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렝기의 법으로 규정된 가혹한 근무조건 때문에 제때에 병원에 가지 못한 롬이 쓰러진다. 주 고객인 베이조인들이 종교의식 때문에 한동안 출입을 끊자 바의 수입이 감소하고, 쿼크는 일방적으로 임금을 무기한 삭감한다. 페렝기의 근로계약이 불공평하다고 여긴 롬은 바시어와 오브라이언의 충고로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쿼크가 요구를 듣지 않자 노조는 파업에 들어간다. 상황을 알아챈 FCA에서 브런트를 파견해 이들에게 경고한다. 브런트는 롬을 협박하기 위해 쿼크에게 심한 부상을 입힌다. 이대로 가면 롬이 자신처럼 다칠 거라 염려한 쿼크는 FCA 몰래 노조와 타협하기로 한다. 일이 성사된 후 롬은 바를 떠나 베이조 측의 정거장 하급기술자가 된다.
질서가 분명한 우주선과 달리 여러 문화와 가치관이 혼재된 정거장에서 적응에 곤란을 느낀 워프는 결국 디파이언트로 방을 옮긴다.
-롬은 인물이다. 쿼크의 과보호(...) 속에선 좀 둔하게 굴어 버릇하지만, 일단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면 틀림없이 해낸다. 빨대를 구부릴 줄도 모른다느니 호수에 빠뜨려도 물 한 컵 뜨지 못할 거라느니 온갖 바보 취급을 받던 롬이! ㅠ_ㅠ 어쩌면 무식하니 용감하고 용감해서 남들이 상상도 못 할 큰일을 덥석덥석 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계산이 빠른 쿼크는 오히려 바를 차지한 것으로 만족하고 거기서 스스로 더 나아갈 궁리는 감히 하지 못하잖아.
-ENT 진도를 나갈 수록 느끼는 건데... 나는 쉬란을 보려고 이 지긋지긋한 물건을 계속 참고 있는 것 같아... 이전의 트렉 시리즈들은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질 수는 있을지언정 각각의 가치를 지닌 색깔이 있었고 또 그 색깔별로 "스타트렉"이 무엇인지 보여줬더랬다. ENT는 갈수록 실망이다. 테마는 일단 초창기 우주탐사라는데 시간냉전 따위가 얽히면서 그 "초창기 우주탐사"란 느낌을 한방에 날려버린 것 같다. 이게 반면교사 삼으려는 건지 부시 정권에 아부하려고 그러는 건지 알 수 없는 우주의 부시 조나단 아처는 물론이거니와, 쓸데없는 서비스로 자꾸 낭비됨으로써 벌컨과학장교보단 벌컨사랑노예ENT판실사버전化 되어가는 트팔도 괴롭다. 아나 댁들 이걸 트렉이라고 내놓은 건가요 로덴베리 사후라고 막 나가는 거 아뇨 ㅋㅋㅋㅋㅋ
ENT 5시즌이 제작되었다면 쉬란이 엔터프라이즈에 승선해 고정멤버가 되었을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5시즌은 물 건너간지 오래고. 제프리 콤은 아무래도 트렉의 고정멤버와는 인연이 없나 보다. 듣자하니 이 배우는 라이커 오디션도 쳤다던데, 허면 TNG의 80년대부터 ENT의 21세기 초까지 20년 넘게 트렉과 연을 이어온 것 아닌가. 비중있는 조연으로만. =_= (제프리 콤 버전의 윌리엄 라이커를 상상하다가..... ㄷㅣㅏ미하ㅜㅡ아냐아냐 피카드 뒤에서 수상쩍은 꿍꿍이를 착착 꾸미는 라이커라니 그런 건 상상할 수 없어 ㅋㅋㅋㅋㅋㅋ) 뭐, 상관없지. 나는 라이커보단 웨이윤이 좋으니까. -_-*
엉뚱한 ENT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이번 에피소드에 그 제프리 콤의 브런트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쉬란을 보다가 브런트로 넘어오니 갑자기 입가의 얼굴근육이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생각인데 DS9 페렝기들 중에서 가장 크고 잘생긴 귓불을 가진 건 역시 쿼크인 듯하다. 마음 한 구석이 페렝기답지 않게 물렁한 탓에 아주 크게 출세하진 못했지만, 그게 쿼크의 매력 아닌가. 이 파업 소동이 완만하게 정리될 수 있었던 건 쿼크가 동생을 자기 방식으로 아꼈기 때문이었다. 남남이었거나 쿼크가 롬을 저어언혀 상관하지 않았다면 결국에는 롬과 노조가 박살남으로써 끝났겠지.
간만에 쿼크가 진성 페렝기 사업가(라 쓰고 더러운 자본주의 착취자라고 읽으면 국정원에서 나오나염?)의 모습을 보였음에도 끝에 가서 꺾인 건 페렝기 사회가 전체적으로 변하려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롬이 아무리 (페렝기 바깥 세상 가치관으로) 바른 소리를 해도 바에서 근무하는 페렝기 바텐더들이 동조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FCA가 출동할 일도 없었을 터. 여기가 페렝기나르에서 뚝 떨어진 바깥동네라는 걸 감안해도 별난 장소에서 일어난 예외적인 사건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페렝기나르 역사 10,000년 만에 노조가 결성되고 파업이 성공하기까지 벌어진 일들에 대해선 노 코멘트. 나는 노동운동 같은 건 잘 모른다. 20세기 초 미국의 시카고 같은 대도시에서 근로자들이 겨우 '하루 8시간 근무' 같은 걸 요구한 것 때문에 경찰의 총에 맞아 죽곤 했다는 건 안다만. 잭 런던이 빨갱이라서 <강철군화>를 썼을까? 오브라이언의 선조에 대한 이야기는 픽션 속 픽션이겠지만 과장된 농담은 아니란 거다.
-정거장 적응이 힘든 워프는 디파이언트로 방을 옮겼다. 정거장에 슬슬 적응해야지? 라는 잣지아의 말에 결국 네들이 나에게 적응하게 될 것 -_- 이라는 워프의 대답은 참 워프답다. 그게 연방과 클링온 사이에서 나름의 중도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워프가 노력해온 방식인지라. 근데 하나만 묻자. 그때 쿼크의 바에 간 이유가 대체 뭐냐? 이제는 정거장에서 키라를 제치고 쿼크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된 워프 씨. -_-
참. 도둑놈이 훔쳤다가 걸린 이빨다듬개는 원래 노그의 것이었다. 노그는 4x08(Little Green Men)에서 스타플릿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 지구에 가기 전 페렝기 전통에 따라 자기 물건을 팔았더랬는데, 그때 이빨다듬개를 시험해본 워프가 드물게도 황홀해하며 즉시 그걸 사갔더랬다.
-잣지아와 워프는 순조롭다. 아직은 바시어와 리타가 공인된 애인 사이임에도 리타와 롬 떡밥 역시 살금살금 깔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DS9은 다른 트렉에 비해 쌍쌍이 노니는 무리가 압도적으로 많구나. 주역이지만 아직 등장도 안 한 커플조차 있지? 7개의 시즌 내내 전쟁위기와 진짜 전쟁이 햄버거처럼 번갈아 끼어있는지라, 캐릭터들이 러브앤피스를 외치고픈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_=
-그나저나 오브라이언네 가풍은 대체 어떻게 되는 거임? 혹시 홀로스윗에서 역사적인 전투들 중 패배한 측에만 서서 노는 것은 이 가문의 역사적이고 독특한 성향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