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5

어찌 사느냐면 2014.06.05 03:15

1.

별장 블로그에 이런 유입검색어가 보이던데요...

 

 

둘 다 저 맞습니다.

 

 

2.

참으로 오랜만에 블로그에서 포스팅을 해본다. 그간 이런 저런 이유에서 트위터에만 들러붙어 있었다. 그것이, 이제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니, 지금 쓰는 트위터 계정은 2011년 5월에 생성한 거란다. 3년 넘게 쓰고 있지만 내 트친의 수는 60에도 못 미친다. 트위터라는 동네의 타임라인에 사람이 많아지면 타임라인이 갱신되는 주기가 짧아져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나는 몸이든 마음이든 쉽게 지치는 탓에 찾아보고 싶거나 듣고 싶은 것이 아닌 화제는 그 자체로 피곤하고 나와 깊이 이야기 나눌 생각이 없는 사람들과는 부대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일부러 가급적 트친의 수를 늘리지 않았고 트친소도 어지간하면 하지 않았다. 저 시간 동안 한 서너 번이나 해봤나.

몇 달 전, 어떤 변덕에서 마지막으로 트친소를 했을 때 갑자기 팔로워가 크게 늘었다. 그 전의 타임라인은 비교적 조용하다가 가끔 좋아하는 화제 위주로 벅적거릴 때가 있어 적당히 수다를 떨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었다. 맞팔한 팔로워가 50이 넘은 때부터 그게 안 된다. 저분의 취향이 나는 그다지 관심 없는 쪽이란 걸 일찌감치 파악하고 일부러 팔로우하지 않았는데 먼저 맞팔을 신청하시는 바람에 예의상 받았더니 헤비 트위터러다. 이걸 하지 말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블락하지도 못한다. 이런 식이다.

옹졸하다는 말을 들어도 할 수 없다. 실제로 옹졸한 것이니까. 하지만 언팔을 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 당신은 헤비 트위터러인데 당신이 좋아하는 주제마저 나는 그다지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언팔하겠습니다? 누군가가 비슷한 내용으로 쓴 트윗이 널리 알티된 적이 있던 것 같은데, 나에게는 언팔이나 블락 같은 게 인간관계 자체를 단절해버리겠다는 선언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다. 분명히 해두자면, 나는 저 사람 자체가 싫진 않다. 저분이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방식이나 좋아하는 화제들이 대체로 나는 달가워하지 않는 쪽인 것뿐이다. 농담이든 덕질이든 심각한 얘기든 실없는 아저씨 개그든, 뭐가 됐든 맞팔한 분들과 주거니받거니 '대화'를 하고 싶지 나는 관심 없는 연성이나 내가 모르는 타인들 간의 대화를 강제로 감상하고 싶진 않다.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자체가 좁은 걸 어쩌란 말인가. 무슨 동성애자 차별처럼 인간 존엄성 차원까지 가는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내가 덕질하는 취향에 불과한데 그 영역을 억지로 넓혀야 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요즘에는 트위터가 스트레스다.

 

 

3.

이유는 같지 않더라도 방향은 비슷해서, 내가 트위터에 지껄이는 말이 썩 달갑지 않고 불편하여 언팔하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덕질하는 놈인 줄 알았는데 요즘 정치라던가 시사 관련 알티가 많고 그쪽 이야기도 종종 하니 저 새끼 아는 건 쥐뿔도 없으면서 뭔가 싶겠지. 이해한다.

140문짜리 단문이 어떤 가림막도 없이 날것 그대로 게시된다는 게 트위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일단 내 트친이 되거나 트친의 알티에 걸려 넘어오게 된 트윗은 내 취향이나 생각 같은 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무조건 내용 자체를 봐야 한다. (내가 팔로우를 걸었다는 이유로 내 트윗과 알티를 봐야 하는 트친 여러분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딘가 게시판의 글처럼 제목을 보고 대강 내용을 짐작해서 피해가는 식의 선별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신속하고 간결한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트위터를 자신이 그어놓은 작은 원 안에서만 활용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스트레스다. 취존스루도 한두 번이지, 난 그거 보고 싶지 않다고.

 

 

4.

트위터가 나에게 미치는 해악이 하나 더 있는데 정말 쓸데없는 혼잣말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툭 말을 뱉거나 채 익지 않은 생각을 대강 던져버린다. 그런 말과 생각들은 하나의 줄기를 가지고 기승전결을 갖춘 형태로 끝을 맺는 법 없이 타임라인에 떠밀려 사라진다. 팔자에 없을 줄 알았던 늦깎이 대학원생이 되어 매주 길고 짧은 글들-시발 심지어 양인의 언어라니!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함을 아는다 모르는다?!-을 다루는 과제에 치이면서 내 마음과 머리의 조그만 용량에 늘상 과부하가 걸린 탓이리라. 과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은 금방 싫증이 나버린다. 틈만 나면 아무 생각도 없이 마냥 쉬고 싶다. 예전 같으면 영화를 보고 와서 블로그에 뭐라 짤막한 감상이라도 끄적였는데 요즘엔 그조차 하기 싫다. 그런데 뭔가 보긴 봤으니 감상은 있어서 뭐라도 내뱉고 싶다. 그럼 트위터를 켜고 그걸 그냥 뱉는다. 내가 왜 그런 감상을 가졌나, 여기서 뭔가 생각을 더 확장시켜볼 수는 없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사라진다. 그렇잖아도 맹탕인 내 머리통이 더 단순하고 더 즉물적인 것을 선호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5.

온라인에서 개인 공간 찾는 게 뭔 모순된 소린가 싶으나, 그럼에도 나는 내 마음대로 떠들고 내 마음대로 해먹을 수 있고 나 자신을 약간이라도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다듬을 수 있는 개인 공간이 필요한가 보다. 지금은 아이디조차 잊어버린 아주 오래 전 계정이든 지금 불만스럽게 굴리고 있는 계정이든, 트위터라는 곳에서 노는 것은 정말 자제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트친 중에서 이 포스팅을 읽은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실지는 모르겠다. 저런 놈인가 실망하는 분도 있을 테고, 별 생각 없는 분도 있을 테고. 거듭 강조하지만, 이 포스팅은 누군가를 저격하거나 싫어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내 트위터 타임라인이 피곤해서 왜 그렇게 느끼는가 짚어보는 것이다. 혹 내 말이 불편한 분이라면 언팔, 블락, 또 뭐라더라. 기타 내 트윗을 막을 수 있거나 맞팔 자체를 끊는 길을 택하셔도 좋다. 부디 편하게 해주셨으면 한다. 내가 싫은 게 아니라 내 가진 생각이나 취향이 당신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서라는 것을 이해한다. 정말로 부탁하는데, 내 트윗과 알티가 불편하다면 단호하게 끊어주십사 한다. 140자 내로 막 뱉는 말소리를 두고 서로 알 수 없는 심중을 눈치 보며 불편하게 맞대느니 정리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 편하지 않겠는가.

어찌 됐든, 나는 트위터를 그만 정리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양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