, 즉 중령이다. 베이조의 계급체계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소령에서 대령으로 확 건너뛴 건 아니겠지 싶다. 게다가 사령관인 시스코가 대령인데 부하가 지휘를 받는 채로 대령이 되면 그것도 이상하겠지. lieutenant colonel(중령)을 약칭하는 모양이다. 라지만 오프닝에서조차 꿋꿋하게 colonel이라고만 쓰잖아... -_-;;; 어차피 우리 소령님은 나중에 대령님 될 건데 뭐, 중요하진 않다.(...)
-음지의 소식통이 쿼크라면 양지에는 잣지아가 있다. 그, 글쎄 스캔들과 가십을 신나게 퍼뜨리고 다니는 게 양지에서 벌어질 일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긴 한데, 잣지아는 근무 중인 옵스에서 당당하게 가십을 즐기잖아.(...) 시스코한테 봄바람이 들었다는 걸 소문내고 다닌 게 제이크라면, 그 후 어른의 일이 어찌 굴러가는지 알아보고 소문을 내는 건 잣지아인 모양이다. 거의 모든 옵스 멤버들이 둥지에서 먹이 기다리는 새끼마냥 잣지아가 가십을 물어오기만 기다리고 있단 말이냐. 시스코 도망쳐!(...)
정거장 사령관의 사생활도 입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마당에 다른 장교들이라고 다를 바 없겠지. 그만큼 서로간의 유대감이 끈끈해질 수밖에 없긴 하겠다만,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람한테는 좀 힘들겠다. 정거장이 됐든 우주선이 됐든 어딘가에 갇혀서 하루온종일 같은 사람들과 얼굴 봐야 하는 직업이란 거.
-에딩턴은 이 유들유들함 덕에 오도와도 잘 지낸 것 같다. 1시즌 초에 스타플릿측 보안장교로 부임한 사람은 풋내기가 기선제압을 한답시고 오도의 성질을 긁다가 그 에피소드에서 바로 제압당하곤 이후로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졌더랬지. 에딩턴이 부임했을 때도 오도가 신경질적으로 굴긴 했는데, 그건 스타플릿에서 보안장교가 부임했다는 사건 자체가 문제였지 에딩턴 본인에게는 아무 문제 없었다. 이후로 두 사람은 아무 충돌 없이 일을 잘 했고.
스타플릿의 로망은 함장임을 그 에딩턴이 재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니까 스타플릿의 기함에 버티며 승진을 거부하는 그 기름진 중령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니까. -_-;
-이번 에피소드에서 디파이언트에 탑승한 인원은 47명이다. 그 중 한 명은 첸케디에 파견된 대사로 모습을 바꾼 체인즐링이니, 디파이언트는 겨우 46명으로도 배를 움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예로 5x22(Children of Time)에서는 49명이 배에 타고 있었다) 피카드가 지휘하는 엔터프라이즈-D는 갤럭시급으로 1000명이 넘는 사람을 싣고 다닌다. 물론 상당수가 스타플릿 대원들의 가족이나 연구원 같은 민간인이지만 그런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배를 움직이기 위해 꽤 많은 일손이 필요할 거란 건 두말할 것 없는 일이다. 디파이언트급 배가 얼마나 작은지 이런 데서도 표가 나네. 하긴 디파이언트는 그냥 우주선이 아니라 전함인지라, 제기능을 다 할 수 있는 한도에서는 사람을 적게 태우는 게 효율적이고 설계목적에도 부합하겠지. 무엇보다도 대량생산된 전함을 즉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한정된 인적자원을 분배시켜야 할 테니까. 여기서 적절하게 새겨보는 니어엘 헨로 수교위님의 말씀.
"다음엔 좀 더 작은 거 타고 와! 여자들이 큰 거 좋아한다는 선입견은 버려!"
아, 물론 나는 엔터프라이즈를 좀 더 좋아하지만.(...)
-삼세번의 떡밥강화를 거치더니 드디어 플래그가 실행되고 말았다.
어느 서사에서나 캐릭터에는 비극적인 부분과 희극적인 부분이 병존할 것이다. 오도의 경우에는 9할이 비극 쪽이라고 본다. 그의 성격이 원만하지 못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출신이다. 그가 겪는 거의 모든 갈등은 체인즐링이라는 것에서 비롯되니까.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면 둘 중 하나, 그것에 적응하거나, 끝끝내 반항하는 것이겠지. 어디로 가든 본인에게는 비극이다. 전자라면 키라를 떠나야 하고, 후자라면 (아마도 키라와 맞바꿀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동족을 떠나야 한다. 이제 겨우 3시즌이 끝나는 이 시점에서는 오도의 결말이 이 중 어느 쪽을 향할지 알 수 없다. 그가 체인즐링의 불문율을 의도치않게 깬 것 때문에 일이 복잡해졌으니까. 게다가 오도는 아직도 동족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오도와 체인즐링의 관계는 여태까지 서로를 인지한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에피소드의 사고는 그것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충격요법같은 계기를 준 것이라 생각한다. 우왓, 끝까지 다 보고 끄적이려니 말 고르기 진짜 힘드네.;;;
그나저나, 오도가 실수로 체인즐링을 살해한 장면에서 모세가 이집트 관리를 죽인 게 연상된 건 내가 너무 멀리 가는 거임? 그치만 앞으로 체인즐링이라는 종족한테 오도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생각하면 아주 글러먹은 연상은 아닌 듯한데(...)
-체인즐링이 이미 알파 분면에 널리 잠입했음을 암시하면서 3시즌이 종결되었다. 4시즌에서는 로뮬란, 연방, 카다시아, 클링온이라는 4대 세력을 중심으로 전운이 슬금슬금 드리워지는 알파 분면이 묘사된다. 그것이 어떤 형태일지에 대해 이번 에피소드에서 디파이언트 규모로 맛보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체인즐링은 레플리케이터나 도플갱어마냥 어떤 형태로든 모습을 바꿀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라 체인즐링일지도 모른다는 것, 나를 등 뒤에서 찌를 지도 모른다는 그 두려움과 위기감이 사람들을 어떤 모습으로 바꿔놓을까. 그런 의미에서 4시즌을 지배하게 될 키워드는 '불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