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보다 10살 이상 어린 사람이 데뷔 무렵부터 수염길이만큼은 미염공의 뒤를 맹추격하고 있다만 손권이나 헌제나 조비나 심지어 사마의의 예를 보면 역시 비교하는 게 무의미한 것 같다. 그만 할래.(...) 기왕 턱수염 붙인 거 남만까지는 이 모습으로 갔으면 좋겠다. 상산 조자룡의 아이덴티티는 역시 소년장수! 만년청년! 이 사람에게 백발이 성성해지는 건 출사표 무렵으로 족하지 아니한가? -_-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눈치껏 내용을 때려맞춰가며 적는 감상입니다. 드라마의 실제 내용과 어긋나거나 곡해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내가 접한 삼국지 2차물의 범주 내에서는 조비가 선양받는 과정을 이렇게 길고 자세하게 묘사한 것이 없었다. 화봉요원이라면 이 이상으로 길게 보여줄 것 같지만 과연 내 살아생전에 볼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일 따위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고.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가 조조의 죽음으로부터 내리 3화 + 4번째 화의 절반을 조비 이야기로 밀 줄이야. 근데, 어쩌라고. 조조와 유비의 처음이자 마지막 정면대결인 한중공방전도 단 1화만에 끝내버렸는데 조비의 선양은 4화 가까이 끌다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동탁 이래 쭉 공기였던 헌제를 보여줌으로써 한나라가 형식상으로도 멸망한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럼 그것도 웃기다. 조조 살아생전에는 옥대 사건 말곤 존재감이 거의 없던 헌제가 조비 앞에서는 한나라의 마지막 황제로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소극적으로나마 맞서려 드는 것 같잖아. 뭐 조조보다야 조비가 만만하겠지만 그래봤자 산양공이면서. =_=
동탁과 맞먹으려 들고 조조의 뺨을 냅다 후려갈긴 화봉요원 헌제가 갑자기 생각난다. 결국엔 동탁과 조조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지만 그 헌제는 나름 일국의 "황제"다운 면모와 긍지가 있어서 좋았는데. 이 드라마의 헌제는, 글쎄. 내가 그런 입장에 있었던 게 아니니 함부로 말하긴 뭣하지만, 그다지 좋게 봐주고 싶진 않은 인생이다.
-관우의 죽음을 전해들은 이래 내리 3화를 몸져누워 있던(...) 유비에게 제갈량이 그간 형주에서 일어난 일을 대략 설명하는데, 이것도 웃긴다. 아무렴 손권이 관우에게 혼담을 넣었고 관우는 모욕으로 갚은 일 같은 걸 유비가 정말로 몰랐을까? 그리고 이 제갈량이 슬퍼하는 건 관우의 죽음 자체보다는 형주를 잃고 촉에 갇혀 위나라를 힘으로 제압할 길- 곧, 융중대가 막힌 것 때문인가 싶은데. 물론 곧 일국의 승상이 될 사람이라면 그런 대국적인 걸 먼저 생각하고 아쉬워하는 게 합당한 자세이긴 한데, 유비 패밀리의 근본적인 성향과는 좀 엇나가지 싶다. 어. 제갈량이 이릉 닥돌을 막지 못한 게 여기선 이렇게 연결되나.
에잇 중국어도 못 알아먹는 판에 망상성 추측질을 일삼아봤자 의미없는 짓이지. 그나저나 유비 패밀리는 유비가 왕이 되었는데도 그냥 주공이라고 부르는구나.
-눈치를 보니 제갈량과 조운은 유비에게 칭제를 권하자고 미리 이야기를 맞춰둔 모양이다. 제갈량은 조운이 먼저 정공법으로 찔러봤을 때 유비가 거부하면 자신이 앓아누워 눈물로 호소할 생각이었을지도. 조운이 운을 떼고 나머지 신하들도 옳소 옳소 하는 양을 가만히 보던 유비가 멋모르고 거들고 나선 위연한테 버럭하고(그래 위연이 그렇지 뭐ㅋㅋ) 자리를 뜬 후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보니 이 조운은 정치 쪽으로도 제갈량과 말이 잘 통하는 듯. 뭐어 조운이 제갈량의 사람인 거야 인증조차 필요없는 일이고(...) 아무래도 손부인을 다루는 문제나 입촉 직후와 장비의 죽음 직전에 간언한 것 같은 걸 기초로 정치력도 높게 잡아준 듯싶다. 물론 나는 돌쇠빠로서 춤을 추고 있다. 그렇지만 관우가 죽은 현재 촉군넘버원은 조운이 아니라 장비라는 걸 생각할 때 역시 묘하다.
그보다 유비가 유선에게 정말 엄하게 구니 동정심조차 생길 지경이다. 유비에게는 평생을 바친 야망이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비의 것이지 유선의 것이 아니었다. 유비가 늦게 기반을 얻은 탓에 조조의 자식들처럼 어려서부터 안정된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후계자의 지위도 살아있는 맏아들이니까 중신들이 싸고 돈 거지 본인이 조비만큼이나 간절히 원했을 것 같진 않다. 역시 10대에 덜컥 손책을 이은 손권의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어릴 때부터 형을 따라 전장을 돌아다니고 내정에 관한 일을 맡았던 것으로 안다. 유비 주위의 인물들이 워낙 s급 굇수들 투성이라서겠지만, 유선의 경우에는 그런 실전경험도 없었다. 유비 패밀리 자체가 유비 살아생전에 대업을 이루려 했지 유선의 대에까지 이어가리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하물며 유선 본인이 왕이나 황제가 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그 위치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을까? 황제로서는 용서가 안 되는 놈이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충분히 동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유선도 빨아줄 수 있는 나는 더럽고 악독한 막장촉빠다! 깔깔깔
-중경방송은 예고도 잘 보여줘서 좋네. 그러나 오늘 예고된 것은... 아, 허무하구나................
대체 이놈의 삼국지는 어째서 뒤로 갈수록 누가 언제 어떻게 죽는가를 중심으로 보게 되는 것이냐. 내가 진모의 취향에 물든 것이냐 아니면 이것이 삼국지에 내재된 본연의 속성인 것이냐. 모레 쯤엔 드디어 유비가 죽겠지 어떻게 연출될까 이 생각부터 하고 있다니 나도 글러먹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