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 師 表
신촌바닥은 지금 난리도 아니다. 2대0 완승이라니 좋긴 좋구나. 근데 나는 오늘 어처구니없이 등신스러운 갸야구에 크나큰 상처를 받아 축구고 뭐고 드라마만 봤지... 사실 징크스 비슷한 게 있기도 하고. 축구 국대만큼은 내가 안 봐야 이기더라. 정말 열심히 응원했다가 허탈감+분노를 느꼈던 98년 이래 쭉 그랬다. 예외가 있었다면 02년도 그때 뿐인데, 아마도 고3의 저주가 징크스마저 극복한 게 아닌가 싶다.(...)
뭐, 월드컵 마케팅을 빙자한 뻘짓거리들에 열받은 것도 있고. 어찌 됐건 오늘 드라마는 골이 터질 때마다 우오오 난리가 난 바깥 사정에 거의 관심을 돌리지 않을 만큼 집중해서 봤다.
마비노기 이벤트에 1대0으로 이긴다고 응모했는데 빗나가서 그건 삐졌다. 지성이횽한테 화낼 수도 없고(...)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눈치껏 내용을 때려맞춰가며 적는 감상입니다. 드라마의 실제 내용과 어긋나거나 곡해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유비, 字 현덕. 漢 左將軍. 漢中王. 蜀漢 昭烈帝. 향년 62세
-유비가 제갈량에게 직접 마속을 쓰지 말라고 충고했다는 썰이 이 드라마에서 풀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여기 마속은 무려 형주 시절부터 제갈량을 쫓아다니고 있었으니까. 어휴 이 등산가새퀴 그 전까진 잘 했으면서 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될 걸 멋대로 뻗대다 두고두고 천하의 개새퀴가 되었냐고 아나...
이 드라마의 유비는 정사 속의 성깔있는 효웅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조용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조조가 과연 자신과 나란히 할 영웅으로 볼 만한 인물이었다. 그랬던 사람이, 이렇게 가는 구나. 언제나 하는 생각이지만, 유관장 삼형제는 진정 셋이서 하나였나 보다. 어디서 어느 매체로 표현되어도 삼국지의 이름과 인물들을 빌리는 한 그 셋은 그렇게 묶이겠지.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남긴 로망은, 모 만화의 대사 그대로, 불멸이야...
-이 제작진이 미쳤나. 등지가 할 일을 왜 마속이 하고 있어? 너무한 거 아니냐? 등산가새퀴 말고 등백묘를 내놔 등백묘를!!
제작진이 미쳐서 마속이 손권한테 갔지만 나는 등지 얘길 하겠다. -_- 등지가 1차 북벌 종군 후 대략 20년 쯤 지나 군부의 고참이 되었을 때 70대였다 하니 손권한테 사신으로 갔을 때는 40대였거나 많아도 50 초반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헌데 내 안의 등지는 묘하게 30대 쯤의 젊은 인상이다. 굳이 <용의 부활> 같은 괴작까지 언급하진 않겠다. 그 시점에 그런 장소에서 죽을 리 없는 사람이 넷이나 죽어나간 괴작 따위. 흠. 2d가 됐든 3d가 됐든 내가 최초로 접한 그래픽 형태의 등지는 광영님놈들의 잔망스런 일러였다. 내 안의 등지가 뭔가 젊은 인상인 건 아무래도 광영 탓이 큰 듯하다. 내 안의 조운이 만년청년인 거야 정비석 씨와 우영선생님 때문이고. 하여간 뭐든지 퍼스트 컨택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 의미에서.(...)
-나 개인적으로는 유비 사후 6년간 제갈량과 조운이 서로 의지해서 촉을 이끄는 망상을 열심히 한다. 하지만 그 시기를 표현해 주는 창작자가 별로 없더라.(...) 때문에 나는 진심으로 북방선생께 감사하고 있다. 달빛 아래 두 사람, 같이 술 마시는 두 사람, 진중에서 같이 식사하는 두 사람, 충고해주는 돌쇠, 마지막을 지키는 승상, 짠하고말고.......(...) 근데 이 드라마에는 그런 것 없ㅋ엉ㅋ 남만을 포함해 5년이 한방에 스킵되면서 조비가 순식간에 죽어버리고 제갈량은 이미 출사표를 던졌으니! 더불어 계교전투..가 아니라 유비가 서주 구원한다며 공손찬으로부터 대여(가 아니라 영구적으로 소유권을 이전하고자 기망한 것으로 보였다만-_-)받을 때 데뷔한 이래 30년을 이어지던 상산 그 남자의 소년장수버프도 풀렸다. 혼자 시간을 달리니 빵 터지지만 뭐ㅋㅋㅋ이것이 상산 그 남자의 퀄리티니까ㅋㅋㅋ 제갈량과 다른 인물들의 실제연령 & 외견나이를 비교하는 짓은 이제 그만하기로 했는데 상산 그 남자 앞에서는 도저히 멈출 수가 없ㅋ엉ㅋ
이쯤에서 적절하게 올려보는 상산의 그 남자. 안 데려간다고 삐졌다.
(위연 등등 다른 장수들은 제갈량 앞에서 末將이라 칭하는데 혼자 我라니 역시 왕고로군?)
소년장수버프가 사라지고 비로소 본래의 나이로 돌아왔다만,
개인적으론 이릉 무렵의 분장이 제일 마음에 들었기에 좀 아쉽다.
(위연 등등 다른 장수들은 제갈량 앞에서 末將이라 칭하는데 혼자 我라니 역시 왕고로군?)
소년장수버프가 사라지고 비로소 본래의 나이로 돌아왔다만,
개인적으론 이릉 무렵의 분장이 제일 마음에 들었기에 좀 아쉽다.
-연의에서는 제갈량이 일부러 조운의 나이를 생각해 1차 북벌 때 빼려 했고 열받으신 상산의 최종병기께서는 안 보내주면 이 자리에서 머리를 깨고 죽겠음! 쯤 되는 내용의 협박을 해 겨우 선발이 된 것처럼 묘사되었던 것 같다. 등지를 붙여준 것도 노인네 무리하지 마세연 =ㅅ= 쯤 되는 우려 섞인 배려라는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나본한테 격하게 분노했다. -_- 당시의 촉에서 조진 상대로 별동대 끌 만한 사람이 조운 아니면 위연 정도였을 텐데, 있는 장수들을 다 동원해도 부족할 판에 나이를 문제로 빼고 자시고 할 여유가 촉에 있었겠나? 황충이라는 끝내주는 예까지 있는 동네에서?
애초에 조운은 생몰연도가 불분명하다. 229년에 죽었다고는 하는데 조운의 죽음이 기록된 후출사표가 228년작이라니 둘 중 하나는 뻥이거나 내가 연도를 잘못 기억한 것이어야 하겠지. 여기서 후출사표의 위작 여부 같은 걸 주워섬길 생각은 없고, 내 말은 그 정도로 촉나라 사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1차 북벌 무렵 조운이 몇 살이었을지 누가 어떻게 아나. 적어도 나본이 적은 것 같은 70대 노인장은 아니었을 것 같다. 한중에서 설치고 다닌 게 215년이니 북벌 무렵으로부터 13, 14년 전인데, 그때 50대 내지 60대여선 그런 괴물같은 닥돌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올해에 우리나이로 마흔하나 찍은 이종범이 겨우 10년 전과 비교해도 안쓰러우리만치 약해졌는데 하물며 스포츠가 아니라 전장에서 다대일 백병전을 뛰는 사람임에야? 북벌 때도 많아봐야 60대 초반이었겠지.
그리고 등지를 붙여준 것도 조운이 단독으로 작전 못 할까봐 우려한 탓은 아닌 건 분명한 게, 그것에 관련해 너무나 분명한 기록이 있거든. 기곡에서 조운이 진친 곳과 등지가 진친 곳은 산벼랑에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다니는 잔도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연락하는 것조차 겨우겨우 했다는 기록 말이다.(출처는 또 잊어버렸다.;;; 제갈량집에서 주석으로 본 건 기억한다. 다른 데서도 봤는데 그게.. 어디였지 어디였더라;;;;;;) 조운이 등지의 보조 없이 지휘하는 게 불가능했다면 그렇게 진을 칠 리가 없잖아. 무엇보다도 상산 조자룡의 진짜 가치는 자신이 맡은 전장에서 보여주는 완벽한 작전수행능력과 판단력 아니겠음? 기곡 퇴각 하나만 봐도 말 다했지. -_-^ 해서, 연의의 조운이 북벌에 안 데려간다고 땡깡부리거나 조진인가 하후무인가 아무튼 위나라 쪽 녀석의 계책에 말려 당할 뻔 한다던가 하는 묘사는 다 나본의 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조운이 강유와 일기토를 뜬 일도 있었을 리 없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의 빠심 때문만은 아니라는!(...)
그럼 왜 등지를 붙였을까?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건 키우기 위해서, 라는 것이다. 마속 역시 어느 정도는 키우려는 뜻에서 가정에 책임자로 보내진 것 같던데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오 하여간 등산가새퀴! 등지는 그 전까지 상서에 있었다. 상서는 황제한테 가는 문서를 보는 직책이라고 알고 있다. 오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이릉 건으로 피폐해진 외교관계를 회복시킨 것도 이 사람이었다.
-역시 조비는 사마의를 믿지 않았겠지. 자신이 형제들과 격하게 경쟁하며 후계자 자리를 잡았으니 다른 사람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 없다는 것 또한 잘 알 것 아닌가. 그래도 마지막에 붙잡고 아들을 부탁하는 사람이 사마의라는 게 이 군신의 묘한 점인데, 그쪽 얘길 하려면 나는 우선 위지부터 봐야 하겠지. 근데 사마의한테 탁고한 건 조예 아닌가? 조비도 했나? 사마의는 조비한테 찍혀서 멀찍이 도망쳐 있다가 조예 시대에 맹달 건수로 복귀하지 않았나... 아 위나라 역사 같은 건 몰라! 나는 더럽고 악독하고 편식 심한 촉빠라는!(...)
-이엄 이 개객기야 감히 승상님께서 출사표를 올리셨는데 울지는 못할 망정 태클이나 걸고 있어? 그러라고 유비가 탁고한 게 아닐 텐데? -_-+
출사표를 올리기 며칠 전에 마초가 병사했다는 내용의 대사가 지나갔다. 서량을 뒤흔들고 그 조조마저 죽음의 문턱까지 끌고 갔던 군벌의 죽음이 겨우 대사 한 마디로 처리되었구나. 이 드라마가 그렇지 뭐.. 라고 탓하기도 뭣한 게, 실제로도 그러니까. 이른바 오호대장들의 최후를 보면 적에게 참살됨, 수하에게 암살됨, 병사, 아마도 노환(황충은 이릉 이전에 이미 사망했으니까), 아마도 노환으로 정리된다. 이게 백프로 소설이었으면 오호대장은 한두 명은 아군의 분노+각성+렙업을 위해 희생될지 몰라도 전원이 이런 식으로 허망하게 죽을 리 없겠지. 오죽하면 북방선생은 마초가 죽은 게 아니라 세상을 등지고 은거한 걸로 썼겠나. 오죽하면 반삼국지니 후삼국지니 따위의 팬픽이 나오겠는가...
근데 조운에게 맡길 자리를 이미 잡아뒀으면서도 마초의 죽음을 운운하며 오호상장은 이제 님하밖에 안 남았음 나이도 많은 분이 무리하지 마셈 ;ㅅ; 이라며 울먹울먹이라니 이 승상님 왜 이러셔 아오 소름이 다 돋네ㅋㅋㅋㅋ;;;
-어제도 불퉁거렸지만, 남만을 빼먹고 조비가 순식간에 죽어버린 건 황당하다. 유비가 죽자마자 5년의 세월을 넘어 출사표가 펑 하고 나타난 듯한 이 기분은 무엇이냐? 이렇게 조비를 죽여버릴 거였으면 뭣하러 유비 패밀리쪽 흐름을 끊어가며 조비의 공자&태자 시절을 보여준 거냐? 알다가도 모를 놈들이다. 여하간 이 진도라면 내일은 조운이 한씨네 다섯부자를 상대로 무쌍난무를 펼쳐보이고 제갈량은 천수의 불운아를 낚을지도 모르겠다. 사마의가 피를 뿜으니 대체 뭔가 싶은데 설마 맹달의 배반 같은 걸 1화 넘게 잡아줄 리는 없잖아? 여하간 내일도 필견이다!
-유현덕이 가고, 조자환이 가고, 마맹기도 갔다. 다음은 마유상이다.
아, 안돼. 아직 조자룡은 안 돼.......................................;ㅁ;
Posted by 양운/견습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