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다섯 명은 각자가 거느린 군단에 따라 전군장(前軍長), 좌군장(左軍長), 후부군장(後副軍長), 우부군장(右副軍長), 익군장(翼軍長)으로 분류되는데, 훙슈취안의 다섯 동료인 양슈칭, 펑윈산, 샤오차오구이, 웨이창후이, 스다카이가 바로 그들이다.
-<신의 아들 홍수전과 태평천국> 조너선 D. 스펜스, p.229

그리고 양슈칭은 동왕에 봉해지고 구천세로 불리며, 샤오차오구이는 서왕이자 팔천세로, 펑윈산은 남왕이자 칠천세로, 웨이창후이는 북왕에 봉해지고 육천세로 불린다.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전투에서 거듭 공훈을 세운 스다카이는 익왕(翼王)에 봉해지고 오천세로 불린다.
-같은 책, p.242


삼국지에서 태평천국의 난과 비교할 만한 부분을 찾자면 기껏해야 황건적의 난 정도일 텐데 이 엉뚱한 책의 엉뚱한 대목에서 설레이는 나는야 삼덕이어라. 나는 청조의 관직을 전혀 모른다. 청나라에도 전후좌우 사방장군이 있었을까? 근거는 없지만 그렇진 않았을 것 같다. 한나라와 청나라 사이에는 1500년의 간극이 있다. 게다가 초기의 태평천국군이 주례에서 군제의 상당부분을 취한 걸 보면 저 편제는 청나라의 관제와 그다지 관계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난데없이 익군장이 무엇이더냐?
홍수전이 왕을 자처한 초기에 자신과 비견한 한족의 옛 군주가 유방이고 주원장이다. 그런 걸 보면 저것이 한대나 명대의 군제와 관련이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은 든다. 반청은 외쳤지만 복명에는 관심이 없었으니, 아마도 한나라 쪽이겠지. 그런데 한나라에는 익군장군이라는 게 없었다. 한나라를 계수했다고 주장하는 촉한에는 익군장군이 있었다. 유비가 한나라의 관제에는 없는 특별직을 만들어낸 게 두 개 있었으니 군사장군과 익군장군이라, 실세나 정확한 서열은 알 수 없지만 익군장군이라는 것은 일단은 잡호장군이었다. 헌데! 홍수전은 사방장군을 흉내낸 거라 여겨지는 저 편제에 익군장이라는 걸 더했단 말이지! 제정신이던 시절의 홍수전은 현시(縣試)를 통과하고 부시를 준비하던 평범한 유생이었다. 책을 절반 가량 읽은 지금까지는 딱히 홍수전에게서 삼덕의 기운이 느껴지진 않는다. 그렇다면 촉나라의 그 아스트랄한 관제는 여기서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정확히 어디서 영향을 받은 건지 알 수 없으니 주어진 것만 보도록 해보자. 고하의 차이는 있으나 저 다섯 사람은 홍수전의 최측근이며 각각 왕으로 봉해졌다. 바깥에서 볼 때는 그들의 지위가 대략 대등해 보인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익군장도 군단의 지휘자로서는 나머지 넷과 대등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전후좌우 사방에 자리가 찼다면 다섯 번째 장군이 들어갈 자리는 어디겠는가?
삼갤에서 익군장군이 사방장군의 중앙위치로 위장군 정도에 해당된다고 해석하는 썰을 본 적이 있다. 참으로 엉뚱하게도 태평천국에 대한 책 때문에 그 썰이 내 안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산 남자의 빠로서 어깨가 으쓱거린다.
그나저나. 스다카이라고 옮겨진 저 석달개라는 인물은 태평천국 지도층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능력자였으나 내부의 권력다툼이 좋지 못한 곳을 스치면서 버림받아 쓰촨으로 들어간 후, 거기서 최후를 맞았다고. 자세한 것은 책의 뒷부분을 마저 읽어봐야 알겠지만 벌써부터 묘한 기분이 든다. 촉땅이 옛부터 그랬지 뭐.



여담. 신해혁명 이전 사람들이니 우리 식으로 독음 달면 될 텐데 왜 역자 양반은 중궈 발음으로 옮기셨누. 공자나 강희제 정도 되지 않으면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라도 중국발음으로 이름이 옮겨져 있어서 좀 헷갈린다. 우리나라에 화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화퉈가 누군지는 알 게 뭐란 말인가.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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