짦은 생각들

중얼중얼 2010. 12. 21. 01:42
-하루종일 라디오를 들었다. 나는 이번 훈련을 지지했으며 이에 대해 북한이 진짜로 자위적 타격인지 나발인지를 즉각 가해오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도 혹시나 무슨 일이 있을까봐 은근한 두려움을 느끼며 뉴스에만 집중했다. 나에게는 이 상황에 유의미한 변화를 줄 만한 어떤 힘이나 지위가 없다. 북한은 왜 저런 짓을 하고 주변국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어림짐작한 걸 배 째라고 포스팅할 배짱조차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고 싶지 않다. 관심을 가질수록, 뉴스를 찾아다닐수록, 내 무력함과 정보 부족만 확인하게 되어 불안해질 뿐이다. 무슨 일이 터지든 그것은 나라 안팎의 윗사람들이 좌우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내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칠 정도의 실체를 얻기 전까지는 그저 아무 일 없는 듯 아무것도 모르는 듯 내 일상에 충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힘도 지위도 책임도 없는 일개 국민이 가장 충실하게 국민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국민이 관심을 갖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앞뒤를 알아야 그 '다음'에 무슨 결정이든 하지 않겠는가. 자기 계좌의 펀드 투자가 되었든, 투표가 되었든, 민주주의의 기본은 아는 것에 바탕한다. (민주주의의 발전과정에서 괜히 국민교육이란 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다만, 힘이 없는 자는 어느 시대에나 휩쓸려다닐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화가 치밀었다. 그 대국이란 것에 아주 약간의 영향도 줄 수 없을 뿐더러 소식통도 빠르지 못했던 옛 시절의 백성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인간이 벌인 일이다. 그럼에도 뒷감당은 만인에게 천재지변처럼 떨어진다. 옛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하늘에 비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동양의 고전에서 자주 등장하는 '하늘'이라는 개념이 이렇게 달리 보였던 적이 없다.

-그리고 저 변변치 못한 김가왕조 덕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중의 이목에서 빠져나가는 꼬락서니가 짜증스럽다. 낮부터 지금까지 ytn 뉴스를 들었다. 훈련과 관계된 이야기만이 반복되고 반복되고 반복되었다. 현대건설에 대한 뉴스 같이 훈련과 관계 없는 화제는 일기예보를 더해도 30분도 방송되지 않은 것 같다. 하기야, 이번 정권의 3년은 근 10년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사건사고가 잦아서 사회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역치만 한없이 높아지고 있는 감이 있다. 이번 북한 문제처럼 나라 바깥까지 뒤흔들 파괴력을 갖지 않는 한 별 일을 봐도 그래서 뭐? 라는 기분부터 드는 것이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제한되고 경직될지도 모른다는 뻔한 전망에 이르면 내 안에 있는 조그만 파쇼 녀석이 그래서 뭐? 라며 고개를 쳐든다. 이건 매우 곤란한데.

-박사장과 승짱이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 이승엽은 둘째치고, MLB에서 최다승을 올린 아시아 투수가 미국을 떠난 것을 기쁘게 생각하긴 어렵다. 리그에 대한 인식이란 게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런 걸로 세월을 느낀다느니 안타깝다느니 같은 한탄은 하고싶지 않다. 내가 10대였을 때 이미 영웅이었던 사람들이다. 그 시절 그 사람들 덕에 힘을 얻었고 기뻐했던 우리가 이제 돌려줘야 한다.
어떤 길을 택하든, 앞으로 얼마나 더 선수생활을 하든, 응원하겠습니다. 오릭스를 가을야구에 보내주세요. 두 선수가 야구하는 모습을 되도록 오래도록 보고 싶습니다.

Posted by 양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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