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가던 아저씨의 한줄 감상 : 에이씨 영화가 쓰레기네.
나의 두줄 감상 : 한소열을 까는 자는 나와 백합을 겨뤄야 할 것이오. 그러나 무후를 까는 자 나와 천합을 겨뤄야 할 것이야!!!!!!!!!!!!!!!!!!!!!!!!!!!!!!!!!!!!!!!
이하는 약간 미리니름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오로지 조조의 관점에서 전개한다면 충분히 나올 수도 있는 팬픽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후반까지는 가끔 촉빠심이 울끈불끈 꿈틀거리는 걸 그럭저럭 잘 참았습니다. 문제는, 조조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패도의 논리에 맞서가며 관우가 기어코 유비에게 돌아가려 하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제시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관우가 말하는 의는 두리뭉실하고 실체가 없습니다. 눈 앞의 정리에 우선 반응하고 보는 소인배적인 구석조차 있습니다. 관우가 기어코 유비에게 돌아간 이유를, 유비가 조조에 맞선 이유를 관객이 기본상식으로 숙지하고 들어올 거라 전제한 것일까요? 적어도, 실존인물인 유비는 정이나 인 같은 것만에 의지해 조조한테 맞선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오관돌파를 넣은 시점에서 이미 정사가 아니라 연의 베이스입니다만, 관우의 "의"를 표현하기에는 한참 부족해 보입니다. 나름의 뜻과 논리를 세우고 굳게 견지해가는 조맹덕이 있지만, 그뿐입니다.
그건 그거고, 이제 촉빠로서 감상을 털어보지요.
최후의 최후에 조조가 치는 대사 몇 줄이 기어코 저를 분기시키는군요. 거기서 공명이 왜 나오나? 관우의 죽음은 제갈량의 음모라는 암시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같은 건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음모론이고, 중점은 제갈량이 천하삼분계를 내놓아 조조 대에서 천통을 이루는 걸 방해했다는 데 있겠지요. 그렇지만 열받는군요. 똑똑한 사람 한 명이 내놓은 구상 하나만으로 세상이 움직이진 않습니다. 그 계획에 공감하고 찬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실현되는 것이지요. 역설적이게도 조조의 마지막 대사는 제갈량이 혼자 힘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자라고 말하는 셈이라 좀 멋쩍은데, 그 과정에서 표현된 조조의 생각과 감정 - 즉 감독의 생각에 영 공감할 수가 없군요. 조조의 명분이 진정 천하만민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것이라면 유비는 왜 끝까지 조조에 대적해 싸웠고 제갈량 같은 자는 왜 유비한테 사관했으며 형주의 평범한 10만 백성은 왜 유비를 따라 도망갔느냔 말입니다. 천하삼분은 그 자체로 삼국의 군주 각자가 품은 정의와 명분이 당대에 만민의 공감을 끌어내진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단 말입니다. 그리고 중국 양반들, 하나의 패권에 굴복하는 것이 난세를 평정할 가장 빠르고 평화로운 길이라면 댁들도 구 소련이나 지금의 천조국에 맞먹으려 들지 말아야지. 혹시 소수민족을 무력으로 제압하며 '하나의 중화'를 외치는 것이 이 영화 속의 조조가 말하는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석한다면, 내가 지나친 것인가? 제목은 관운장인데 진정한 주인공은 조조와 영화속 조조의 저 논리로 보이는 것이, 내가 착각한 것인가? 조조를 빨려면 그런 식으로 해선 안 되는 거야. 댁들의 입장을 투영시키지 말고 후한말의 혼란기를 살아갔던 "사람들"을 보란 말요!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 번 각성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촉빠입니다. 조조를 싫어하진 않지만 결코 위빠는 될 수 없습니다. -_-;
참. 관도대전 직전 강동에서 허도 습격을 계획하던 건 손책이죠. 손권이 아니라. 역자가 잘못 번역한 것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손책보다는 손권이 더 유명할 터라 대본 단계에서 이미 손권으로 표기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오나라빠는 이 영화를 보지 않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을 듯합니다. 애초에 관우가 누구한테 죽었는가 생각해보면(...)
p.s.1 낙양의 한복을 보자마자 앞자리 의자에 머리를 박을 뻔했심. 그, 그대는 조자룡 아니오! ㅋㅋㅋㅋㅋㅋㅋ
p.s.2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승상의 1차 북벌을 영화로 보고 싶다는 건데, 댁들은 북벌 찍지 마쇼. 반세기 내에는 그런 짓 하지 마쇼.
p.s.3 헌제 개새끼.
그러고 보면 삼국지에 기반한 매체에서 헌제를 다루는 방식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여기서 저는 순문약이 각성시킨 화봉요원의 헌제로 정줄을 잡고 턴을 종료합니다. 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