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낙서를 한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재능이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는 그림 쪽으로는 꿈을 가져본 적이 전혀 없다. 내가 낙서를 한다면 이유는 오로지 공부하기 싫어서, 내가 내 상상 내지 망상을 보고 싶어서 께작께작 손장난을 하는 것뿐이다. 잘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없진 않지만, 그쪽까지 욕심을 내는 건 말 그대로 욕심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흥미가 있는 글 쪽으로도 잘할 궁리를 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림까지 욕심 내나. 아무튼 사람이 손을 써서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뭔가가 있게 하는 재주란 참 신기하고 대단한 것 같다. 그나저나 붓펜은 당최 어떻게 다루는 물건인지 모르겠다. 책받침에 그려진 통키를 따라 그린 초등학생 때부터 공책과 학습지 여백과 뜯어낸 달력 뒷장에 연필 낙서만 했다. 내 컴퓨터가 생긴 후로는 가끔 마우스 낙서를 하지만, 손목이 아파 영 힘들고 손낙서를 할 때 같은 흥겨운 기분이 들지 않아 역시 즐겨 하진 않는다. 물론 손낙서라도 펜 같은 도구를 써서 선을 따거나 채색을 하거나 하는 재주는 전혀 부릴 수가 없다. 그러면 뭐 어떠냐, 배째라는 마인드로 마구 끄적인다. 내가 생각한 대로 그림이 나오지 않거나 그렇게 그려낼 재주가 없으면 속상하긴 하다. 근데 그런 식으로 모종의 목적이 없더라도 께작께작 낙서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지 않나?

낙서라는 단어를 한자로 찾아보면 落書란다. 왜 떨어질 락 자를 썼을까? 중력이 작용하는 한 사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람이 생각이란 걸 하고 본래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을 만들어내는 활동들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게 아닐지도 모른다. 중력에 역행하는 것과 다름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온갖 잡상을 글이든 그림이든 낙서라는 형태로 형상화하는 행위는 허공에 둥둥 떠서 날아다니는 생각들을 문자, 그림으로 잡아채 마침내 중력에 붙잡힐 수 있는 질량을 부여하고 이로써 자연대로라면 가야 할 위치로 뚝 떨어뜨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바닥이란 건 내가 더이상 의식적으로 신경쓰지 않는 생각의 밑바닥 같은 것이겠지. 落 자에는 죽는다는 의미도 있다. 그렇다면 그 한순간의 잡상들은 낙서로 박제되고, 죽는 것일까? 이걸로도 꽤 재미있게 시간을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하지도 않은 붓펜을 들고 밑그림은커녕 뭘 낙서하겠다는 대강의 상도 없이 손 가는대로 마구 끄적였더니 이런 게 나왔다. 생각없이 트위터를 켰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블로그를 열고 뭐라도 생각 한 줄을 적어보려 궁리했더니 뭐 이딴 나조차도 알아먹을 수 없는 헛소리가 나온다. 감성 충만한 새벽이로구나. 엉뚱한 창작이란 결국 현실의 압박을 거부하는 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이놈의 과제! OTL

 

 

 

Posted by 양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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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함인 2014.08.10 1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 글이 올라온 줄도 몰랐네요ㅋ 종종 들렀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놀랐음; 건강하심까~

    새벽 감성ㅎㅎㅎㅎㅎ 낙서라.. 개인적으로 그냥 책상 아래 휴지통으로 떨어질, 버려질 글, 그림이라 낙서 아입니까! 간만에 들렀다 그리움 풀고 갑니다^ ^

    • 양운 2014.08.11 2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야 뭐 반년만에 생각나서 생존신고 한 번, 갑자기 트위터가 마음에 안 들어 변덕을 부려서 한 번 같은 식으로 포스팅을 하니ㅋㅋㅋ 민형도 요즘 현실 로긴으로 요즘 많이 바쁘시고 생각할 거리도 많으신 듯합니다. 이제 더위는 대략 끝이라 하지만 방심하지 말고 건강 잘 챙기며 지내셨으면 합니다.
      낙서는 손 가는 대로 휙 긋고 부담없이 찢어버릴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인 듯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