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구글링. 실화에 바탕을 깔지만, 주인공 로이 밀러(멧 데이먼)가 실존인물인 건 아닌 모양입니다. "Life in the Emerald City"라는 르포가 기본뼈대인 모양인데 그런 사람은 여기에 없다는군요.(...) 하기야, 주인공이 군바리치고 지나치게 '진실'을 추구하는 느낌이 있긴 했습니다. 군대 같이 철통 같은 조직사회에서 내부고발자의 운명이 어떤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런 고민이 전혀 없었거든요.
어찌 됐건, 주인공이'진실'을 추구하던 행위가 곧 '정의'는 아니었다는 게 이 영화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있지도 않은 WMD를 대의명분으로 걸고 시작된 이라크전은 미국 내에서도 대단히 성토받았지요. 하지만 이라크인의 입장에서 보면 (나서준 건 고맙지만) 미국더러 후세인을 제거해달라 한 적 없고, 그 후를 정리해달라 한 적도 없습니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 거짓을 꾸며내는 자나 이른바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이라크 주요인사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려는 자나 똑같은 외부인입니다. 수틀렸을 때 그들은 그 땅을 뜨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그 땅에 남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져야 합니다. 설령 외부인들이 베푼 게 있다 해도 후유증이 보다 크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외부인도 원주민도 서로를 원망만 하게 되는 총체적 막장이 될 뿐... '정의로워' 보이던 주인공에게 찬물을 끼얹던 이라크인의 행동, 그 짧은 시퀀스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 아닐는지.
영화로서의 재미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홍보지에는 본 시리즈 제작팀이 투입된 액션물이란 삘로 써놨으며 실제로 전투장면들에 전쟁액션물 특유의 맛이 있었습니다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액션의 비중이 비교적 적은 데다 건드리는 소재가 무겁네요. 지금 기다리는 중인 <허트로커>도 이라크전이 소재라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와 비교해볼 거리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p.s. 아들 부시는 닉슨과 더불어 미국 대통령사에서 두고두고 까일 거임. ㅋㅋ
p.s. 2 이젠 흥행작이 아닌 한 웬만하면 심야는 지양할란다. 혼자 텅 빈 영화관에 앉아있자니 자세는 편한데, 뭔가 등 뒤가 몹시 신경 쓰이는걸.;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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