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릉의_어린_서생놈.jpg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눈치껏 내용을 때려맞춰가며 적는 감상입니다. 드라마의 실제 내용과 어긋나거나 곡해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조조는 한나라의 승상에서 구석을 받아 위공이 되었으며 그 후 위왕에 올랐다. 순욱은 조조가 위공이 되는 것에 격하게 반대하다 빈찬합을 받았다. 조조 역시 충격을 좀 받았는지 그때로부터 몇 년을 더 기다린 후에야 왕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 순욱이 살아있는 시점에서 조식이 父王이라 부르고 정욱과 허저가 魏王이라 호칭하는 건 대체 뭥미? 물론 마초의 난이 마무리된 지금이야말로 빈찬합 이벤트 시즌이긴 한데, 뭐지? 뭐지 이 엄청난 스킵은? 조조가 왕이 된 것이 마치 순리에 따른 것처럼 별 저항없이 받아들여지기라도 한 거여 뭐여?
내가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데다 위나라 편에서는 집중을 덜 하는 탓에(...) 이 드라마의 순욱이 어떤 인물인지 아직도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다. 하지만 서주침공을 나서서 부추기고 황제를 모신 사냥터에서 조조가 벌이는 짓을 보며 씩 웃은 신품의 순욱을 기억한다. 그건 조조를 섬겼지만 뼛속은 한나라의 충신이던 그 순욱이 아니었다. 가후와 곽가로부터 시커먼 부분만 분리합체시킨 누군가였지. -_-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는 빈찬합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내가 집중하지 못한 부분에서 뭔가 중요한 것이 지나간 모양인데, 속이 시커먼 조조빠돌이가 갑자기 조조에게 반대해 빈찬합을 받고 순식간에 자결한다는 것이 영 당황스러울 뿐이다. 보충이.. 보충이 필요해..!
그나저나 요즘 네임드가 계속 죽어나가는구나. 그저께는 방사원, 어제는 노자경이 가더니 오늘은 순문약인가. 잠시 후 하후묘재가 순살당할 터이고, 법효직도 갈 테고, 다음은... 맥성인가.
창천이 작성 중인 데스노트는 이제 시작일 뿐이란 게 더 무서운 것이겠지.
+추가. 순욱은 여기서도 처음부터 한나라의 충신이었다. 일찍부터 찬탈에 대한 욕망을 뻔히 드러낸 조조에게 유일하게 반대하는 부하였다. 진수한테 인품이 청아하다는 칭송을 들은 사람이 이 드라마에서는 암흑병법의 대가처럼 변신해서 그렇지. 사냥터에서의 그 행동은 웃은 게 아니라 한숨이었다니 문약이여 여태껏 오해한 나를 용서해주오;;
-아무튼 조조가 위왕을 칭해버렸으니 이제 유비도 왕을 칭해야지. 두 사람이 한중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면격돌을 벌이는 그 날이 왔도다!
아. 이 조조가 순식간에 위왕으로 건너뛴 이유를 알 듯도 하다. 유비의 입촉이나 조조의 즉위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구나. 한동안 유비 쪽 이야기 몇 년치를 한꺼번에 보여줬으니 같은 기간 동안 벌어진 조조 쪽 이야기를 유비 쪽 이야기의 시간선과 맞추려면 어쩔 수 없겠구나. 그, 그래도 그렇지 OTL 빈찬합은 좀 더 비극적으로 연출할 수도 있었잖아 OTL
-육손이 등장했다. 그런데 나 좀 웃어도 될까? 이 청년이 어딜 봐서 제갈량보다 겨우 두 살 어린 사람임? 어딜 봐서 불혹을 바라보는 얼굴임? 이것도 광영의 폐해냐? 그런 것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뭐.. 동안 돋는 걸로 치자면야 데뷔 이래 30년을 소년장수 버프 받는 상산의 그 남자라던가, 27살 건실한 청년이 소년장수로 소개된 천수의 불운아라던가, 예가 없진 않지. 육손도 따지고 보면 이릉을 앞둔 유비로부터 듣보잡 어린 서생 취급받은 케이스렷다. 유비 입장에선 소년 맞지. 다만 불혹에 접어든 소년이었을 뿐.(...)
아. 생각해 보니까 손권은 제갈량보다 겨우 한 살 어리구나. 그렇지만 오늘 방영분에서야 콧수염이 달린 신품의 손권은.. 그만하자. 나 정말 오우삼과 금성무한테 큰절이라도 올릴까봐.(...)
-한중이 워낙 험한 산지인지라 이렇게 들판 내지 분지에서 대군이 정면격돌하는 회전이 벌어졌을 리는 없다. 회전급 규모가 되면 물론 기록이 남지 않을 리 없고. 뭐어.. 중요한 건 필생의 적수인 유비와 조조가 드디어 비교적 대등한 군세를 갖추고 정면으로 격돌하기 앞서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보고 싶었다는 것이겠지. 나라도 그런 장면을 넣는다. 헌데, 그런 것 치고 마무리가 너무 흐지부지한 거 아닌가. 정군산에서 칼 몇 번 부딪치고 웬 분지에서 잠깐 전차를 닥돌시킨 걸로 모든 전투가 끝난 거냐? 이보세요 관우를 제외한 모든 오호대장이 총출동한 싸움이라고, 이건! 전에도 후에도 다시는 없을! 유비군이 최강이던 시절! 게다가 유비가 단순히 조조가 했으니까 나도! 란 생각만으로 한중왕을 칭한 건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한쪽에선 목숨이 걸린 문제라 사력을 다해 달려들고 다른 쪽에서도 이놈만은 박살내겠다 이 악물고 덮치는 맛이 있어야 하지 않나? 분쟁지역의 국지전스런 전투 두 번과 대사만으로 얼렁뚱땅 해치워서야, 적벽에서도 허세를 부리던 조조가 넋이 나간 낯으로 물러가는 게 와닿겠나? 유비 패밀리의 인생에서 꿈결마냥 가장 행복했을 이 시점을 저렇게 제갈군사 들어오고부턴 연승행진요 으쓱으쓱 'ㅅ' 이란 느낌으로 처리하고 말아도 되냐고. 한중전은 그런 전쟁이 아니란 말이야... 제작진이 긴 호흡을 다루는 데엔 딸린다는 건 쭉 느꼈던 것이지만 불만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 돈 문제인가? 이 무렵의 제작진 수중에 정말로 돈이 없었던 것일까? 장대높이뛰기를 편집한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던 건가...-_-
물론 내가 분노한 & 짜게 식은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지. 제작진은 나와 더불어 닥치고조운빠 아니었음? 공성계 어쩐 거임? 정사인증의 공성계 어디 간 거임?? 자룡은 일신도시담일세! 호위장군일세! 그 대사를 왜 못 쳐주는 거니!! 왜 못 보여주는 거니!!! OTL
관두자. 84부작이나 다시 볼란다......................OTL
-그러고 보니 합비는 그냥 지나간듯. 장료빠들을 생각하며 이쯤 해둘까.(...)
내일이나 모래쯤엔 관우의 최후를 보겠구나. 이제 다들 죽겠지. 조조도, 장비도, 유비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