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떠들었듯이 나의 넘버원은 조돌쇠고 넘버투는 승상님이지만, 저 순간 만큼은 나 자신이 인물에 대한 호오를 떠나 뿌리까지 촉빠라는 걸 절감했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대체 어디서부터...
그러니까 제작진 개객기들아 한중전 뭐냐고 한중전. 1화만에 끝내는 게 어딨어 써글넘들아. 그거 단순한 국경분쟁이나 국지전 같은 게 아니라니깐? 게다가 한중전에서 유비 패밀리 리즈 시절을 초호화판으로 보여줘야 직후부터 백제성까지 이어지는 추락이 더 비장하고 슬퍼지지 않겠냐고.
드라마를 보며 비분강개(...)하는 한편으로 갤질을 조금 했다. 한동안 관우의 형주 떡밥으로 좀 난리가 났나 싶었는데 어느새 조운이 화두에 올랐네. 그놈의 익군장군이 대체 뭐였길래 1800년 후까지 일용할 떡밥을 뿌리는 거냐고. 근데 이놈의 떡밥이 이번 기회에 새로이 튀어나온 게 아니라 몇 달 전 뜨고 작년에 뜨고 몇 년 전에 뜬 것이 계속 돌고 돈다는 게 재미있다. 삼갤을 눈팅한지 반년도 안 된 나조차 그걸 알겠는데 어째서ㅋ 아. 난 ㅇㄷㅋ님 댁을 스토킹한 기간이 있지. 여하간. 비장의 링크를 꺼낸 김에 나도 복습이나 해야지. 그 뒤로 갤의 흥분이 가라앉긴 했는데, 오늘 소동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이 그걸 정독해서 물러갔으리란 생각은 안 든다. 제풀에 지쳐 자러 간 거겠지. 그런 거 안 읽어도 촉빠에 조운빠일 사람들만 읽었을 게 틀림없거든.
뭐 나야 벼슬 품계 이런 것까지 파고들 만큼 똑똑하진 않은 데다 역사적 사실을 갖고 망상하며 노는 쪽을 더 즐기는지라, 아무래도 좋지만. 나만 좋으면 돼 나만 좋으면 키읔.
여하간 내일은 월드컵 그딴 거 업따. 소열제폐하께서 세상을 버리신다는데 내가 뭘 봐야 하겠음! 그깟 공놀이를?!
아니 뭐.. 오늘 이엄에게 탁고하는 데까지 진도 나갔으니까, 유비는 내일 시작하자마자 한 1, 20분 유언하다 죽겠지. 예고에 사마의가 나온 걸 보면 그, 위가 다섯 길로 촉을 압박했다는 이야기가 될 모양인데, 그럼 난 또 축구 켜놓고 멀티태스킹을 할지도 모르지. 아, 아니다. 감히 야구를 무려 한 시간이나 멋대로 땡기게 만든 사아칸 축빠들의 음모(?)에 부화뇌동할 순 업따. 드라마만 봐야지!
p.s. 원랑님 블로그에 갔다가.. 어랍쇼? 조비와 사마의를 하도 자세하게 보여주길래 조비의 7년 또한 자세히 보여주려니 했더니 남만과 함께 스킵당했다고라?? 생각해 보면 앞으로 13화 가량 남은 고로, 제갈량이 딱 94화에서 사망하려면 그때까지 5차례 북벌을 다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각각의 북벌은 참가자들의 활약(..글쎄 이엄의 경우엔 활약이라 하면 제대로 반어법인데 -_-)에 따라 분량배분을 다르게 받을 텐데, 그중에서도 조운과 마속이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강유가 데뷔하는 1차 북벌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게 정한 이치인지라. 통편집할 수밖에 없지 싶긴 하다. 이릉에서 불놀이 하느라 돈을 엄청 쓰기도 했을 테고... 그래도 좀 심한걸. 정말 삼국지 전체 이야기의 긴 호흡엔 신경 안 쓰는 제작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