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부 고등학교 2학년. 무사시, 야마부시와 더불어 아이실드의 3대 아저씨. 스스로를 철부지 키드(KID)라고 칭하는 가출소년이지만 그 정체는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의 아들로 역시 사격 유망주였던 귀족 도련님.

도쿄를 포함한 관동지역에서 공격력만 놓고 본다면 초공격형팀인 데이몬과 세이부가 서로 수위를 다툰다. 아직은 세이부가 1승을 거둔 데다 전체적인 능력에서 보다 우세하지만 다시 붙는다면 승패를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엄청 닮은 팀 성향과는 달리 양팀의 쿼터백은 좀 상반된 성격을 가졌다.




처음 등장한 봄대회 세이부 대 오죠전 당시, 키드는 그런 녀석이었다. 너무 잘 풀리면 끝이 안 좋다, 좋은 소리를 들으면 잘 안 된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니 이거 패배주의자야 뭐야 하고 뭔가 불만스러운 녀석이었다. 오죽하면 후에 히루마가 키드를 놀려먹을 때 일부러 좋은 소리를 해주겠나. 좋은 소리를 들으면 잘 안 풀린다니까 일부러 좋은 소리 해준다던 그 악마.(...)

그래봬도 키드는 도쿄 베스트 일레븐에 뽑힌 최고의 쿼터백이며 바보들과 성질 급한 놈들과 악마가 설치는 아이실드에서 희소가치를 자랑하는 인격자 중 하나다. 자신만만한 소리를 하다 실패한 히루마에게도 비웃음 대신 간발의 차였다는 식으로 말하는 점잖은 신사인 것이다. 키드를 설명하는 건 역시 '최고'라는 단어와 '인격자'라는 단어이려나.



세이부전 이전까지의 히루마는 주로 데이몬의 작전을 총괄하는 사령탑으로서의 능력이 강조되곤 했다. 그러던 녀석이 쿼터백으로서 상대를 의식하며 시합 내내 신경전을 벌여대던 건 오죠전이 막 시작된 지금까지는 세이부전이 유일하다. 봄대회 오죠전에서는 타카미에게 그다지 라이벌 의식을 보이는 기색이 없었고(오히려 타카미가 이후 데이몬의 시합마다 해설자 노릇을 하면서 서서히 라이벌 의식을 키워 온 것 같다. 신류지전 직전 인터뷰에서는 히루마가 자신과 가장 닮은 선수로 타카미를 뽑긴 하지만 그녀석이 그런 기색을 드러낸 건 그게 처음이다..;), 아곤과 운스이의 경우에는 쿼터백 대결이 아니라 데이몬 대 콘고 형제라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히루마가 쿼터백으로서 패한 것도 세이부전이 처음이었다.

136th down <western iron horse>편에서 키드가 직접 해설해주기 전까지, 아마 아이실드 독자중 누구도 히루마의 머리나 차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첫등장부터 인간이 아니었고(...) 평소에 해놓은 짓이 있다 보니 취향이 그런가보다 싶은 일이었다. 애처로운 오펜스 스타일 에피소드에서도 나왔다시피 이기기 위해서는 뭔 짓이든 하는 히루마가 단지 취향 때문에 그런 걸 할 리 없다는 걸 이렇게 늦게 깨닫게 된 건 전적으로 히루마 그놈 탓이다(더불어 녀석도 인간이긴 하다는 게 이런 식으로 드러나니까 더 무섭다. 그 철저함이;). 아무튼 운동회 에피소드 때부터 슬금슬금 시비를 거는 히루마에게 휘말리기는 커녕 그걸 통해 히루마의 작전 성향을 파악해내고 역으로 도발(키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까지 할 만큼 키드는 영리하고 냉정한 최강의 쿼터백이다.

그런 녀석이지만, 키드는 데이몬과 붙기 전까지는 정말 설렁설렁 시합했다. 테츠마가 배탈이 나서 후반을 뛰지 못한 봄대회와 출장정지를 당해 아예 뛰지 못한 가을대회 두 번의 오죠전의 경우에는 핑계거리가 있기라도 했다. 그 전까지가 문제다. 99프로 확률로 승리할 유우히전에서도 1프로의 확률로 질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상대팀을 도발하고 흔들던 히루마와 달리 키드는 지는 건 좀 싫은 일이지만 진다고 뭐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 않냐는 듯 힘을 아꼈다. 그렇게 해도 엄청난 점수차로 이길 수 있을 만큼 그와 세이부가 강하긴 했지만, 이 소극적인 녀석에게는 결정적으로 '어떻게 해서라도 이기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게 없었다. 아니, 그런 것에서 초연한 것처럼 굴려고 했다.

그걸 히루마가 건드렸다. 그 스스로 테츠마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험담을 했다. 자신이 낮은 평가를 받는 건 아무래도 좋지만 친구가 '최고'인 걸 부정당하자 바로 노기를 띠던 키드의 눈은 아곤이 쿠리타를 빈정거렸을 때 히루마가 보여준 그 눈이었다. 최고의 자리에 관심이 없는 척 하는 새침떼기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었겠지.

너는 장래에 반드시 최고가 될 것이다, 그러니 최고가 되어 그 기대에 보답라는 식의 억지스러운 압박은 강백호 정도의 배짱과 자신감을 가진 녀석이 아닌 한에는 버텨내기 어렵다. 키드 또한 한때는 주위의 기대대로 사격 1위가 되길 원했지만, 결국은 그 기대에 짓눌려 최고가 되는 것을, 최고가 되라는 말을 거부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본심은 외면한다고 영원히 가려지는 게 아니다. 히루마의 끝없는 도발 때문에 결국 이기기를 갈망하는 자신을 인정하게 되자 적극 공세로 나온 그는 여태까지 누구도 두뇌전으로 이기지 못했던 히루마를 두뇌전으로 깨버렸다. 그것조차 자신이 아니라 테츠마가 최강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는 각오로 임한 데선 여전히 키드답지만-_-;; 데이몬 녀석들이 바닥의 바닥에서 왕자 오죠가 인정하는 최강의 라이벌로 치고 올라온 힘이 바로 이기고 싶어하는 열망이라는 걸 지적한 사람이 키드란 걸 생각하면 말로 꺼내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걸 여전히 두려워할 뿐, 이녀석은 그 열망이 있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가을대회 오죠전에서 테츠마가 출장정지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키드가 진심으로 이기길 원하게 되면 히루마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적이 된다. 봄과 가을 두 번 모두 테츠마가 빠지는 바람에 오죠가 이긴 걸 생각하면 한번 패를 제대로 다 갖춘 상태에서 두 팀이 다시 붙는 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분이 초선수열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히루마/키드/타카미를 종합비교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신체적 능력은 전반적으로 달리기 하나 빼고 타카미가 둘을 능가했고, 작전실행력에서 타카미를 앞선 히루마와 키드의 경우는 달리기에서 히루마가 좀 앞설 뿐 전체적으로 비슷했다. 그런데 도쿄 베스트 일레븐에 뽑힌 건 키드다. 운동선수의 능력은 신체적 능력을 나타낸 수치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키드는 그 자신이 부정하려고 애쓰긴 해도 (이나가키 씨가 그렇다고 했으므로-_-) 도쿄지역 최강 최고의 쿼터백이다. 노력하는 범재로서 끝없이 위를 바라보는 히루마가 목표로 삼고 이기려 들 만한 선수인 것이다. 운동회 에피소드 때부터 그 점잖은 키드가 욱할 정도로 도발을 해댄 건 키드가 여력(숨겨진 힘이랄까)을 남기지 않고 끌어내게 해 데이몬이 뛰어넘어야 할 최대높이를 재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전력을 다한 그를 이겨야 자신이 최고의 쿼터백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인간성 이야기좀 해볼까나. 아시다시피 키드가 미식축구를 시작한 계기는 테츠마 때문이었다. 사격은 자신과의 싸움이라 혼자 사선에 서야 한다. TV에서 본 미식축구는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무샤노코지 가를 섬기는 운전수의 아들에 불과한 테츠마와 같이 놀 수 있는 운동이었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볼 때 테츠마 죠는 바보 맞다. 누가 일일이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물 마시는 것도 조절을 못 하니 이건 로봇도 아니고.-_-; 물론 그런 외골수 저리 가라 할 우직함이 테츠마를 관동 최고의 리시버 중 하나로 만들긴 했지만 인간적으로는 무시당하기 쉬운 타입이다. 더군다나 귀족 계급이 남아있는 일본에서 그냥 평민인 것도 아니고 키드의 아버지의 운전수의 아들이면 키드에게 무시당해도 테츠마 쪽이 오히려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키드는 테츠마를 무시하지 않았다. 조금 우둔해 보이는 데가 있을 뿐 그와 대등한 친구로 여겼다. 키드와 테츠마의 신뢰관계는 선수 이전에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오랜 관계가 전제된다는 데서 네놈은 죽어도 잡아내렷다 라면 당연합지요 라는 히루마/몬타의 극단적인 신뢰나 올 포 원, 원 포 올의 타카미/사쿠라바의 신뢰와는 좀 다르다. 사실 키드는 사격에서 벗어나 다른 걸 할 수만 있다면 상대가 테츠마가 아닌 누구라 해도 친구가 되었겠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대등하게 대한다는 것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키드의 이런 점잖고 유연한 자세는 리더십에도 나타난다. 히루마의 리더십은 거칠더라도 모두를 목표지점까지 잡아 끌고가는 파괴력으로 가득하다. 그게 단순히 공포정치 정도의 성격만 갖는 게 아니니까 하바시라 루이가 히루마 앞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어쨌든 강압적인 면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형편없는 팀 때문에 히루마가 폭군 비슷한 것이 된 거지만 제대로 된 팀에 마오 데빌배츠가 들어갔다 해도 그 성격 어디 갈 것 같진 않고-_-;). 키드의 태도는 이와 정반대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말이 이럴 때 적합하지 않을까 싶은데. 특히 초기의 히루마는 개인에게 어려운 미션을 맡기는 경우에는 좀 다르지만 전체작전이 되었을 때는 팀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기 보다는 일단 저지르게 했다. 이와 달리 키드는 차근차근 여유를 갖고 감화시킨다는 느낌이다. 상대가 어찌 나오든 마이페이스라는 점에서는 두 녀석이 같지만 말이다. 능남의 7번 윤대협이 1등 노이로제에 걸리면 키드와 좀 비슷해질까.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더라도 말 몇 마디에 팀원들이 그를 알아서 신뢰하고 따르게 하는 힘이 있다는 데서는 둘이 비슷한 것 같다. 물론 그 카리스마를 유지하고 굳건하게 하는 건 실력으로 쌓아올린 실적이다.


거친 말을 한 적이 없고 상대를 함부로 깔보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몬타와 쿠로키가 빨리빨리 셋 안 한다고 버럭하니까 움찔 놀란다거나 누군가에게 기대받는 걸 두려워하는 등 운동선수 답지 않은 소심한 면도 가끔 보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신중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안다. 실력으로나 정신적인 면으로나 명실상부한 세이부의 에이스인 이녀석 앞에서는 우시지마도 주장이 아니라 골목대장 정도로 보이고(...) 마음가짐이 이미 어른인 리쿠도 아직 갈 길 까마득한 어린 후배로 보인다.



이 괜찮은 녀석이 하쿠슈전을 무사히 치르길 바란다. 키드가 피투성이가 된다면 하쿠슈의 다음 상대가 될 확률이 무지 높은 데이몬도 히루마를 피투성이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아니 그전에 사람이 다치는 건 만화 속이라도 마음 아파해야 할 일 아닌가;;(독자 안의 폭력성향이 대리만족되는 걸 즐기는 건 일단 두번째 문제고.). 어찌 됐든 데이몬이 오죠를 이긴다면 그 직후 열릴 세이부 대 하쿠슈전은 공격 성향이 세이부와 비슷한 데이몬에게 여러가지로 힌트가 되겠지.


세이부 와일드건맨즈
등번호 7번 쿼터백
40야드 대시 5.6초
벤치프레스 70kg



p.s. 1 이제는 양심의 거리낌 따위도 없습니다. 이 포스팅은 히루마를 위한 것입니다.(.......)

p.s. 2  신류지전 직전 인터뷰 후기 중에는 여태까지 자신이 산 것 중 가장 비싼 게 뭐냐는 질문이 있습니다. 가장 검소..하다기보단 쓴 게 없는 건 신, 하프타임 쇼에서 부순-_- 자판기 변상 2만엔입니다. 그 다음은 키드, 3만엔짜리 독신자용 냉장고였답디다. 가장 비싸 보이는 건 히루마. 섬을 산 적이 있다는군요. 값이 얼마일지 저로선 상상도 못 하겠습니다. 이녀석네 집은 대체 뭐하는 데야? OTL 어쨌거나 이렇게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을 가출해서도 도련님 마인드로 사는 것처럼 그린 애니실드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

p.s. 3 오늘은 빼빼로 데이 같은 게 아니라 키드의 생일입니다. 이놈의 숫자 1에 대한 노이로제.-_-;

p.s. 4 세나 포스팅이나 다시 할까요. 명색이 주인공인데 정말 허전하군요...;;
 
Posted by 양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