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마지막 5년을 결정지을 말이었다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눈치껏 내용을 때려맞춰가며 적는 감상입니다. 드라마의 실제 내용과 어긋나거나 곡해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제갈량의 공성계에 대해선 중달선생이 한 마디로 평을 주셨습니다.
"내가 예언 하나 하겠는데 1800년 후에 우리들 이야기가 게임이 된다면
그 친구한테는 신산이 특기로 붙을 거야!"
그 친구한테는 신산이 특기로 붙을 거야!"
그윽한 표정으로 눈까지 감고 제갈량의 공갈을 감상하는 사마의를 보다 보니 레드클리프의 락배틀이 떠올랐다. 여기가 웃을 대목이 아닌데 웃음이 나오네.(...)
-이 위연은 조운한테 무슨 라이벌 의식이라도 있나? 모처럼 위연이 공성계를 두고 승상에게 찬사를 바쳤건만, 돌아온다는 말은 자룡은 왜 안 돌아옴 무슨 일 있으면 어떡해 ;ㅅ; 그때부터 위연의 활짝 웃는 낯에서 김이 새더니, 조운이 돌아와 기곡 퇴각의 경위를 보고하자마자 이것이 상산 조자룡이라능! >ㅅ< 일도 잘 하면서 상까지 거절하다니 역시 님이 최고라능! >ㅅ< 하고 칭찬이 폭포수로 쏟아지니까 아주 벌레 씹은 표정이 되어버린다. 관장이 죽은 후부터 조운과 위연이 한 자리에 있을 때면 요상하게도 카메라가 두 사람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대조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종종 보였다. 재미있는 건, 위연은 아무래도 조운을 의식하는 모양인데 조운 쪽에선 아무 관심이 없다는 거다. 그때마다 승상과 짜고 뭔가 일을 하느라 바빴거든. 위연이 그렇지 뭐.(...)
한편으로 조운은 어떠한고 하니, 등지로 추정되는 이름 없는 장수가 =_= 신이 나서 조운의 공을 설명하고 그걸 들은 제갈량이 너무나 기뻐하니까 입이 귀까지 찢어지려는 걸 가까스로 참는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벤자민 버튼도 찍는 시대인지라 젊은 배우에게 6, 70대 노인 분장을 시켜도 크게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만, 그러니까 어쨌거나 이 조운은 현재 노인장인데... 노인장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냐고! 내 얼굴이 다 뜨거워진다!;;;
그래서 말인데, 기곡 퇴각은 또 왜 대사로 처리되고 만 것일까? 조운무쌍은 손부인한테서 아두를 되찾아올 때 어영부영 보여준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일까........... 한중공방전도 잘라먹고, 1차 북벌도 잘라먹고, 제작진한테 그렇게 돈이 없었던 걸까. OTL
-마속이 죄를 고하는 자리에서 조운과
읍참마속의 고사는 흔히 삿된 정을 두지 않고 공적인 일을 처리하는 냉엄함으로 표현된다. 물론 제갈량이 공적으로 보인 업적과 언행은 매우 성공적이고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법가의 표본처럼 보일 정도이긴 한데, 마속을 벤 일의 경우에는 결코 군령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실책으로 인한 곤궁함을 구하려는 순간의 거짓말로 장안 코앞까지 갔던 촉군을 유턴시킨 이엄은 어떻게 됐던가. 그건 명백히 이적행위였다. 그렇지만 이엄은 죽기는커녕 폐서인으로 끝났으며, 그나마도 자신이 일을 잘 하면 공정한 제갈량은 그것대로 평가해 복직시켜 주리라고 끝까지 희망을 품지 않았던가. (이엄의 세력이 빵빵한 탓도 있었겠지만, 죄질로 따지자면 가정의 패배에 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 게다가, 마속을 벤 1차 북벌 이래 촉군에는 패전을 이유로 강등되거나 처형된 사람이 없었다. (희미하긴 한데 나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한편으로, 탄핵된 작자는 있다. 요 앞에 이엄이라고 -_-) 읍참마속에 관련된 썰은 별로 읽어본 게 없는데, 그 중에선 이중텐 교수가 형주인사와 익주인사의 알력다툼을 전제로 제기한 제갈량의 법치에 대한 썰이 그럴듯하게 들렸다.
-처형장에서 마속에게 마지막 술을 건넨 사람이 위연이고, 또 그 위연이 눈물을 비치기까지 하니 이것도 묘하다. 여기 마속은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걸까. 하긴, 형주 때부터 함께한 데다 가정 전까지는 똑똑하게 일을 잘 했으니 (게다가 이 드라마에선 등지 대신 손권한테 가서 양국을 화해시키기까지 했고 =_= 아니 마속이 실제로 그 정도 공을 세웠으면 폐서인을 할지언정 처형은 못 할 텐데?;;;) 위연에게 딱히 마속을 싫어해야 할 이유가 없긴 하구나. 내 안에는 제갈량과 위연이 끝까지 보이지 않게 불화가 있었다는 썰이 아주 깊게 박혀있다. 해서, 제갈량이 예뻐하는 게 누가 보기에도 명백한 마속 같은 사람이 위연과 잘 지냈으리란 식으로는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단지 그게 문제다.
내 안의 위연 이미지에 잔잔하니 파문을 일으키는 묘사는 이게 끝이 아니다. 이 위연은 조운이 죽은 후 오장원까지 촉군넘버원을 뛸 위치라는 게 고려된 건지 제갈량과도 친하게 지내려 노력하는 게 보인다. 자오도 떡밥이 차단당했을 때를 제외하면 언제나 제갈량에게 사바사바하는 것이 처음 얼굴을 대하자마자 반골노무새퀴 소리를 들은 사람으로 볼 수 없을 정도다. 제갈량 역시 그 옛날 보자마자 자기 입으로 정면에서 반란군노무새퀴 소리를 했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위연과 잘 지내고 있다. 위연을 재조명하는 것까진 나쁘지 않은데, 그게 마치 조운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연출된다면 나는 매우 쓸쓸할 거야...... 그리고 불을 토할 것이야. 사람은 능력이 전부가 아니더란 말이지! =_=
우선은 양의가 등장할 날을 기다려야지. 위연! 결국 그것이 당신의 퀄리티다!(...)
-이 사마의는 어째 보면 볼수록 창천항로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창천항로의 심심한 사마의를 말하는 게 아니라, 킹곤타의 창천 캐릭터들에 공통되는 과장된 캐릭터리티 이야기다. (예를 들자면, 제갈량에게 파격이 지나치다 못해 까무라칠 것 같은 해석을 씌워 수많은 사람들을 기함하게 만들었던 것 같은. =_=) 조조 앞에서 이름을 막 불러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조예 앞에서 굴러다니며 웃어제끼네. 음, 이 사마의는 뭔가 인생에 대해 초탈한 것 같은 인상이다. 이런 캐릭터한테 어떻게 지극히 세속적인 행위인 '찬탈'을 시키려는 걸까, 제작진은.;
-사마의가 정주 앞에서 두들겨 팬 남자는 누구지? 설마 사마사나 사마소는 아니겠지?; 아니라고 해줘. 자식보다 자식뻘 되는 어린 아가씨를 더 보살피는 사마의는 내가 아는 사마의가 아니야. 사마사! 사마소! 이럴 때가 아니다! 어서 형제들을 모두 모아놓고 단식투쟁을 시작하라! 그, 그런데 이 사마의는 조강지처가 굶는 건 괜찮아도 자식들이 굶는 건 못 참는다며 항복했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리...; 저 정주라는 여자는 오리지날캐일까, 아니면 실존인물일까? 도무지 제작진의 의도를 알지 못하겠다.;;;
-조운이 죽었다. 조운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은 북벌을 세 번 외친 것이었다, 라고 강유가 전했다. 이 제갈량이 이렇게까지 서럽게 운 적이 있었던가. 유비가 죽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조운은 이 제갈량에게 아주 주박을 걸어버렸구나. 조운의 부고를 들은 직후 후출사표를 마무리지으면서 이어진 문장이 바로 국궁진췌 사이후이라니, 이.. 이 제작진 놈들이..................ㅠㅠ
그리고, 내가 평소에는 역사상의 유선한테도 실드를 쳐주는 막장촉빠지만 오늘만큼은 이 드라마의 유선을 좀 까야겠다. 이 호랑이한테서 난 개자식아. 와. 연의처럼 장판파나 장강에서 구해준 정을 기억하는 것까진 바라지 않았다. 그렇지만 유선은 황제란 말이다. 일국의 중신이, 그것도 군부넘버원이자 선제를 모신 세대 중 거의 마지막 개국공신이 죽은 건데 반응이 겨우 그거냐? 인간으로서나 황제로서나 개념이 부족하네. 우영선생의 유선은 지능은 낮아도 (선생님의 조운빠심에 힘입어) 슬퍼할 일이란 건 분간했더랬다. 그건 사실 지능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감성 문제고 예의 문제잖아. 이녀석은, 답이 없구나. 이 제갈량이 아무 까닭 없이 후출사표를 올리면서 조운의 부고를 같이 전했을까. 눈을 내리깐 채 담담하게 유선의 멍한 반응을 받아넘기는 제갈량이 안쓰럽다. 이딴 놈을 황제라고 모시면서 본격적으로 식소사번할 걸 생각하면 정말 미치도록 안타깝다.
뭐, 이 유선이라면 조운한테만 시호를 안 내려 강유의 속을 뒤집었던 그 유선이 맞긴 하지만.
*추가. 복습하면서 자막에 집중해 보니, 이 제갈량이 유선한테 열받은 건 위촉오로 삼분된 지금을 평화기라 보고 안주하려 드는 것 때문이었다. 조운의 부고와 후출사표를 동시에 전달받으면서 유선이 보인 총체적인 반응은 이젠 나 혼자 남았다, 죽어서라도 선제의 뜻을 이으리라는 정신으로 무장하고 나온 제갈량을 맥빠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근데 유선의 그런 점에 대해 사람으로선 이해를 못 할 것 없다는 게 내 슬픔이라니까... =_=
-그리고 승상께서는 위연이 적장의 목을 베어온다고 일일이 기뻐하진 않으십니다. 물론 위연도 자기 말대로 안 한다고 성질냅니다. 이 사람, 자신이 촉군넘버원이 됐겠다 이젠 대놓고 부하들 앞에서 뒷담하고 승상에게 대들기까지 하는군? 자오도만 타면 만사형통일 것 같지? 요상하게 사이가 좋다 했다니 역시나 이 모양이다. 의지하거나 대등하게 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죽고 군부넘버원은 대들면서 뒷담이나 까대고 누구는 탁고대신 주제 헛소리를 하거나 아군의 발목이나 잡고 남아있는 녀석들은 먹이 받아먹는 제비새끼마냥 의지할 생각만 하니, 식소사번을 안 할 수가 없겠다. 내부에 대해서도 고군분투 아니냐고, 이건......
설마 강유는 자신의 불운이 제갈량의 5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란 식으로 자아비판&자기세뇌하며 30년을 버틴 건 아니겠지.;;;
-예고에서 화살을 맞는 저 위군 장수는 장합이려나. 그럼 내일이 장준예 차례겠구나.
오늘 죽은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삼국지를 완독할 때 최대의 고비가 바로 조운의 죽음과 후출사표라고.... 오히려 여기만 넘기면 오장원까진 버틸 수 있는데. (그야, 내 안의 삼국지는 오장원으로 끝이라서지만.(...))
오늘자 감상을 올리려고 스샷을 정리하다 놀랐다. 다른 장수들은 기본적으로 성씨+장군으로 불린다. 조운도 본래 그랬고. 그런데 언제부터 자룡장군으로 불린 거지? 강유 같은 신출내기도 자룡장군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일종의 애칭인가 싶은데, 제작진이 넘치는 빠심을 무쌍난무로 펼쳐보이지 못하자 이런 데서 쓸데없이 과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 자룡장군을 더이상 볼 수 없지만 말이야.
Posted by 양운/견습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