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죠 고등학교 2학년. 모델을 할 정도로 아이실드 공인 미소년이지만 이녀석이 정말로 얻고 싶은 것은 이성의 인기가 아닌 일류 리시버의 명예.


사쿠라바는 제법 큰 키 덕에(옆에 서있는 신과 비교하면 대학생 과외 선생과 초딩 내지 중1 꼬맹이 정도로 보일 정도였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리시버 재목으로 인정받고 제발 미식축구부에 들어와달란 말을 들었더랬다. 하지만 정작 입부 테스트를 해보니 주목받은 건 친구 따라 한번 테스트를 받아본 신이었고, 이녀석은 그저 키가 좀 클 뿐인 평범한 학생이었다. 혹독한 훈련에 다른 학생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갈 때도 어릴 적부터 스포츠 시합에서 1위가 되는 걸 선망했던 이녀석은 연습을 하러 돌아왔다. 그렇지만 천재이면서 엄청나게 노력하는 신이 나날이 주위의 선망을 독차지해 갔고, 보잘 것 없는 범재인 사쿠라바는 훈련조차 제대로 따라갈 수 없어 땡땡이를 치곤 했다.

이녀석은 일류가 되고 싶어 했다. 바로 옆에서 천재가 활약하는 걸 뻔히 보면서도 그를 이기고 자신이 최고가 되고 싶었다. 그런 마음만 앞서고 몸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실망했던 이녀석은 우연히 자리 프로덕션에 픽업된 기회에 아예 신이 없는 연예계에서 일류가 되어 선망받고픈 욕심을 달래보려고 했다. 결국 시합마다 미식축구의 미 자도 모르는 여학생들이 사쿠라바 한 녀석만 보려고 몰려드는 통에 지정좌석이 필요해질 정도로 이녀석은 연예인으로서 성공하긴 했다. 그 인기 덕에 진짜 에이스는 신 세이쥬로라는 뻔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골빈 언론한테 오죠의 에이스란 입에 발린 말을 들었지만, 그건 사쿠라바가 원하는 성공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의 앞날을 팍팍 휘저어 놓은 봄대회 오죠전. 신은 천재 러닝백 코바야카와 세나를 발견했고, 사쿠라바는 이미 패배가 확정된 상황에서 상대가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끈질기게 신에게 도전하는 아이실드21을 보았다. 신을 이길 수 없다는 현실로부터 도망치려고 연예인이 되었기에 점점 심해지는 자괴감에 빠져 있던 사쿠라바는 광고용 스티커를 줍기 위해 시합 중인 필드에 들어갔다가 마침 그 방향으로 돌진 중이던 세나와 충돌해 골절당했다. 녀석은 병원에 실려가던 차 안에서 끈질기게 신에게 도전한 아이실드21이 결국 신을 제치고 터치다운을 성공했다는 것과 사쿠라바 대신 들어간 1학년이 제 몫을 다 해 터치다운으로 되갚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날 사쿠라바의 성적은 늘 그렇듯 엉망진창이었고, 객관적 사실에 냉정한 신은 후에 사쿠라바 없이 치른 세이부전에서 녀석이 있었더라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을 거라 대답했다. 최악의 절망이었다.

그렇지만 그 절망은 전화위복, 또는 새옹지마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녀석의 길은 이제부터였다.

자기 잘못은 없었지만 사람을 다치게 한 것에 책임을 느낀 세나가 몬타와 함께 병문안을 갔던 그 날, 사쿠라바는 연예인이 아닌 리시버 사쿠라바의 팬 토라키치를 만났다. 자포자기한 태도에 아직은 무명 루키에 불과했던 몬타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세나로부터 아이실드가 오죠의 전력을 깎으려고 일부러 부상을 입혔다는, 상황을 알던 사람이 보면 거짓말이 분명한 위로를 받았다.
그런저런 일로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그 때, 초등학교 6년 내내 노력해서 주전을 따냈던 토라키치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결국 졸업할 때까지 시합에 나가지 못하게 된 걸 알게 되자 이녀석은 드디어 결심을 굳혔다. 토라키치가 우연히 봤던 그 엄청난 높이의 캐치가 결코 우연이 아니란 걸 증명해 보이겠다고. 죽도록 연습해서 강해지겠다고.

마음 좀 굳혔다고 곧바로 레벨업이 되는 건 아니라서 퇴원 직후 신류지와의 시합에서 사쿠라바는 천재 코너백 호소카와 잇큐에게 번번히 스틸당했다. 그 잇큐가 신과 대결하자 레벨이 전혀 다른 장면이 연출되는 걸 보며 또 마음 약한 녀석답게 흔들흔들했다. 하지만 아곤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너 대체 어쩌다가 이런 컨셉이 된 거냐..앙? =_=) 초등학생 토라키치한테 던진 무지막지한 공을 몬타와 함께 잡아낸 후 이녀석은 천재 잇큐에게 이기겠다고 선언했다. 자기 결심을 당당하게 입 밖으로 내어놓게 된 것이다.

데이몬이 미국까지 원정(쫓겨났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지만..;) 나가 데스마치 뛰는 동안 사쿠라바는 범재로 천재를 이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겠다며 신의 어마어마한 훈련량을 똑같이 소화했다. 천재인데다 평소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신과 단련 자체가 설렁설렁 되어 있던 사쿠라바가 같은 훈련을 하면 후자가 죽어나가는 건 정한 이치건만 사쿠라바는 일류가 되겠다는 욕심을 드러내며 부득불 그를 따라갔다. 그렇게 여름방학 내내 노력해서 40야드 대시도 0.08초나마 줄여 5초 벽을 깨고, 벤치프레스도 올라갔다. 하지만 길어봐야 두 달인 여름방학 동안 노력했다고 해서 신이나 잇큐의 기록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노릇, 심신이 다 피폐해졌던 사쿠라바는 괜찮은 성취에도 불구하고 성질을 부리다가 아이실드의 몇 안 되는 인격자 중 하나인 타카미에게 따귀를 맞는다. 거기에 자리 프로의 이토 미라클 씨가 돈이 되는 사쿠라바를 포기하지 않고 납치(...)까지 해 가며 연예계로 돌려 놓으려던 찰나, 뭔가 잘 될 기미도 보이지 않으면서 고통만 큰 미식축구 훈련보다는 그 편이 나을 지도 모른다고 또 자포자기하던 녀석의 눈에 토라키치와 그 친구들이 낙서해준 아대가 보였으니...

자리를 박차고 비를 맞으며 돌아간 연습장에서 녀석이 본 건 비가 오든 말든 홀로 훈련하는 신이었다. 안 그래도 타고난 소질의 차이 때문에 태어났을 때부터 스타트라인이 떨어져 있는데, 이미 앞서서 출발한 자가 뒤에서 죽어라 따라오는 자 못지 않게 노력까지 하고 있음에야. 데이몬에서 유키미츠가 보결이 확정되어 눈물흘리고 있을 때 오죠에서는 사쿠라바가 또다시 좌절하고 있었다.

젠장, 어차피 안 될 거란 거 다 아니까 입 밖으로는 이기고 싶다, 일류가 되고 싶다는 소리 안 하는 게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구라고 최고가 되고 싶지 않을까. 천재로 태어나지 못한 이상 정말 뼈를 깎는 괴로움을 견디지 않으면 천재의 근처에도 못 가고, 그나마 노력해서 근처까지 가더라도 천재를 뛰어 넘는다는 보장도 없는 게 현실 아닌가. 투자에 비해 얻는 게 불분명하니 비경제적인 주제 심적인 타격만 크다. 거기에 상대가 노력까지 하는 천재라면! 사쿠라바는 오랜 세월 확고한 믿음을 가자고 연습한 스포츠맨 몬타나 현실을 인정한 채 잠자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히루마 처럼 단단한 녀석이 아니다. 연예인이면서도 팬들의 공세를 부담스러워하고 숲속에서 뭔가 덩치 큰 게 빠르게 지나가니까 겁먹고 비명부터 지르는 그런, 평범하고도 소심한 녀석이다. 평범한 우리들 중 하나인 녀석이다.

생각하는 게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신이 아무 대꾸도 안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울고 싶은 건 사쿠라바가 아니라 나다. 그렇지만, 사쿠라바는 천재니까 범재들의 방법을 알지 못하는 신이 하지 못한 대답을 또다른 범재인 타카미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녀석이 사쿠라바 같은 리시버를 6년이나 기다려왔다는 그 말을.

타카미는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쿼터백으로서는 거의 가망이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지레 짐작한 것도 아니고, 선수 하나하나를 아끼는 쇼지 감독으로부터 직접 미식축구를 포기하란 말까지 들었다. 그래도 타카미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했다. 히루마가 자신과 가장 닮은 선수라고 인정한 녀석답게. 그 결과 고등학생이 된 후에 결국 주전을 따내긴 했지만 형편없이 느린 다리 때문에 타카미는 일류 쿼터백은 될 수 없었다.

혼자서는 말이다.

타카미의 기다림을 알고서야 사쿠라바는 차분해졌다. 천재를 이기고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은 간직하되 그에 이르는 과정은 안달하지 않고 타카미와 함께 차근차근 한발씩 내딛게 되었다. 더이상 다른 것에 눈돌리지 않고 현실을 피하지도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기 위해 가을대회가 시작될 무렵 사쿠라바는 연예인으로서의 자신을 상징했던 잘생긴 외모를 일부러 망쳐버렸다.

마침내 진짜 선수가 된 사쿠라바 하루토는 가을 도쿄대회에서 신과 더불어 오죠의 우승을 이끈 일등공신이 되었다. 사쿠라바가 도쿄대회 시상식에서 세이부의 테츠마 죠와 함께 리시버 부문 상을 받고 타카미에게 한 말은 마음으로부터 울리는 느낌이 있다. "이것은 우리 두 사람의 훈장"이라는.
(거기서 러닝백 부문 상을 받은 세나에게 러닝백과는 저언혀 상관 없는 몬타가 사쿠라바 흉내를 내는 건 뭐랄까.. 몬타야, 너의 그 점이 나는 좋구나. =_=)

도쿄 대회도 끝나고 크리스마스볼의 관문인 관동대회가 시작된 시점. 더럽게 나쁜 운 때문에 데이몬은 1회전에서 바로 신류지와 맞닥뜨렸다. 거기서 사쿠라바는 잇큐와 대결하는 몬타를 봤다.

병원 에피소드는 사쿠라바 하루토와 코바야카와 세나, 그리고 라이몬 타로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사건이었다. 사쿠라바의 좌절을 보면서 세나는 거짓 영웅인 자신이 진짜 영웅이 되도록 강해지겠다고 결심하고, 세나실드의 거짓 폭언으로 위로받으면서 사쿠라바는 토라키치가 우연히 본 그 높은 캐칭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강해지기로 결심했다. 사쿠라바와 세나 두 사람을 좀 과격한 방법으로 일깨운 몬타의 경우에는 이미 정신적으로 다 큰 스포츠맨이었던지라 이 사건으로 뭔가 결심을 세우거 나 하진 않았지만- 사쿠라바와 처음 만났을 때의 몬타는 그저 무명 루키에 불과했다. 그랬던 녀석이 수개월 후 관동대회에서 일본 제일의 코너백인 호소카와 잇큐를 꺾고 캐칭 능력만은 관동 넘버원임을 인정받는 걸 보며 사쿠라바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처음 만날 당시 한 명은 무명이었고 한 명은 가짜 에이스였으니 실상 같이 바닥을 구르던 놈들이었다. 그랬던 몬타가 해냈는데 사쿠라바가 못 할 리 없지 않은가.

비록 지금은 천재 신 세이쥬로가 오죠의 에이스지만 범재 사쿠라바 하루토가 에이스가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남들은 신이 천재니까 엔간해선 이길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를 이기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쿠라바만은 현실을 알면서도 미련스레 이기고 싶어했다. 쇼지 감독은 그 욕심 많은 강함을 인정하고 사쿠라바가 각성하기를 타카미와 함께 기다렸다. 겉보기에는 가망 없는 선수의 조그만 강점까지 인정하고 끊임없이 질타하면서 위를 바라보게 하는 이런 분이야말로 학생 스포츠에서는 진짜 명감독인 게 아닐까.

신에게 이겨보이겠다, 잇큐에게 이기겠다고 선언하던 때에는 그 굳은 표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길이 멀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천재들을 이기지 못해 초조해하던 마음을 버리고 차분히 타카미와 함께 한 걸음씩 걷게 된 지금, 사쿠라바는 객관적으로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걸 인정하면서도 일류들의 세계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까지 자신이 기어올라 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도쿄 베스트11에 선정된 건 한 예에 불과하다. 이 욕심 많은 녀석은 몬타를 상대한다는 전제로 한 연습이었지만 기어코 염원하던 대로 신을 이겼다. 주인공 팀인 데이몬 선수들보다도 많은 눈물을 흘리고 툭하면 자포자기했던 녀석이 이제 관동 최고의 선수에게 감히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까지 다가간 것이다. 나는 골수 데이몬 편인 고로 이제 막 넘버원의 칭호를 얻은 몬타가 왕좌를 사수하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그 몬타를 꺾고 자신이 넘버원이 되겠다고 선언한 사쿠라바가 자기 말대로 넘버원이 되는 걸 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둘 중 하나는 이번 시합에서 떨어져야만 한다. 주먹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춘계 도쿄대회 2회전에서 느닷없이 마주치는 바람에 코바야카와 세나라는 괴물을 각성시키고 만 오죠가 그때부터 주의깊게 지켜본 데이몬과 드디어 추계 관동대회 2회전에서 재대결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데이몬이, 몬타가 이긴다면 사쿠라바는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다시 한 번 좌절을 겪겠지. 보통 소년 스포츠만화에서는 도전자가 이기게 되어있는 걸 생각하면 주인공네 팀이 아닌 녀석의 운명에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진짜로 강해진 지금의 사쿠라바라면 이번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신을 이길 수 없어 절망하고 눈물흘리던 그때처럼 쓰러지진 않을 거라 믿는다. 내년의 오죠에는 타카미가 없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단해지는 법을 배운 이녀석은 오죠의 진짜 에이스가 되고 관동 캐치 넘버원 몬타를 꺾기 위해 다시금 조용히 자신을 단련하겠지. 내년의 데이몬은 대위기라니까(그러니까 데이몬이 이긴다는 전제입니다만;).


오죠 화이트나이츠
등번호 18 와이드리시버
40야드 대시 4.9
벤치프레스 70kg




p.s. 1 사쿠라바의 이야기는 제 감상 보다는 그냥 녀석이 겪은 일들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여러분들 다 아시는 내용 반복했습니다. 휴우.. 게다가 처음으로 히루마 이야기를 거의 안 하고 아이실드 잡담을 썼군요. 묘한 위화감과 함께 든 생각은- 세나! 몬타! 언제 날 잡아서 꼭 너희들 다시 써줄게. 명색이 주인공이고 주연급 조연인데 대충 해버려서 정말정말 미안하다! OTL

p.s. 2  써놓고 다시 훑어보다 갑자기 떠오른 것은 능남의 변덕규. 그리고, 키만 클 뿐 아무것도 없던 이녀석이 3년동안 실력을 쌓고 천재 윤대협이 2학년이 되는 그 해에는 능남이 전국재패를 할 수 있을 거라 믿은 유명한 감독입니다. 쇼지 감독은 사쿠라바가 쓸만한 선수가 된 올해야말로 오죠 사상 최고의 팀이라 칭했고, 실제로 오죠고 선수들은 황금세대로 불렸던 오죠대 선배들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데이몬을 응원할 겁니다. 오죠 선수들도 정말 괜찮은 녀석들이지만, 둘 다 결승에 올라갈 수 없다면 데이몬이 이기길 바랍니다. 바닥의 바닥을 구르던 녀석들이 위로 치고 올라가는 걸 보고 싶으니까요. 그러하나니, 능남은 북산에 졌다네, 졌다네~ (끌려간다)

p.s. 3 타카미(이녀석도 인격자입니다. 심지어 쿠리타나 키드처럼 뭔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완전무결한 인격자입니다!;;)의 6년 에피소드는 몬타의 아웃 오브 바운즈처럼 볼 때마다 소름이 돋으면서 안구에 습기가 찹니다. 아이실드에는 왜 이렇게 멋진 놈들이 많은 건지.

p.s. 4 그런데 아이실드 보다 보면 천재는 다 때려잡고 극복해야 할 적으로 여기게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살짝 불안해지기는 합니다(...). 그건 아니죠. 자기 길 제대로 가는 천재는 인류 전체의 축복인걸요. 다만 최고가 되고 싶어 아등바등하는 범재들 입장에서 작품이 쓰여지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치만 키드한테는 졌잖아 바보 데이몬-!)



 
Posted by 양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