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은 광영의 삼국지10 버전


1. 원방 : maybe 예주 여남
300편 넘는 분량을 딱 두 번 통독한 것으로는 확신하지 못하겠지만, 일단 내 기억 속에는 원방의 출신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래서 원방의 친부인 원소 쪽으로 찾아봤다. 원소는 여남 사람으로, 잠깐 원님 노릇을 한 시절을 빼면 180년대 까지 쭉 고향 근처에서 지내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원방은 190년대에 이미 10대 후반 내지 20대였다. 181년생인 제갈량이 190년대 초반의 서주학살 때 이미 다 자란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이 만화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원방은 어쨌든 제갈량보다는 나이가 많아야 한다. 수경팔기는 원방이 등장한 후에야 생긴 거니까. 그, 그럼 관도대전이 시작된 지금 원방은 설마 이립... 넘어가자. 진모가 신경쓰지 않는 걸 왜 내가 신경써야 하나. -_-;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170년대에 원소가 있었을 지역이 여남이라 생각되어 그쪽에 동그라미를 쳤다.

2. 순욱 : 예주 영천
오오 별들의 고장 영천......... 영천의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다. 낙양에서 동남쪽으로 500리가 어디야? 어쨌거나 예주에 속하니 허창 근처겠지 싶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200킬로가 남한의 절반을 가로지르는 거리인데, 이렇게 광영의 게임맵으로 보니 대륙 기준으로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란 게 팍팍 느껴진다. 영삼에 부록으로 딸린 지도가 제법 세세했던 것 같은데 내일이라도 가서 확인해볼까..
*수정 : 정비석 삼국지 앞의 지도로 위치 확인 완료. 허창보다는 아래였다.;

3. 가후 : 량주 무위
서량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지독하게 먼 곳에서 중앙까지 갔네. 동탁에서 조조에 이르기까지 섬긴 주인들의 근거지가 점차 허창에 근접해가네. 일신의 처세와 판단력이라는 면에서 보면 정말 무섭도록 똑똑한 사람이다.

4. 곽가 : 예주 영천
순욱의 영천실드에 힘입어 조조의 눈에 띄었다..고만 할 수도 없는 것이, 확실히 영천 출신들이 비범하다. 아직 세설신어를 절반 밖에 못 읽은 지금 돌이켜 보면 등장인물들 중 1/3은 낭야, 1/3은 영천 출신이었던 것 같다. 과연 별들의 고장.

5. 주유 : 양주 여강
더럽고 악독한 빠 근성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관심을 안 두다 보니 이 동네에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얽혀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주유는 어릴 적부터 지겹게 양자강을 보고 자랐으려니 싶다.

6. 방통 : 형주 양양
어째선지 내 안의 형주는 충청도스러운 인상이 있다. 수도권 바깥이지만 아주 멀진 않아서 유한 양반님네가 사는 평화로운 동네 인상.... 이라니 삼국지를 너무 읽었구만. 뭐 진수는 방통을 순욱과 같은 과로 분류했으니 실존인물 방사원은 충청도 양반님스러웠을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물론 화봉요원의 방통은 순욱 과이긴커녕 순욱의 대립항 포지션에 들어가는 곽가조차 자기 편으로 여길 수가 없는 제3의 광역도발러 & 맵핵병기라는 느낌이긴 한데.

7. 제갈량 : 서주 낭야
어떤 사람들은 낭야가 산둥반도 근처인 걸 이유로 제갈량이 환국사람이라고 주장한다더라? -_-

8. ??
8기는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법효직을 강력하게 밀고 있으니 그 사람에 맞춰 보자면, 옹주 부풍이다. 외국문자울렁증 때문에 파성넷에 있는 지도를 보고도 부풍이 어딘지 정확한 위치는 못 찾았지만;; 대충 장안 서쪽, 안정과 한중 사이 쯤인 것 같다. 어쩌다보니 노랑 동그라미를 오장원이 포함되게 그렸는데, 타자하다 보니 오장원보단 진창에 더 가까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 지역은 사실문제라 추측하고 자시고 할 게 아닌데 나 지금 뭐 하니...
*수정 : 역시 정비석 삼국지 부록 지도로 위치확인 완료. 진창이 부풍군 내의 지역이었다.;


여기서 잠깐. 위의 맵은 삼국지10의 승상출사 시나리오(227년)를 시작한 직후 버전이다. 광영 게임 좀 해본 사람은 누구나 알다시피 광영의 위 촉 오는 각각 파랑 녹색 빨강의 고유컬러링을 갖는다. 그걸 염두에 두고 다시 수경팔기(에서 작가의 오리지널인 원방은 제외하고)의 출신지를 보자. 주유를 제외한 전원이 위나라가 차지할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심지어 파촉 지역에선 단 한 명도 나지 않았다. -_-;;; 석연찮긴 하지만 고개는 끄덕여진다. 인구비율적인 의미에서나, 정치경제교육문화시설이 오랜 세월 집약되었을 중원지역과 그렇지 못한 촌동네를 비교하는 의미에서나. 한편으로 악성촉빠로서는 강유 시대의 촉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촉에 사람이 없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시대 사람들은 조조와 유비 같은 말도 안 되는 괴물들을 라이브로 목격했다. 거기에 촉나라 사람들은 제갈량이라는 전무후무한 천재를 겪었으니, 평화기였으면 충분히 천재 소리를 들었을 사람들도 저 시대에는 선진들만 못한 그냥 그런 재목들로 여겨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완은 잘못한 게 없음에도 단지 제갈량의 후임이라는 이유로 사방에서 폭풍처럼 까이곤 했다지 아마.

한편으로, 역사 속의 조조가 서주를 공격할 때 양민을 학살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두 사람의 영향으로 역사가 좌우된다는 식의 논리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순간의 지점에 선 개인들의 개성과 영향력을 아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전제로 IF를 상상하자면 우선 제갈량의 가족이 강동과 형주로 흩어져 피난갈 일이 없었을 테니, 서주에서 평범하게 어른이 된 제갈씨 형제가 모두 자기 고향을 다스리는 조조 밑에서 평범하게 사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갈근과 제갈량이 각자의 나라에서 발휘한 능력을 IF세계의 위나라에서는 발휘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손권과 유비가 각자의 중신을 얻지 못하는 만큼 조조에게는 손해될 게 없다. 오히려 플러스가 되면 됐지. 어찌 됐건, 결과라는 열매에는 확실히 거기 이르기까지 지나온 모든 과정의 맛이 포함되는 모양이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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