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쿠토 고등학교 2학년. 2학년인데 그 조폭학교의 짱이라니, 상대가 아곤이니까 그렇게 처참하게 박살난 거지 실은 주먹께나 쓸 줄 아는 녀석일 듯 하다. 이런 녀석인 걸 알면서도 맞장 뜨자고 덤비던 쥬몬지가 새삼 존경스러워진달까, 역시 차기주장감(...)이랄까....


처음 하바시라 루이가 등장했을 때 든 생각은, 과연 픽션답게 아이실드 안의 세계에서는 별별 녀석들까지 선수로 뛸 정도로 미식축구가 널리 보급된 편이구나 라는 것이었다. 딱 보기에도 폭주족 깡패인데다 시합에서조차 세나를 막는 게 아니라 박살내려고(...) 달려드는 것이 절대 스포츠맨은 아닌 녀석이 미식축구부장을 한다는 게 영 이상한 느낌이었다. 녀석이 사람 머리로 책상을 박살내는 식의 폭력을 행사해도 그렇구나 하고 무감각했던 것은 이미 어디의 누군가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폭력을 여상스레 행사하고 있었기에 익숙해져버린 탓이지만(....).

이런 깡패조차 한 학기나마 노예생활을 하게 된 것을 보면 이 동네의 먹이 피라미드는 역시 히루마가 최상위에 있는 듯 하다.; 애초 고등학생들이 연습시합에 거금을 거는 것 자체가 픽션이건만 오토바이를 볼모로 협박하자 바로 꿇어버린 걸 보면 조쿠토 녀석들이 어지간히 바이크를 좋아하는구나 싶긴 하다. 중요한 것은, 이녀석들이 그냥 무시하거나 머릿수로 밀어버려도 될 것을, 어쨌든 공언을 지키기 위해 눈물겨운 노예생활=_=을 하기는 했다는 것이다. 허황된 거라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지킨 하바시라는 이런 데서는 구석기 시대의 유물같은 근성을 자랑하던 제 형 토카게를 닮은 것도 같다. 그리하야, 조쿠토 선수들은 툭하면 데이몬 전속 택시기사에 특훈 상대까지-_-; 되는 등 히루마가 시키는 잡일을 벌레씹은 표정으로 처리해야 했다

하바시라는 분명 데이몬과의 연습시합 때 세나를 박살낼 목적으로 공격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식축구 룰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였다. 이녀석은 불량삼돌이가 그랬듯이 단순히 상대를 박살내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깡패는 아니었다.

가을대회가 시작된 당시 조쿠토 선수들은 더이상 히루마의 노예가 아니었다. 조쿠토의 가을대회 대비 합숙훈련을 앞두고 히루마가 해방시켜 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바시라는 운 나쁘게 나가노까지 휩쓸려간 세나와 타키를 다시 도쿄까지 실어다줬다. 배달을 의뢰한 히루마가 사정을 구구절절이 설명하고 제발 실어다 주십쇼 애원했을 리는 없고, 명령조로 거친 소리를 했을 게 뻔한 데도 이녀석은 자발적으로 세나를 데리러 갔다. 자신을 이긴 아이실드21을 시합에서 정정당당하게 꺾어버리고자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일본 사상 최강의 라인배커라는 신 세이쥬로보다도 뛰어난 선수라고 자신하던 이녀석은 객관적인 실력은 어찌 됐든 자신이 미식축구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선수'였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이녀석은 진심으로 크리스마스볼에 나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하바시라의 폭력에 굴복해 미식축구를 하는 조쿠토 선수들에게는 절체절명의 순간까지 죽을 각오로 이길 수단을 강구할 열망 따윈 없었다.

백전노장의 오니헤이(토라키치 요 귀여운 녀석 -_-* 덕에 이 냥반이 백전노장이라는 걸 항상 잊어먹게 됩니다. 아이실드판 펠레의 저주 만세~)조차 가볍게 쓰러뜨린 쿄신의 미즈마치를 상대하면서 하바시라는 실력과 체격 모두 자신이 아래라는 걸 인정했다. 그래도 아직 완전히 승부가 결정되어버린 것은 아니기에 녀석은 어떻게든 이 악물고 이길 궁리를 하려 했다. 하지만 조쿠토 선수들은 녀석을 빼고 죄다 전의를 잃어버렸다. 조쿠토의 승률은 그 순간에 제로가 되어버렸다.

시합종료 후 혼자 텅 빈 대기실에 앉아있던 하바시라한테 간 걸 보면 히루마는 나름대로 위로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이녀석 성격에 어디 고운말 따뜻한 말이 나올 수 있어야지. 아직 진 건 아니었는데 다른 녀석들이 지레 포기했단 소릴 듣는다고 하바시라가 만족할 리 또한 없지 않은가.

애처로운 오펜스 스타일 에피소드 및 키드가 히루마의 차림에 대해 지적하던 장면과 더불어, 데이몬의 악마가 어째서 그런 컨셉을 가졌는가에 대해 여기서 또 한번 남의 입을 빌려 설명된다(그러고 보면 히루마는 오직 행동으로만 자신을 증명하는군요. 독자는 다른 캐릭들이 다 설명해주기 전까지는 이녀석이 뭘 생각하고 왜 그러는 건지 거의 알 수 없다니...;). 하바시라같은 깡패가 미식축구부장으로 등장한 건 이때를 위한 포석이었던가.; 미식축구를 하겠다는 열의가 없는 녀석들을 어쨌든 시합에 내보내려면 사기 협박 공갈 등등 상대를 억지로 굴복시키는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데 그 중 가장 즉효적인 게 공포정치다. 하바시라는 칼을 휘둘렀고 히루마는 총을 들이댔다. 둘은 각자의 학교에서 폭군으로 군림했다.

그렇지만, 하바시라가 폭력을 동원해서 미식축구부원을 늘리는 동안 히루마는 세나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쿠리타와 서로 의지하면서 아무도 부에 들이지 않았다. 히루마는 수가 부족해서 다른 운동부로부터 선수를 빌리는 한이 있더라도 진심으로 미식축구를 할 생각이 있는 녀석이 아니면 입부시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마오 데빌배츠를 결성한 것도 쿠리타, 무사시와 '함께' 셋이서 크리스마스볼에 나가기 위해서였다. 그녀석의 미식축구는 팀원간의 인간적인 신뢰가 전제된 것이었다.

초기의 히루마는 1년 동안 아무도 미식축구부에 들지 않은 게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남을 생각하지 않고 제멋대로 구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런데도 세나를 시작으로 부원이 늘어난 것은 쿠리타 때문이었다. 히루마는 자신에게는 없는 장점을 가진 쿠리타를 대등한 친구로 여길 줄 아는 녀석이었고, 두 녀석이 함께 했기 때문에 히루마의 난폭함을 아는 녀석들조차 쿠리타의 인덕으로 설득되고 감화될 수 있었다. (세나는 쿠리타에게 감화되어 입부를 결심했고, 마모리와 몬타와 유키미츠와 타키 남매는 세나에게 낚였습니다. 코무스비는 아예 쿠리타를 싸부로 모시려고 들어왔고, 불량삼돌이는 코무스비에게 낚였지요. 이건 쿠리타 사장님의 은어낚시사업이라고 불러도 될 겁니다.;) 하바시라의 불행이라면 이런 '친구'가 없었다는 것, 그리고 억지로 채워넣은 부원들을 신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틈을 보이면 말을 듣지 않을 염려가 있어 항상 힘으로 눌러야 하는 인간관계에 신뢰 같은 게 개입될 리 없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끼리 같은 꿈을 공유하고 죽어도 그것을 달성하겠다고 애쓰는 것은 더더욱 가능성 없는 일이다. 그 결과 하바시라 루이의 조쿠토 카멜레온즈는 패색이 짙어지자 시합을 포기해 버렸고, 히루마 요이치의 데이몬 데빌배츠는 역전가능성이 제로나 마찬가지인 시합에서 기적을 움켜쥐었다.

히루마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엔간해서는 본심을 드러내는 일이 없는 이녀석은 눈물 흘리는 하바시라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으니...

히루마는 행동으로 말하는 녀석답게 그 때 하지 않은 대답을 관동대회 신류지전에서 보여줬다. 전반에서 이미 30점차가 나버렸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길 생각을 하던 데빌배츠 녀석들은 히루마가 어떤 녀석인지를 잘 아는 만큼 그를 신뢰했고, 히루마 또한 그녀석들이 노예나 부하가 아닌 대등한 동료로서 자신을 믿어주리라 신뢰했다. 그 결과는 내가 개인적으로 아이실드21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 신류지전 온사이드킥 에피소드, 그리고 대역전극이었다.

끝까지 시합을 봤다면 좋았을 텐데. 하바시라는 데이몬 녀석들이 압도적으로 패색이 짙은 가운데도 하나같이 포기할 줄 모르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겠지. 데이몬이 이기길 바라면서도 자신의 팀과 너무도 대조적인 그 부러운 모습을 끝까지 바라볼 수 없어 등을 돌려버린 녀석이 너무도 쓸쓸해 보였다.

비록 크리스마스볼의 꿈은 끝났지만 미식축구 선수로서의 인생까지 끝난 건 아니다. 조쿠토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면 형과 함께 대학 최강을 노려라. 진짜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와 동료를 만들어라. 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조쿠토 카멜레온즈
등번호 42 라인배커
40야드 대시 5.2
벤치프레스 80kg




p.s. 1 그리하야 히루마 잡담으로 돌아왔습니다. 신이나 쿄신 및 반도 선수들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어쨌든 제 잡담은 히루마 이야기인 것입니다. 아 이놈의 편애(.......)

p.s. 2 마모리가 히루마더러 이젠 혼자 강한 척 엄격하게 굴지 않아도 된다, 네가 약한 모습 보여도 부원들은 흐트러짐 없이 너를 따라 미식축구를 할 거라고 말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히루마의 주위에 녀석이 마음을 놓아도 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이 저는 좋습니다. ㅠ_ㅠ 그리고 히루마의 복의 근원인 우리 쿠리타 사장님이야말로 만만세올시다. ㅠ_ㅠ

p.s. 3 그런데 하바시라 군은 왜 인기가 좋은 걸까요? 물론 저도 이녀석이 좋습니다만, 그렇게 자주 등장한 것도 아니고 오죠 녀석들처럼 뭔가 비중이 있는 것도 아닌데.. 히루마를 붙잡고 운 것에 대한 동정표라면 저는 좀 슬플 겁니다.-_-;
 
Posted by 양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