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환생한 고로 죽어라 하드 던전을 돌던 차 라디오에서 어딘가 익숙한 반주가 들린다 싶더니- 아이브갓츄~ 언더 마이 스킨~~♪ 이, 이거슨 마치 수십 광년 저편에서 오도가 키라를 꼬셔 춤을 추는 걸 훔쳐보는 기분? DS9을 보라는 계시?! 그리하야 잡담 시작합니다. -_-;
키라는 샤카의 요청으로 베이조가 클링온에 대해 얻은 정보를 카다시아와 공유하는 회담자리에 나간다. 회담장까지 키라를 호위할 사람은 지얄을 살린 탓에 일개 화물선 선장으로 강등당한 두캇이었다. 회담장으로 정해진 카다시아 기지는 클링온에 의해 파괴당한다. 클링온은 일개 화물선에 불과한 두캇의 배를 무시한다. 두캇은 레지스탕스 경험이 있는 키라의 조언을 바탕으로 무장을 갖추고 버드업프레이를 탈취한다. 하지만 카다시아의 데타파 의회는 두캇이 클링온과 싸우는 것을 금지한다. 두캇은 혼자서 클링온에 대항하기로 결심한다. 지얄이 아버지를 따라 싸움터에서 시절을 보내지 않길 바란 키라는 그녀를 자신의 책임 하에 정거장으로 데려간다.
-카다시아의 희망 더마아가 등장했다. 날카로운 두캇, 땡글땡글한 개랙, 그리고 뚱한 더마아, 이리하여 카다시안 미중년 3종세트가 완성되었도다. -_-!
드라마 쪽에서는 풀네임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설 쪽에선 코랏 더마아로 소개되는 모양이다. 아직은 카다시안 꼰대 장교 기질이 불끈거리는 일개 꼬붕에 불과하다. 지나가는 엑스트라 같던 캐릭터가 그렇게 용될 줄 누가 알았겠나.(...)
-클링온의 침공 때문에 카다시아의 행정이 완전히 박살난 모양이다. 의료체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최소 13종 이상의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나. 알파 분면에서 한 가락 한다는 세력으로 연방조차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던 제국이 이 지경에 처하다니 그 세계 사람들한테는 세상 참 두고 볼 일이란 생각들이 들겠다. 그렇지만 맥수지탄 소리가 나올 일들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는 거지...
-가정파괴범으로 찍힌 두캇이 카다시아에서 당한 꼴을 보면 역시 그 동네는 가족이 최우선가치인 모양이다. 본처가 자식들을 데리고 떠나버린 것이야 애시당초 예상범위였다. 그런데 두캇의 어머니가 그보다 앞서 의절을 선언해?; 이거 한국의 어머니들 상식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아마?;;;
-클링온에게 크게 깨진 후 카다시안의 태도에 묘한 변화가 생긴 모양이다. 그간 카다시안 하면 로뮬란과 클링온의 중간 쯤에 위치한 인상이 있었다. 음흉한 기질과 흉포한 기질을 다 가진 제국주의자들이라는 이야기다. 그랬던 그들이 베이조인인 키라로부터 그녀가 아는 카다시안 같지 않다는 감상을 들을 정도로 소극적으로 변했다. 키라가 알고 두캇이 몸 담았던 과거의 카다시아는 옵시디언단이 무너진 이래 변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군부의 억압을 원치 않고, 그렇다고 군부 시절처럼 오만하기까지 한 용맹을 선보이며 적과 싸우지도 못한다. 이 사람들에게는 이제 어떤 식으로 나라와 민족성을 재구성하고 나아가야 할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클링온의 침공은 그 여유를 빼앗아버렸다. 과거의 카다시아를 알기에 과거의 카다시안처럼 행동하는 두캇은 지금의 방황하는 카다시아에 분개해 독성 강한 처방을 내놓기에 이른다. 그 결과는 거의 포맷 수준이라고 봐야 하겠지...
-두캇이 지적한 바 키라의 남자취향은 약간 권력지향적인 데가 있다. 버라이얼은 유력한 카이 후보로 오르내리던 종교지도자였으며 샤카는 그 카이 윈조차 물리치고 수상이 되었다. 두 시즌 후에 키라의 옆자리를 예약하게 될 오도는 아예 급수가 달라서, 은하계 저편에선 신으로 군림하는 종족 출신이다. 이런 남자들이 줄줄이 따르는 걸 보면 키라는 틀림없이 능력자다.(...) 두캇이 키라에게 집적거리는 것은 이런 이유도 아주 무관할 것 같진 않다. 두캇이 좀 권력지향이어야지. 그래도 고만 좀 소령한테 집적거려 이 양반아 그분은 임자가 따로 있단 말이야 -_-;
그건 뭐 웃자고 하는 소리고. 키라와 두캇이 사사건건 투닥거리는 것은 과장 조금 보태서 신 베이조 대 구 카다시아의 관계가 반영된 것 같다고 언젠가 끄적인 적이 있다. 두캇이 키라에게 집적대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점령 당시 카다시아가 베이조에 저지른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어서란 걸 키라 본인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키라는 절대 용서할 마음이 없다. 베이조 총독까지 지냈던 두캇이 어떤 심보로 베이조인들에게 나름 잘 해주려 했고 심지어 점령행위에 대해 사과하려는 생각까지 갖게 된 건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두캇의 마음씀씀이는 피해자인 베이조 측에서 바라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는 어디까지나 구 카다시아의 화신이자 제국주의자로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어쩌다보니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두캇이 키라로부터 베이조 식 레지스탕스 비법을 슬쩍 전수받았는데, 그는 결코 그런 기술을 익혀야 했던 점령기의 베이조인들 식으로 현재의 카다시아가 처한 상황을 바라보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감히 위대한 카다시아를 우습게 알고 기어들어온 괘씸한 외적을 쳐부숴 나라의 위엄을 세우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 이 상황을 목격한 베이조인이 발견하게 될 아이러니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란 이야기다. 이 오만함 때문에 키라가 두캇을 용서할 수 없는 거다. 이 오만함 때문에 두캇은 가장 가능성을 가진 카다시안이었음에도 후의 더마아나 개랙과 같은 긍정적인 환골탈태를 이루지 못한 거다.
-하여, 키라는 두캇의 협력제의를 거절했다. 독립운동 하던 기분이 아직 이어지고 있어서 폭력충동이 가득했던 1시즌 때의 키라였다면 (카다시안에 대한 증오를 극복한다는 전제로) 두캇의 제의를 진지하게 고려해볼 가능성이 없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지금의 키라는 베이조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에 있어서도 더이상 증오와 아드레날린에 의지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두캇은 과거로 회귀하길 원하며 그 수단으로 키라의 과거 경험과 지식을 원한다. 하지만 키라는 미래로 나아가길 원한다. 두캇 쪽에서 아무리 집적거려도 결코 좁혀질 수 없는 차이가 이런 데에도 있다.
이번 에피소드는 걸 두캇이 결코 키라와 나란히 설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카다시아가 변해야 하는 이유를 두캇의 이중성과 관련해 의미심장하게 잘 끌어낸 이야기라 생각한다. 이런 묘사가 가능한 것이 DS9의 장점이다. 두캇은 정말 잘 만들어진 캐릭터였는데. 그리고 두캇의 복잡함을 가장 잘 살려내는 대립항은 키라였는데. 그놈의 The 시스코 사가에 휩쓸리지만 않았어도 화끈하고 매력적으로 맛간 악역을 잘 해냈을 텐데.... 볼수록 참 아쉽다. =_=
-카다시아와 베이조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지얄이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곳은 아버지의 곁 아니면 DS9 뿐이었다. (이 정거장은 무슨 outcast의 성지냐?;) 이 정거장은 정치적 이유에서든 개인적인 이유에서든 추방당한 자들과 아웃사이더인 자들과 이방인인 자들이 거취를 정할 때까지 머무를 수 있는 곳이었다. 즉, 영원히 여기서 살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얄이 어떤 삶을 살다 정거장을 떠나게 될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린다.... 불쌍한 지얄. 지얄은 비록 출연횟수는 적지만 그 특수한 위치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그녀의 삶은 두캇과, 더마아와, 개랙에게 각각 상징을 부여하고 그들의 삶까지 바꾸게 될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최소한 6시즌까진 가야 하겠지. 불쌍한 지얄.
-번외 이야기를 하자면, 개랙의 앤드류 로빈슨이 직접 그 개랙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쓴 Stitch In Time을 입수했다. 어이쿠 이분은 밀라가 개랙의 친모라고 확신하고 있었쿠나...;;;;;;;; 뭐 아무래도 좋다. 배우 본인이 직접 썼어도 소설이란 건 결국 공식적인 팬픽 같은 의미가 더 크니, 나는 내 개랙을 상상하며 즐기련다. 소설 쪽 개랙은 참 센치하고 멜랑해서 배우가 뭔 생각으로 일림 개랙을 연기해온 건지 초큼 궁금해지더란 말이지. 아니 그러고 보니까 드라마 쪽 개랙도 꽤 센치한 캐릭이었네?;;; 재미는 있었다. 테인을 배신한 이유가 내가 상상하던 개랙답지 않긴 하지만 그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은 꽤 그럴듯한 것이 엔간한 트렉 소설가보다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