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49263.5
연방과 도미니언은 직접 교류하지 않지만, 페렝기가 중개인이 됨으로써 감마 분면의 일부 지역과는 사실상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지위를 이용해 쿼크가 폭리를 취했다가 감마 분면 측의 항의를 듣자 시스코는 일을 중재하기 위해 감마 분면에 건너간다. 그곳에서 디파이언트와 감마 분면 측 상선이 짐하다에 의해 공격당한다. 짐하다와 상선을 쫓아 대기 성분이 위험한 행성에 들어간 디파이언트는 추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크게 손상당하고, 뇌진탕을 일으킨 시스코를 비롯해 사상자까지 낸다. 키라가 시스코를 돌보면서 베이조인과 특사의 관계에 관해 솔직한 대화를 하는 한편 워프는 오브라이언 휘하의 기관사들과 협력해 짐하다 전함을 격추시킨다. 쿼크는 불발탄을 정지시킴으로써 디파이언트를 구하고 감마 분면과의 무역을 계속 이어가게 된다.
-이번 에피소드의 주제는 딱 한 마디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운전 중에는 안전벨트를 매자!" -_-
스타플릿은 대체 왜 함교 의자에 안전벨트 하나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 트렉의 전체 시리즈에 등장하는 사상자의 1할은 기기가 터진 탓에, 그리고 7할은 벨트를 매지 않고 서성거리다가 구른 탓에 의무병동으로 실려갔을 것이다. 단언하건대. -_- (나머지 2할은 무엇이냐? 대략 전송기 사고겠지 뭐 -_-)
-쿼크는 페렝기의 얼굴마담인 고로, 그의 행동은 곧 일반적인 페렝기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겠거니 생각하게 된다. 쿼크가 비겁하게 굴면 대개의 페렝기는 그 상황에서 비겁하게 굴 테고, 쿼크가 용감하게 굴면 대개의 페렝기도 그럴 거라고 말이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쿼크가 모처럼 용감하고 대담무쌍한 행동을 했다. -음, 대담한 건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지. 불발탄을 해체하면서 확률 50프로의 도박질을 했고, 그게 통해 디파이언트를 구했다. 키라는 쿼크가 괜찮은 도박사라고 평한 적이 있었다. 그건 쿼크에게 시류를 읽을 줄 아는 눈이 있다는 이야기였지 운이 좋다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류를 읽을 줄 안다 해서 언제나 성공하는 건 아니겠지. 사람이 모든 정보를 손에 쥐는 것은 불가능하고, 돌발상황을 예측하는 건 더욱 어려우니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느냐 마느냐, 그 일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데에는 용기와 약간의 운이 필요할 것이며, 그런 점에서는 도박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쿼크는 확실히 괜찮은 도박사다. 이번 일 같은 건 절대로 인생에서 두 번 할 짓은 아니겠지만.
그러니까, 페렝기의 도박이라면 아이실드의 히루마가 그랬듯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정보와 수단을 써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을 전략 단위로 구축해놓고 전술 단위로 들어가는, 그런 치밀한 계산이 깔린 게 아닐까 상상했던 나로서는 순전히 모 아니면 도의 찍기로 수십 명의 목숨이 결정되었다는 게 약간 아쉬웠지만 뭐....;;; 중요한 건 페렝기가 작심하고 덤벼들 때는 목숨도 걸 정도로 대단히 정열적이란 거겠지 뭐.
-시스코가 뇌진탕을 일으켜 생사를 헤맬 때 키라는 절반 쯤 패닉에 빠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키라는 버라이얼이 죽어갈 때도 이런 식으로 힘든 감정을 표현하진 않았다. 자아, 키라는 베이조인들의 대표란 말이지. 베이조인들에게 있어 특사가 오신 날은 불꽃놀이도 하는 경축일이고 그 다음 날은 종교적인 의미에서 단식한다는 게 밝혀졌다. 그들에게 있어 '특사' 시스코가 어떤 존재인지 구체적으로 묘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키라의 종교적인 면이 슬슬 강조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던 것 같네. 그래그래 The 시스코 사가는 나우 로딩이란 말이지. =_=
어쨌거나, 종교가 관련된 문제 때문에 직장동료 이상으로는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서로 조심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같이 야구하며 어울려 놀 수 있게 되었다. 시스코와 키라가 완전히 마음이 통하게 된 것은 이 에피소드를 전후한 때인 것 같다. (그렇다고 키라한테까지 야덕의 열화가 옮겨붙진 않지만 말이다. 쳇 -.ㅠ)
-오브라이언으로 대표되는 부사관 이하 계급의 기관사들은 사관학교격인 스타플릿 아카데미가 아니라 별도의 전문학교를 거친 전문가들이다. 함교에서 기관실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큼직한 명령을 내릴 수는 있어도, 기관실 업무의 각론에 들어가면 꼼짝없이 기관사들이 하는 대로 존중해줘야 하겠지. 워프의 실수는 기관실과 인연이 전무한 그가 그 각론까지 일일이 감독하려 했다는 데에 있었다. 워프가 아직 지휘계통 장교로서의 위치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였나 보다.
그렇게 반감을 보이던 기관사들이 워프가 아주 약간 태도를 바꾸자 바로 신이 난 건, 일견 앞뒤가 안 맞아 보인다. 조금은 까닭을 알 듯도 하다. 기관실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카다시아 들쥐를 잡을 때 말고는 페이저 하나 쏠 일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함교가 기능을 못 할 거란 전제로 기관실에서 배를 몰고 적함을 공격하기까지 했으니, 오오 드디어 우리도 전투같은 전투 좀 해보나! 하고 흥분한 건지도 모른다. -_-
이것도 DS9의 묘한 점이다. 다른 트렉 시리즈에서는 부사관은커녕 일반 평대원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중심을 이끄는 장교들만으로도 카메라가 골고루 잡아줘야 할 머릿수가 차고 넘치니까. 그런데 DS9에는 노그가 임관되면 여태까지 꼬맹이 취급하던 애한테 sir를 붙여 불러야 할 거라며 헛헛 웃던 오브라이언이 있고, 4기 이후의 오프닝에서는 정거장 외벽에 달라붙어 수리 중인 메카닉들이 등장하기까지 한다. 오오 이런 모습 좋구나 -_-b
-근데 칩. 그래도 그렇지 기관실 대장님은 당신이잖아. 부하가 워프한테 보고하면서 일하는 시간을 약간 뻥튀기한 걸 가지고 칼 같은 데드라인을 정해줄 건 없잖아. 자신이 시스코한테 보고할 때는 일부러 여유시간을 더하는 주제. 자기가 일하는 거 아니라고 그러는 거 아니다 치사하긴(...)
-어찌 됐든, 통신이 모조리 끊기고 지휘를 할 만한 사람들이 각처에 고립된 상황에서 잘도 디파이언트와 카르마의 상선을 구해 나왔다. 스타플릿 사람들은 다른 구역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는 가정 하에 자신이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한 필요한 조치들을 다했고, 민간인인 쿼크조차도 불발탄을 해체할 사람이 그들밖에 없다 판단하자 재빠르게 나서서 일을 해치웠다. 재능교육 광고노래가 갑자기 생각나네.(...) 아무튼, 스타플릿은 평소 훈련이 잘 되어 있다는 증거란 생각이 든다. 갑자기 명령자가 사라져도 그 아랫사람이 당황하는 법 없이 상급자가 되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게 실제로는 꽤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모온의 형제자매는 17명이나 된다는 게 밝혀졌다. 그것이 밝혀지던 순간의 바시어는 쿼크가 아는 한 정거장에서 가장 말 많은 수다쟁이인 모온으로부터 헤어나오려고 안달하던 참이었다. 아아, 나에게는 모온이 입을 열어 말하는 걸 보고 싶으면서 보고 싶지 않은 기분이 공존하고 있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