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감상 : 왜 네이버 평점이 저렇게 짠 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저렇게 짜게 매겨졌지? 나는 발견하지 못한 모종의 이유라도 있나?
1단계 : ? 좀비? 미스터리? 성장물? 스릴러? 장르를 짐작하지 못하겠어.
2단계 : 헐... 사람 좀 그만 놀래키셈. 그나저나 장면 대비 비쥐엠이 뭔가 생뚱맞다. 뭐라 딱 짚어 말하기는 어려운데 브금 때문에 8, 90년대 영화 보는 느낌. 돌아와서 찾아보니 영화 속 배경은 딱 1979년인 듯. My Sharona에, 워크맨이 처음 출시될 무렵이라니!
3단계 : 헐?!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낸 재밌다!! 저 개그는 레알 내 취향임!! 근데 저거 어디서 많이 본 전개인듯?
4단계 :
범인은 스필버그 ㅇㅇ
이 영화에 대해 제가 아는 정보는 감독이 쌍제이라는 것뿐이었습니다. 예고편 하나 보지 못한 채 그냥 영화 한 편 보고 싶어서 극장에 갔더랬지요. 그리고, 중반부터 조낸 웃다 나왔습니다. 그 와중에 공익광고라니ㅋㅋㅋㅋ 마지막에 타이틀의 의미를 알고 나서 또 뒤집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저 자신의 개그 코드를 깨닫는군요. 아이고ㅋㅋㅋㅋ 돌아가는 길 내내 개그를 곱씹으며 나사가 빠진 것처럼 히죽거렸습니다.ㅋㅋㅋㅋ 스필버그가 관여했다는 건 엔딩 크레딧 올라가고서야 알았는데, 어쩐지 클라이막스의 전개가 ET를 연상시키더군요. 오마쥬인가 했는데 그런 건 없고 그냥 스필버그가 범인인가 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소 황당하고 비약이 잦으며 소소한 데서 비논리적인 부분이 자꾸 눈에 띄었습니다.(트럭 한 대로 기차를 날려버릴 수 있나? 운전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있지? 왜 지도는 거기에 있고? 쇠붙이가 다 날아가는 와중에 아저씨의 목걸이는 어째서 멀쩡하지???) 초반에 장르가 도무지 짐작되지 않아 어디에 초점을 두고 봐야 할지 종잡지 못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적고 보니 평점이 짠 이유가 좀 이해되는군요. 그렇지만 영화 자체에 함유된 재미가 단점을 다 덮고도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장르가 무엇인지 결론을 내리고 나니 황당함과 비약과 비논리가 한 번에 이해되었고요. 미스터리? 성장? SF? 정답은 가족영화였습니다. 그러니 부담 없이 편하게 봐야 즐길 수 있지요. 감상 적으면서 찾아보니 예고편으로 무슨 <클로버필드> 삘이 나는 낚시질을 했던 모양인데, 그런 걸 전혀 알지 못했으니 영화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점에서는 아무 사전정보 없이 간 덕을 본 듯합니다.
아역들이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앨리스던가? 그 소녀 역 배우가 인상적이어서 찾아봤더니 다코타 패닝의 동생이었군요. 이름이 엘르 패닝이었습니다. 장래가 기대됩니다. 주인공 소년 역의 배우 조엘 코트니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네버랜드를 찾아서>의 프레디 하이모어 이후로 아역의 눈물 연기를 집중해서 본 건 오랜만입니다. 캐릭터도 대체로 잘 잡혔던데, 특히 영화감독이 꿈인 소년이 괜찮았습니다. 그 캐릭터의 투철한 감독정신ㅋㅋ은 아무래도 감독들이 자기들 어린 시절을 그대로 압축시켜 놓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감독으로 대성한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저렇게 무엇을 봐도 영화 생각만 했겠지요.
제가 기억하기로, 8, 90년대 할리우드에서는 스필버그를 필두로 가족영화가 크게 붐을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ET가 1982년작이네요. 이 영화가 80년대로 넘어가는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것도, 브금 깔리는 타이밍이 어딘가 그 시절스러운것도, 이야기의 전개 자체도, 한결같이 그 시절 가족영화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 영화를 무척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던 것 또한 10대였던 90년대 내내 실시간으로 온갖 가족영화를 접할 수 있었던 덕이 아닐까 싶고요. 비록 세련된 멋은 떨어지지만, 가족영화는 계속 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처럼 오마쥬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대에 맞게 조금씩 바뀔 필요는 있겠습니다. 언제까지 80년대를 써먹어야 하겠습니까. 21세기가 배경인 가족영화로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 걸 보면 제가 생각하는 가족영화란 스필버그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긴 제 감성으로는 해적이 등장하는 가족물 하면 <후크>가 생각나지 캐리비안 시리즈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 식이긴 합니다.;
금년에는 감상 포스팅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만, 영화는 꾸준히 보고 있습니다. 금년에 본 것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고 생각한 게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였는데 이번에 극장 다녀오면서 순위가 바뀌는 걸 느낍니다.
p.s. 결론 : 구니스+쥬라기공원+ET
p.s.2 잠깐. 이번 포스팅에서 언급한 옛날 영화는 모조리 스필버그가 관여했어?
Posted by 양운/견습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