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x11에서 이어지는 연작 그 결말. 제목은 실락원 씩이나 되지만 거창한 거 없다.
전 지구적 정전사건에 여러 가지 의문을 품은 시스코는 사건당시 적색소대가 수상하게 움직였음을 발견한다. 상부에 보고하자 그 기록을 삭제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노그를 통해 적색소대 소속의 생도를 불러낸 시스코는 그들이 명령을 받아 정전을 일으켰음을 알아내고 레이튼이 주모자라 확신한다. 낌새를 눈치챈 레이튼은 시스코가 협조하지 않으리라 판단하자 그를 보안책임자 지위에서 해임시킨다. 시스코에게 오브라이언으로 위장하고 접근한 체인즐링은 단 네 명의 체인즐링이 지구에서 이런 혼란을 일으켰음을 지적하며 그들의 우위를 과시한다. 아버지와의 대화로 결단을 내린 시스코는 정거장에 연락해 고의적으로 웜홀에 이상현상을 일으킨 스타플릿 장교를 체포하는 한편 근래에 레이튼이 지시한 인사배치를 확인한다. 쿠데타를 예측하고 대통령을 만나러 간 시스코는 레이튼이 실시한 채혈검사에서 체인즐링인 것처럼 판독되어 붙잡힌다. 오도의 도움으로 탈출한 시스코는 레이튼을 만나 계획을 포기하도록 촉구한다. 레이튼은 라코타 호에 증거를 싣고 오는 디파이언트를 방해하게 하고, 그것이 실패하자 파괴하라 명령한다. 양측에서 사상자를 낸 끝에 라코타 호의 결단으로 디파이언트가 지구에 도착한다. 레이튼은 포기한다. 일이 해결되고 일상을 되찾은 지구에서 시스코는 도미니언이 불신으로는 연방을 무너뜨릴 수 없을 거라 말한다.
-가만 보면 시스코는 연기를 참 잘 하는 것 같다. 배우 애버리 브룩스도 물론 잘 하는데, 그 배우의 캐릭터인 벤자민 시스코 역시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다. 언젠가는 사전연락 없이 오도와 대거리를 해 상대방(아마 롬이었던 것 같은데)이 이실직고하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순진한 생도 하나를 완전히 속여먹었다. 무슨 신병 굴리는 부사관처럼 버럭버럭하다가 생도가 자기 입으로 그 기밀이라는 임무를 다 털어놓게 유도하는 것 좀 봐. 워워.;
-오도가 해킹한 개인배속일지는 스타데이트 49255~49365 분량이었다. 이게 3주치란다. 그럼 스타데이트 110 정도가 3주라고? 저번에 계산한 그건 대체 뭐냐?; 제작진도 스타데이트를 정확히 계산하지 못한다던데 그게 진짠가봐?;;; 여하튼 오도가 감염되는 건 이번 연작 에피소드의 소동이 끝나고 정거장으로 복귀하기 직전 일어난 일이었나 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쿼크의 해킹기술은 그 끝이 어딘가효. 쿼크가 순순히 가르쳐줬을 리는 없고, 아마도 밀수 등등과 관련해 해킹된 걸 조사하다 보니 왠지 배우게 되었지 싶은데, 어깨 너머로 익힌 기술로 스타플릿의 제독이 건 보안을 깨뜨리나효. 페렝기가 우주를 지배하지 못하는 이유가 대체 뭐지? -_-;;;
앗, 그러고 보니 이번 에피소드에는 쿼크가 등장하지 않았네.
-바시어로 위장한 체인즐링이나 커피 마시는 시늉을 하던 오도는 도구(채혈도구 내지 컵) 자체가 자신의 몸으로 형상화해낸 가짜였으니까 그런 재주를 부릴 수 있었다. 그럼 레이튼은 어떻게 한 걸까?; 이런 장난이 가능하다면 시스코가 아니라 대통령을 상대로 해야 하지 않았을까. 대통령이 대체되었다, 진짜는 행방불명으로 아마도 사망 추정, 따라서 계엄령 내리고 스타플릿이 지구를 통치해주마- 라는 루트가 있을 텐데. 그건 레이튼 본인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최후의 수단으로 치워버린 걸까?
-시스코를 구출하러 갈 때 오도는 컴퓨터로 위장했다. 헙, 체인즐링이 컴뱃지 정도는 자기 몸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런 복잡한 컴퓨터장치도 가능하단 말인가?; 그리고 스타플릿 보안을 제압할 때 오도가 선보인 그 기술은 호, 혹시 벌컨의 너브핀치?! 벌컨 이외의 종족에서 그 기술을 익힌 건 데이터가 유일무이하다던 그것??! 이후로 오도가 이 비슷한 짓도 하지 않으니 우연의 일치겠지. 그렇지만 살짝 설렜다. 체인즐링의 한계가 어디인지 궁금해져서.
-벤틴 함장이 디파이언트를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 보내준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디파이언트와 라코타가 싸워 어느 한 쪽이 깨졌다면 그 자체로 연방에 내전을 일으킬 신호탄이 될 참이었다. 그럼 레이튼의 가장 충직한 부하들도 쿠데타 비슷한 이 행보에 의문을 품었다고 봐야 하겠지. 벤틴 본인이 적색소대를 시켜 지구의 전 동력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런 행동을 한 건 결과적으로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서인 듯하다. 그렇다면 레이튼과의 차이는 '지구를 지킨다'와 '스타플릿이 질서를 잡는다'가 동치되지 않았다는 것이리라. 글쎄, 그 정도로 이성적이고 진실로 충성해야 할 대상이 누군지 정확히 아는 똑똑한 사람만이 군인이 된다면 애초에 세상 어디서도 쿠데타 비슷한 시도조차 일어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이 둘이나 되는 나라에 살다 보니, 나한테는 쿠데타 일으킨 작자의 부하들이란 국가가 아니라 자기 주인한테 절대충성하는 카니스 루푸스 파밀리아리스라는 이미지가 있는지라.
-나에게는 나 하고픈 대로 완고하게 굴 권리가 있다능-!!! 이라며 채혈검사를 거부하던 조셉 시스코 씨. 그러나 전 지구적으로 정전사고가 한 번 일어나자 이 완고한 분까지 마음이 슬쩍 바뀌었다. 이것이 레이튼이 원한 효과였고, 현실의 20세기 말과 21세기 초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직전 잡담에도 끄적였듯이 이번 연작 에피소드는 '픽션'이니까 가능한 장치, 즉 레이튼의 빗나간 애국심 과잉으로 '조작'된 사건이라는 걸 전제로 전개되고 해결되었다. 이게 진짜로 도미니언이 일으킨 일이었다면 레이튼이 주장한 바 스타플릿이 군법으로 지구의 질서를 잡아야 했을까? 고위장교와 그 가족들 정도가 아니라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아무 시민들이나 무단으로 채혈검사해도 안전을 위해, 살아남기 위해서란 명분으로 받아들여야 했을까?
이번 에피소드를 보고 잠깐 머리를 식히느라 ENT를 보던 중(..결과적으로 머리에 김이 더 올라버렸지만...;;) 갑자기 <세븐시즈>의 여름 A팀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생존하고 자손을 남기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여름 A팀 후보자들을 추린 것처럼 배틀로얄을 펼치면 된다. 생존자들은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탈락자들의 피와 살을 먹으며 어쨌든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려면 그저 살아남기만 하는 것 이상의 어떤 것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빵 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기에. 여름 A팀의 선발과정은 그런 의미에서 처절한 실패작이었다. 이번 에피소드와는 큰 관련이 없지만, 그냥, 그 작품이 떠오른다.
어쨌든, 지구에는 아직도 체인즐링들이 암약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스코가 그 사실만으로 연방이 지레 무너지지 않으리라 장담하는 걸 보면 역시 24세기 인류는 이성적인 대인배들인 모양이지. 그들의 뒤편에서 31부서는 자신들이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 덕에 절대다수의 인류가 양심적인 척 할 수 있다고 자부심을 가질까. 그래. 나중에 추가되는 거지만, 시스코 부자가 희망을 말하는 그 뒤에서 31부서는 오도를 감염시킨 것이다. 오도가 지구에 체류한 시간이 얼마 안 되는 걸 생각하면 31부서는 체인즐링이 알파 분면에 소개된 때부터, 또는 아무리 늦어도 옵시디언단과 탈 시야가 쓸려나간 직후부터 바이러스를 개발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칩으로 위장한 그 체인즐링은 대체 뭣하러 시스코에게 말을 건 걸까? 지구에 현재 오도를 제외했을 때 존재하는 체인즐링이 네 명이란 걸 굳이 알릴 필요가 있나? 그런 걸로는 레이튼이라면 모를까, 시스코를 좌절시키는 데엔 별 도움이 안 될 듯한데. 더군다나 그 시점은 시스코가 전후관계를 알아내고 직언한 것 때문에 보안책임자 자리에서 잘려 정거장에 복귀해야 하던 때였다. 지구에 혼란을 일으키는 데에 일조하거나 하다못해 시스코의 사기를 꺾지도 못할 뿐 오히려 정보만 주지 않았는가. 알파 분면이 도미니언 전쟁에 임하기 앞서 내적으로 상대해야 할 적, 불신과 공포에 대해 말이다. 상대를 완전히 고꾸라뜨리지도 못했는데 주절주절 일장연설을 하는 녀석은 대개 마왕 쪽이고, 끝에 가서 패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