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고우영 선생님...이 아니라 최훈이 책임져라 젠장 -_-;;;
나는 초딩 3학년 때인가 4학년 때 정비석저로 삼국지를 처음 접했다. 그때는 대략적인 줄거리를 익히는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어째선지 나는 촉빠 해야지 조운과 제갈량이 제일 훌륭해 라는 인식을 머릿속에 형상화하긴 했더라만. 그랬던 게 온전히 박혀버린 건 5학년 무렵에 접한 고우영 삼국지 덕이었다. 슬프게도 나의 삼국지연의 인물상은 고우영 삼국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다. 그중 하나는 공명이 관우를 경계한 반면 자룡은 내 사람으로 아꼈다는 거.
하여, 삼국전투기 지난주 연재분을 보자마자 옛 추억이 방울방울 아롱지는 거시엇따.
최훈 <삼국전투기> 챕터13 하구전투(1) 中

그것도 대략 좋지 않은 방향으로. OTL

나도 내가 삼국지 팬픽을 찾아다니게 될 줄은 몰랐어. 때묻지 않은 어린날에 접했기에 덕질 수준으로 좋아하던 시절조차 이런 식으로 바라보진 않았단 말이야. 근데 일본 쪽에 금맥이 아주 지천으로 깔린 팬픽 사이트가 있더라? 정신 차리고 보니 아침 7시가 되도록 읽고 있었네? 내가 지금 이런 걸로 불타오를 때가 아닐 텐데? OTL

중도에서 레미즈 TAC로 심신을 정화하는 동안에는 잊고 있었는데, 집에 들어오니 다시 몽글몽글 마음이 간지럽다. 내가 돈에이조차 몰랐던 시절부터 조운을 좋아한 것은 열받은 주군한테 직언을 할 정도로 강직하면서 지용을 겸비한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군인(신하)이어서였다. 제갈량을 존경한 것은 거의 혼자 힘으로 나라 하나를 일으키고 지탱한 그 초인적인 능력 때문이었다.(북벌론은 지지하지 않지만.) 이 얼마나 건전한가. 그게 왜 지금 묘한 방향으로 꼬이려 하는 거야. 나의 순수를 돌려줘요 고우영 선생님..이 아니라 최훈 이 양반아;;;;;;;;;
그리하야 다시 그 사이트로 고고싱! OTL


p.s. 1월 24일 추가. 그 사이트의 팬픽들은 그냥 팬픽이 아니라 제갈량과 조운의 시점으로 삼국지를 다시 쓰는 거나 마찬가지인 내용이었다. 하여, 제갈량이 신야성에 입주한 직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가 유비 휘하에서 자리를 잡고 승상이 되기까지 겪는 촉 내부의 정쟁이나 인간관계 같은 것이 실제 역사에서 있을 법하게 묘사되더란 것이다. 특히 방통이 영입되었을 때 어째선지 유비의 부하들이 정치적으로 파당을 이루게 되는 장면 같은 게 참 신선하더랬다. 제갈량은 똑똑하지만 물정 모르고 인간관계에 미숙한 젊은이에서 시작했다. 덕분에 초인적으로까지 보이던 지략은 좀 약해졌지만 대단히 인간적인 천재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조운은 그 제갈량이 유일하게 흉금을 트고 이런저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브레인 겸 멘토;;; 역할로 묘사되었고. 그런 점에선 조운의 잘난 면이 연의보다도 더 뻥튀기되는 것 같지만 뭐 어떠냐 싶다. 나는 아무튼 잘난 조운이 좋거든 키읔. 주역이 이 둘이다보니, 삼형제의 위치는 마아아아않이 약하다. 유비는 그래도 창천항로 같은 류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무시무시하고 매력적이다. 관우와 장비는 정말 아웃오브안중이다. 이거야 뭐 팬픽질하는 사람이 마음대로 쓰는 거니 그 인물들 팬들은 그냥 셧업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그리고 팬픽이란 점에서 볼 때 이거 하나는 꼭 짚어야 할 것 같아. 이 팬픽셔너의 제갈량은 조돌쇠를 진짜로 사모하고 있어. 그 은근한 끈끈함은 손책과 주유에 비할 바가 아냐!(...)
전체적으로 픽션(연의)의 픽션(팬픽)이란 느낌이다. 읽다 보면 작가가 사회생활 하면서 쓴맛을 좀 본 듯 한데, 팬픽 읽으러 가서 뭘 배워 나오니 절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역시 천하에 숨은 고수는 많구나. 랄까 팬픽 감상을 왜 적고 있는 걸까, 나는.

p.s.2 그 팬픽 사이트의 주소는 http://home.cilas.net/~ka2mttsr/ 입니다. 대문에서 三國志MAP 메뉴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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