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49556.2
정거장에 입항한 클링온 한 명이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린다. 그는 워프의 친동생인 커언이었다. 커언은 워프가 클링온 제국의 노선에 반대한 결과로 최고의회 의석을 비롯해 가문에 속한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형의 손에 명예롭게 죽기를 희망하고 온 것이었다. 잣지아는 형제가 목토버 의식을 진행하려는 걸 눈치채고 때맞춰 난입함으로써 커언을 구한다. 워프는 커언이 거취를 정할 때까지 정거장에 머물 명분을 만들기 위해 베이조 보안에 그의 자리를 부탁한다.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던 커언은 위험한 상황에서 죽음을 전혀 피하지 않는 행동을 취해 부상당하고 보안에서 쫓겨난다. 그 무렵 카다시아 국경지대에서 돌아온 키라는 클링온 전함들이 은폐된 채 베이조 태양계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발견한다. 워프와 커언은 클링온 전함 한 척이 DS9에서 수리받는 틈을 타 잠입해 정보를 찾고, 그 과정에서 클링온 장교 한 명을 사살한다. 키라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클링온이 설치한 은폐된 기뢰를 제거한다. 괴로워하는 동생을 보다못한 워프는 인위적으로 그의 기억을 지우고 친분이 있는 클링온 가문의 일원인 것처럼 신분을 위조한다. 더이상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커언 앞에서 워프는 자신에게 가족이 없다고 말한다.
-TNG에서 DS9으로 건너온 인물 하나 더 추가요. 웰컴 커언, 앤드 굿바이 커언. =_=
-TNG에서 워프가 클링온과 연방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주로 가문의 문제 내지 클링온의 내부사정과 관련된 문제였던 걸로 기억한다. 듀라스 가문의 중상으로 명예가 깎인 모그 가문을 원래 위상으로 되돌려놓기 위한 노력이 주가 되었던 것 같다. (그 결과로 커언이 최고의회의 의석을 얻었으며 가우론은 이들 형제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생각하는 것이고. 근데 이것도 이상하네. 가우론이 듀라스 가문 때문에 위기에 처했을 때 워프와 커언이 도와줬고 그 보답이 가문의 명예 회복 아니었나? 가우론이 뭘 베풀었다고 봐야 할 게 있었던가?;) 그 시절의 클링온과 연방은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그렇지만 DS9에서는 클링온과 연방이 대놓고 대립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두 세계 사이에서 중도를 가겠다는 고집이 비교적 존중받았던 TNG 시절과 달리 이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구성원 전체가 한 가족이고 한 몸인 체인즐링 동네에서는 방황하는 질풍노도의 탕아가 대놓고 그들의 노선에 적대한다 해서 가혹한 처분을 내리거나 특정한 길을 강요하진 않았다. 오히려 도미니언 전쟁이 시작된 후에도 ㅉㅉ 너 맘대로 하세요 하고 지극히 관대한 태도를 취했다. 클링온은 문화와 사회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아웃사이더에 대해서 체인즐링처럼 관대할 수가 없었다. 워프가 자신의 양심과 명예에 따라 클링온에 (외형적으로는) 적대하는 길을 선택하자 그의 동생 커언에게 불똥을 뒤집어씌움으로써 갚은 것이다. 오도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자기 자신에만 책임을 지면 되지만, 워프는 가족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했다. 문제는 그것을 클링온 식으로 하느냐, 아니면 워프가 이미 젖을 대로 젖어버린 연방 식으로 하느냐였다. 워프가 목토버 의식 대신 바시어의 스타플릿 의료기술을 택한 것은 더이상 중도를 지킬 수 없게 된 자신에게 남은 것이 스타플릿 뿐임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근데 마지막의 그 대사는 뭐냐? 알렉산더가 크게 비뚤어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_=
-피카드였다면 워프의 행동을 용인했을까?
내 생각인데, 아무리 피카드라도 시스코와 다른 판단을 하진 않았을 것 같다. 그들은 스타플릿이다. 구성원들이 속한 문화의 다양성은 할 수 있는 한 존중되겠지만, 큰 틀에서는 스타플릿이 속한 문화 - 연방의 규칙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여야 할 거란 이야기다. 노그는 페렝기지만 스타플릿에 입대한 이상 프라임 디렉티브를 넘어서 이윤을 추구하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태도를 취할 수 없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스타플릿 제복을 입고 있는 한 워프의 보수적인 클링온 취향과 언행에는 한계가 있다. 노그와 달리 아주 연방화되는 것을 거부하는 워프에게는 이런 갈등이 자기 자신에게 지불하는 대가라 생각한다.
음, 피카드가 이번 에피소드의 시스코처럼 버럭버럭 화를 내는 걸 상상하니 내가 쪼까 쪼는 기분이네. 시스코가 화를 내면 그냥 화났구나 싶은데 피카드가 화를 내면 뭔가 더 무섭단 말이지.;;;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오도가 유난히 워프한테 냉정하게 구는데, 연방과 클링온의 대립이니 문화갈등이니 하는 거창한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고의적인 살인은 범죄! 악즉참! 이라는 그의 주의주장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래도 같은 처지끼리 그리 야박하게 굴진 말지. 오도가 워프와 같은 처지인데도 양자택일의 갈등을 덜 겪는 것은 본인이 체인즐링에 대해 거의 모르는 덕이잖아. 그건 자랑은 아니라고. =_=
그나저나, 베이조 보안요원의 제복이 우락부락한 클링온한텐 심히 아니 어울리는 건 차치하더라도... 베이조 시민군은 다른 종족한테도 넓게 열린 모양이다. 클링온은 2010년 식으로 말하자면 베이조 소속 항구에 입항한 외국인인데, 정규군보단 경찰에 가까운 보안 쪽이라지만 그리도 쉽게 제복을 입혀줄 수 있는 건가? 우리나라는 국적이 한국인 혼혈들한테도 엔간해선 입대를 허락하지 않는 것 같던데.;
-그러는 동안 잣지아와 워프는 착착 떡밥을 깔기 시작했다. 잣지아의 클링온 애호 취향은 커존의 영향과 잣지아 본인의 취향이 불꽃 튀는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라 여겨진다. 그게 어쩌다 4시즌에야 DS9으로 건너온 워프와 엮이게 된 건지는 TNG팬은 아닌 내가 알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어쩌면 제작진들이 워프가 클링온에 가진 것들을 거진 빼앗기는 마당에 스타플릿 쪽에서라도 보상을 해줘야! 라는 마인드로 떡밥을 준비한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스코도 재혼하는 마당에 워프 역시 독수공방은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는가! 라는 마인드일 수도 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길길이 날뛰는 시스코 앞에서 감히 워프를 편들어줄 수 있고 그걸 시스코가 일단 듣기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잣지아 뿐이라는 데에 나 역시 백만스물두표를 행사할 수 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