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 위키피디아에서 제갈량으로 검색해 들어간 페이지에 적힌 내용이다. 위에서부터 제갈교, 제갈첨, 제갈회. 딱 보면 견적이 나오겠지만 제갈량의 자녀들이다.
읭? 제갈량의 자녀들? 교는 조카이자 양자고 첨은 친자다. 그건 삼덕이면 다 안다. 그런데 세 번째의 저 제갈회(諸葛懷)라는 사람은 누구지? 제갈첨은 외아들이 아니었나? 아니 그보다 제갈첨 보다도 인물소개가 길잖아!
위진남북조 무렵에 '제갈회'라는 이름을 쓴 사람은 네이버 검색으로 두어 명 걸린다. 그러나 이름자에 쓰인 한자가 위키에 올라간 저 한자와 다르다. 국내의 포탈에서는 저 한자명으로 뜨는 웹문서를 아직 못 찾았다. 구글링을 해보니 중화권 쪽으로는 저 위키피디아의 글을 그대로 cccv한 거라 추정되는 페이지들이 주르륵 뜬다. 한술 더 떠 227년생인 첨이의 연년생 동생인양 228년생이라고 끄적여놓은 웹문서까지 발견했다. 출생연도는 순도 99.9%의 뻥이라 여겨진다. 227년과 228년의 제갈량은 집은커녕 성도 근처에도 없었다. 1차 북벌 중이었으니까. 228년생의 자녀라는 건 황씨가 맨날 워커홀릭한다고 밖으로만 싸돌아다니는 남편한테 역정을 내 바람을 피우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럼 제갈회는 실존인물이냐는 의문이 든다. 명색이 유비의 처남인 오의나 늘 조운 다음가는 평을 들었다는 진도에게 전 하나 만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사료가 부실한 촉나라라지만 제갈량 정도 되는 인물의 자녀라면 하다못해 이름자만이라도 남기지 못할 리 없다. 촉나라의 숱한 2세들이 자(字)조차 전해지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전에 이름만은 올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촉서 제갈량전에는 저런 사람이 없다. 제갈량한테 진수도 모르는 자녀가 있었다는 식으로 말하진 말자고 우리. 제갈량 사후 유선이 첨이한테 얼마나 영전을 퍼줬던가. 다른 자녀가 있었더라면 마찬가지로 매우 퍼줬을 것이다. 벼슬 한 자리라도 내렸으리라. 그럼 소극적 승상빠인 진수가 당연히 이름만이라도 올렸을 텐데, 나는 그런 기록을 못 봤다. 뭐 내가 참고해봤자 파성넷 하나 뿐이지만 그쪽에 번역을 올린 분이 일부러 빼먹었을 리도 없지 않은가. 이쯤 되니 저 위키글을 작성한 사람이 성만 제갈씨인 삼국시대 사람이나 손자대를 넘어가는 제갈량의 후손을 착오로 잘못 올렸나 싶어졌다.-_-;

좀 더 건덕지가 있으려나 싶어 ctr+f를 돌려보니 위키피디아의 같은 페이지에 제갈회라는 인물이 다시 언급된 게 보였다. 제갈량과 관련된 전설이 나열된 대목이었다.

亦有傳說指諸葛亮另有一兒諸葛懷與一女諸葛果。在晉朝時曾召錄漢代名臣之後裔到京城任職,但諸葛懷推辭,自給自足,在家終老。而諸葛果則相傳在成都西南乘煙觀修行和成仙升天
-위키피디아에 주석으로 적힌 출처 : <諸葛忠武侯文集·故事卷一·朝真觀記>

어라? 여기선 따님까지 추가되네? -_-;;;
중국어고 한자고 까막눈이라 구글 번역기를 돌린 결과로 대충 보자면, 또다른 아들인 제갈회는 사마씨네 진나라 때 수도에서 벼슬하다 물러나 집에서 여생을 보냈다 + 제갈과라 하는 따님께서는 성도 근처에서 도를 닦아 우화등선하셨다는 전설이 있다, 대략 그런 소리 같다. 제갈회에 대한 언급은 본문의 맨 위에 붙인 짤에 적힌 것과 내용이 비슷하다. 그럼 주석에 달린 저 출처가 문제다. 그래서, 이건 또 뭐냐. 제갈충무후문집? 내가 전에 본 제갈량문집(와룡의 눈으로 세상을 읽다)의 원전인가? 여기에 제갈회와 제갈과에 대한 저 기록이 모두 적혀있다는 건가, 아니면 제갈과에 대한 전설만 적혀있는 건가? 애초에 이 책은 정체가 무엇이고? 이제부턴 감감 전혀 모르겠다. 관심인물만 집중적으로 겉핥은 팩트와 나본의 픽션을 조물딱거려 망상질하고 노는 더러운 덕후아마추어의 한계다. 여기서 항복하자. 우아아아아! OTL
누군가 능력자가 확실하게 밝혀내기 전까지는 제갈첨=외동이로 생각하자. 1800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무렴 1800년이 지나도록 배출된 삼덕의 수가 적을 리 없으며 그 숱한 삼덕 중에 심심풀이로 이런 지엽적인 걸 캐고 다닌 사람이 없을 리도 없다. 1800년 동안 줄기차게 가해졌을 검증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도 무섭다. 그런데도 1800년 후의 우리가 알기에 제갈첨은 독자다. 그럼 그런 거겠지.
대륙의 위키에는 이렇듯 뭔가 떡밥내 풍기는 썰이 산재하겠지. 어느 분이 삼갤에 올린 관평에 대한 썰도 흥미로웠더랬는데 말이다. 으윽, 난 궁금한 건 못 참는데. 한자를 공부할까? 내가 한자를 공부해서 들어가봐야 하는 걸까? -_-;;





p.s. 생각해 보니 첨이도 은근히 황당한 신세구만. 어디선 서자라는 개드립까지 나왔던 것 같은데.(...)

p.s.2 또 생각해 보니 북방선생은 오랜만에 집에 들어온 제갈량에게 자녀'들'이 앵기는 장면을 쓴 것 같은데. 물론 첨이는 단 한 번도 언급된 적 없이 뭉뚱그려서 자녀'들'이라고 되어 있었지 아마. 아니 이 양반이?(...)

p.s.3 위키피디아의 같은 페이지에서 스크롤을 쭉 내리다가 발견한 손문 선생의 글월 :
「諸葛亮很有才能,所以在西蜀能夠成立很好的政府,並且能夠六出祁山去北伐,和吳魏鼎足而三。」
위키에 따르면 그것도 삼민주의 중 민권주의를 논하면서 한 말이라고. 음. 손문이 하려 한 것도 북벌은 북벌이지. 제갈량이 공화정을 선도했을 리 없으니 일단은 북벌과 관련해서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 말이 나온 원전을 찾아보고 나서 할 이야기지만 손문 역시 승상빠일 가능성이 살그머니 엿보인다. 기분 탓인가.(...)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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