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케쿠라 겐

아이실드21 2006. 11. 9. 19:22
데이몬 고등학교... 히루마의 잽싼 일처리에 의해 중퇴가 아니라 휴학, 결과적으로 현재는 1학년? 그런데 왜 2학년 1반에 있는 거냐.; 어찌 됐든 영욕의 마오 데빌배츠.


1st down에서 쿠리타가 불량삼돌이로부터 세나를 구한 후(...) 차를 대접하던 장면을 자세히 보면 너저분한 부실 한구석에 유니폼이 두 벌 걸려있는 걸 알 수 있다. 하나는 77번 쿠리타의 것이다. 그 옆의 것은 11번, 사사키 코타로가 데이몬고에 찾아오기 전까진 누구의 것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던 유니폼이다. 그리고 그것은 라커룸 한구석에 놓여있던 프레스킥티와 더불어 히루마가 시합마다 반드시 챙겨간 것이다.

16살,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던 그 시절에 일찍 철이 든 무사시는 아버지가 먹여 살리던 사무소 직원들을 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이 책임졌다. 할 수만 있다면 이녀석은 목수 일과 미식축구 양쪽에 최선을 다하려 했다. 그렇지만 이녀석은 어른스러운 만큼 현실적이었다. 히루마가 지원하겠다고 나서도 그런 돈은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하던 건 소년다운 순수한 자존심의 표현이지만, 실업리그에 나갈 것도 아닌 미식축구와 당장 여러 가족의 생계가 걸린 사무소 중에서 택하라면 사무소를 택할 정도로 냉정하게 판단할 줄 아는 녀석이다. 의리를 무겁게 여기는 이녀석에게 있어 함께 꿈을 맹세한 친구들을 버리는 건 정말 '피를 흘리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연습시합든 뭐든 시합에서 이길 때마다 히루마가 학교 내에 뭔가를 지어댄 건, 물론 부실 증축같은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필요한 일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공돈은 받지 않을 무사시에게 이런 식으로 명분을 대 끊임없이 지원을 해주려던 녀석 나름의 배려였다(그렇지 않고서야 미식축구와는 상관 없는 개집과 무기창고를 늘려대진 않는다. 다른 사람이 보면 단순히 히루마의 취향 탓이라며 혀를 내두를 일이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런 식으로 자신이 흙탕물 뒤집어 쓰는 것이야말로 히루마가 늘 하던 일이다. ..전혀 취향과 관계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무사시가 일하지 않아도 사무소가 버틸 정도가 되면 그는 돌아올 테니까,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그 때를 위해 무사시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이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서툴게나마 상냥한 히루마 녀석의 성격이 정말 슬쩍 드러난 장면이다. 누구보다도 그런 히루마를 잘 아는 무사시가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거기에 선배 사랑이 지극한 1학년 세나와 몬타가 그렇게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돌아와 달라고 부탁하는데. 미식축구 초보인 1학년 풋내기들에게 툭하면 기초가 중요하다, 담배 피우지 마라, 토너먼트는 이제 시작했을 뿐이니 들뜨지 말라는 식으로 충고하고, 그라운드 사용이 걸린 승부차기에 나가주고, 무엇보다도 데이몬의 시합이 중계되는 날이면 TV 앞을 떠나지 못하던 것은 이녀석이 도저히 미식축구를, 그걸로 연결된 자기 친구들을 버릴 수 없었다는 걸 증명한다.

아곤의 심술로 쿠리타가 좌절하자  데이몬에 진학해 미식축구부를 새로 만들어서 시작해야 했던 그들이 자신 때문에 또 좌절하면서 단 둘이서 부를 유지해야 했던 걸 무사시는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봤다. 가까스로 부원이 늘어난 이듬해에도 자신이, 키커가 없다는 최대의 약점 때문에 데이몬이 번번이 지는 것을 보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울 줄 모르는 친구들을 둔 덕에 쿠리타는 그녀석들 몫까지 합쳐 얼마나 울어야 했던지...

그 무사시가 돌아왔다. 세이부전 전반 종료 직전 킥 밖에는 방법이 없던 그 순간 대체 어떻게 해서 1분 30초짜리 타임아웃 내에 병원에서 스타디움까지 면도하고 교복 입고 나타난 건지는 모르겠지만(아니 그 전에 일본에선 열일곱살짜리가 1종 면허 딸 수 있는 거냐? 트럭도 과속해서 몰았을 거 아냐 인마!;;;) 어쨌든 돌아왔다. 그 과정이 좀 진부하긴 하지만 뭐 어떤가. 내 항상 하던 말 있지. 상투적인 것, 진부한 것은 그만큼 시공 초월해 가치가 있으니까 널리 쓰여서 그렇게 된 거라고. 1만3천297시간 하고도 49분(그건 매 시합마다 무사시가 떠난 지 몇 시간째라고 센 거냐 아니면 블랙잭 하던 때처럼 그 자리에서 계산한 거냐;)의 타임아웃 끝에, 결국 돌아와줘서 정말 고맙다. 이 빌어먹을 아저씨!


히루마가 손을 써서 중퇴가 아닌 휴학 처리가 되었다만, 1년 반이다. 무사시는 1학년 1학기에 휴학한 셈이다. 그럼 지금도 1학년이어야 하지만, 학년 엄하게 따지는 건 좀 제껴두자. 데이몬 1학년들은 그딴 거 아무래도 상관 없이 무사시를 선배로 여기니까. 이녀석은 태도나 생각이 진중하니 선배답다 이거다. 그것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장면은 역시 반도전이 한창이던 163rd down <아이실드21>에 있다고 생각한다. 무사시는 현실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적에게 분별없이 달려들던 타키에게 호된 질책으로 현실을 인식시키는 한편 '천재'가 아닌 타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어줄 히루마의 경우에 대해 이야기해줌으로써 결국 아카바를 블록하는 데 성공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미노전에서 마모리가 지적했다시피 히루마는 특히 정신적인 면에 관해서 1학년들에게 필요한 충고를 건네거나 하진 못한다. 이녀석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다루는 게 능숙한 거지 인간관계 자체에는 엄청 서툰 편인 데다 혼자 결정해야 할 게 많아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쿠리타는 다정다감하니 포용력이 있긴 한데 역시 1학년들에게 그런 방면으로 충고를 할 수 있는 녀석은 아니다. 바로 그 다정함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히더라도 필요한 조언을 할 만큼 냉정하지가 못한 것이다. 무사시는 그게 가능하다. 생각이나 행동이 칼같은 데다 어른스러움을 갖춘 이녀석은 후배들을 아버지같은 엄격함으로 질책할 줄 안다. 후배 만이 아니다. 친구인 히루마나 쿠리타가 엇나갈 듯한 기색을 보인다면 이녀석은 주저없이 그건 아니라고 잘라 말할 수 있다. 히루마/쿠리타/무사시가 리더십/포용력/무게중심을 갖춘 멋진 선배들이란 건 이런 이유에서다. 히루마가 무서운 추진력으로 데이몬을 이끌 때 쿠리타는 그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부원들까지 심적으로 설득해서 끌어안는다. 무사시는 자칫 끓어 넘치기 쉬운 두 녀석을 제어하고 쿠리타와 함께 후배들을 이해시킨다. 정말 멋진 트라이앵글이라니까.

히루마에게 감히 주먹질을 할 수 있는 녀석이라면 아곤이나 무사시 정도다. 아니, 아곤도 히루마를 쓰레기 취급하면서도 배알 꼴리는대로 폭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시합에서 정정당당하게 굴욕을 주는 걸 보면 역시 함부로 대하지는 않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신류지전에서 무사시가 히루마에게 주먹을 날리던 장면은 연기였다 해도 임팩트가 컸다. 세나를 위해 주먹을 날리면서 히루마와 주고받은 말 자체는 진심일 테니까. 비록 함께 한 시간을 짧지만 무사시는 그로 인한 미안함으로 인해 더욱 후배들을 아끼지 않을까.



무사시의 복귀는 단순히 데이몬에 전문 키커가 돌아왔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마오 데빌배츠에게는 잃은 줄 알았던 친구가 돌아온 것이고, 1학년들에게는 마오 데빌배츠의 꿈이 온전히 이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여러가지로 간 떨리던 신류지전에서 마지막 원 플레이가 가진 의미는 바로 그것이다. 쿠리타가 중앙을 막고, 무사시가 킥을 페이크삼아 쿠리타의 뒤에서 역시 중앙을 막고, 그 두 사람을 등진 히루마는 공중으로 뛰어오른 아이실드21에게 패스한다. 세 사람의 꿈이 1학년들을 대표하는 코바야카와 세나에게 이어져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나는 자칫 어영부영 흘려보내기 쉬운 십대 시절에 그렇게 울고 좌절하면서도 소년다운 꿈을 버리지 않고 차근차근 현실로 만들어가는 이녀석들이 정말 좋다.


데이몬 데빌배츠
등번호 11번 키커/라인배커
40야드 대시 5.6
벤치프레스 90kg



p.s.1 초선수열전을 지르고 스탯과 포지션 부분 수정했습니다.

p.s.2 서두에서 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났는데요. 세나는 1학년 2반이고 1학년 때의 마오 데빌배츠 역시 1학년 2반, 현재 히루마는 2학년 1반인 거야 비밀도 아닙니다만, 이 작품에서 21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는 정말 무겁다는 게 느껴지네요. 이 생각을 하며 반도전 후반에서 히루마가 아이실드21의 진짜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과 "각오해라 도쿄 MVP. 코바야카와 세나는 너를 쓰러뜨린다"라고 선언하던 장면을 다시 보니 으아.. 히루마 이녀석에게 있어 세나가 얼마나 굉장한 의미를 가졌는지 새삼스레 팍팍 다가옵니다. 그 히루마 요이치가 자신의 아이실드21로 택한 녀석이 코바야카와 세나란 말입니다. 역시, 그녀석은 데이몬의 에이스이자 히루마의 자존심 맞습니다.

그러니까 무사시의 복귀에 성격이 사알짝 변하면서 즐거워 어쩔 줄 몰라 하던 히루마와 쿠리타를 이해해 줘라 세나. 그 두 녀석, 선배 사랑 지극하던 너희 1학년과 반년 동안 쌓아온 것이 한순간 시야에서 사라진 것 같이 굴긴 했다만, 그런다고 그녀석들이 너희들을 무사시보다 못하게 여기는 건 절대로 아니다. 시합 직후 흥분해서 날뛰다 출장정지 먹을 뻔한 몬타한테 총알을 퍼붓던 히루마를 기억하라고. 말하자면 무사시의 복귀에 대한 녀석들의 기쁨은 멀쩡한 양 아흔아홉마리를 내버려두고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으러 나가 마침내 찾아낸 목자의 기쁨이었던 것이니라. 결코 너희 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다는 게 아니야.

p.s. 3 그러니까 이건 무사시 포스팅인데 또 히루마 이야기로 도배해 버렸다아.......OTL 아니, 이번에는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Posted by 양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윈디아 2006.11.09 1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완전 이 분 컴백하실때 책장넘기고 두페이지 한컷처리한 부분에서 완전 뒤집어졌었지요;ㅂ; 크하하하하학;;; 트럭안에서 어떻게 그런 초고속 변신을 가능케 하는지;; 그 트럭 저도 갖고 싶......[퍽]
    이러니 저러니 해도 데이몬 팀 사람들은 하나같이 예쁩니다//ㅛ//

    P.S3 - 꼭 해주십쇼[넙죽]

  2. SARG 2006.11.10 0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s.3,4에서 느낀것이 아이실드의 캐릭터들을 다 이해하면 히루마의 진짜모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세나보다 더 관계있는 캐릭터가 많은것처럼 보이는게 역시 숨은에이스(쿨럭)

  3. 견습기사 2006.11.10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윈디아님/ 생각해 보면 무사시는 목수 아저씨->회춘한 미청년->닭머리 아저씨로 무려 삼단변신을 하지요. 이 친구의 정체는 변신미중년이었나?(...)
    3번은..;; 역시 아이실드 끝난 뒤로 미루던가 하는 게..;;;;;;;
    (히루마의 집념에 대해서는 모종의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게 만일 들어맞는다면 히루마 요이치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 같습니다. 헌데 그게 정답이라면 저는 돗자리 깔아야죠 껄껄;)

    SARG님/ 데이몬 선수들 잡담을 죽 늘어놓다 보니 저도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세나 다음에 히루마 이야기를 하려다 정리가 안 되서 마모리부터 나간 건데, 다른 캐릭들부터 일단 둘러보는 게 순서였던 것 같습니다. 캐릭터란 게 본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설명되는 거지만 세나보다도 복잡다난한 것이..;;; 과연 숨은 에이스랄까...;;;

  4. 사과주스 2006.11.10 18: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사시 면도이후 좌절한 여인네 한명이 여기에...(아니 사실 고딩인주제에 면도후모습은 지극히 당연한것일지도 모르나 아니 그래도 무사시인데..쭈절쭈절)
    그나저나 무사시가 히루마를 치는군요(히죽)(이로써 또하나의 망상의 발판이 나락으로 드려진다)
    데이몬의 중심은 저 삼각대?였군요. 히루마/무사시/쿠리타. 하기야 원래 팀플이란게 그런거니까 이래저래 뿌듯하군요. 무사시가 돌아왔을때의 히루마의 모습. 절대 잊을 수 없어요 ㅠㅠ 말씀대로 히루마가 얼마나 무사시를 챙겼는지 그 공사들을 보면 절절히 들어난다고 생각해요. 본인 취향....은 절대 무시못하지만 뭐 공사팀이 무사시네만 있던것도 아니였을테니 뭐 조금이라도 무사시를 가까이 두고자했던 히루마의 내숭이라고봅니다(낄낄)

    그리고..히루마 얘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반짝반짝초롱초롱똘망똘망)(<-무사시 얘긴에 또 히루마로 끝나는건...이젠 완전자동입니다-_-;)

  5. 견습기사 2006.11.10 2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키드가 영감님같은 소리를 해야 키드인 것처럼 무사시는 아저씨여야 무사시지요(?). 무사시가 히루마를 친 건 세나 때문입니다. 미리니름 불러드릴깝쇼?+_+; 히루마의 좁디좁은 인간관계와 그에 대한 녀석의 태도를 생각하면 데이몬 선수들은 악마의 축복을 받은 게지요. 하는 짓이 악마라서 그렇지 실은 아이실드 내에서 가장 소년점프스러운 캐릭일지도 모릅니다, 그녀석.;
    그.. 최소 오죠전은 끝나고 나야 히루마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라는 것은 서너 달 후 정도?(...)

  6. 사은 2006.11.19 0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키드가 면도한 모습도 보고 싶어지는 군요, 문득. 사쿠라바 변신 씬까지 보고나니 그 마음이 더욱 커집니다. [히루마/쿠리타/무사시가 리더십/포용력/무게중심]이란 부분에서 딱 짚으셨단 생각이 들어 무릎을 탁 쳤습니다. 세번째 추신의 말씀을 지켜주시지 않으시면 울텝니다. -3-

  7. 견습기사 2006.11.19 1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면도한 키드는 무사시와 마찬가지로 아저씨에서 미청년으로의 회춘을 경험하게 되겠지요. 이쪽은 그래도 쉽게 상상이 되네요.; 마오 데빌배츠에 대한 건, 저는 그거 비슷하게 추상적인 생각을 하다가 아키님 블로그의 포스팅을 죽 읽으면서 정리된 것입니다. 아이실드에 좀 더 일찍 빠졌어야 했는데...OTL 세번째 추신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