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삼돌이

아이실드21 2006. 11. 5. 01:33
데이몬 고등학교 1학년. 제목 적는 순간부터 "삼돌이(형제) 아니야!"라고 고래고래 아우성치는 환청이 들리누나.(...)


집안은 풍족하지만 그 집이 싫었던 쥬몬지, 머리가 썩을 정도로 할 짓이 없어서 오락실 전설이나 갈아치워댄 얍삽한 쿠로키, 공부는 싫고 맨날 만화책만 붙들고 산 토가노. 셋은 중학 시절부터 어울리며 불량배의 정도를 걸었다. 쥬몬지네 아버지의 평에 의하면 쿠로키와 토가노는 고등학교 가봐야 중퇴나 할 사회의 '쓰레기'들이었다.

중학시절 내내 쌈질 아니면 경찰한테 쫓기는 짓이나 하던 이녀석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첫날에 똘마니로서의 세나를 알아보고 바로 이지메 들어갔다가 인생이 뒤틀려버렸다. 쿠리타한테 폭행(?)당하고, 세나한테 굴욕당하고, 결정적으로 히루마의 협박수첩에 길이 남을 사진을 찍혀 울며 겨자먹기로 미식축구시합에 끌려다니길 수 차,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양아치가 스포츠맨이 되어 있더라나.

분명 이녀석들은 여느 중고등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불량배들이었다. 집도 싫고, 학교도 싫고, 지는 것도 싫고, 친구가 '쓰레기' 취급 당하는 것도 싫고, 싫은 것도 참 많은 녀석들이었다. 그 중에서 제일 싫은 건 쓰레기 취급 당하는 것과 남에게 지는 것. 쓰레기 취급도 달리 말하면 패배자로 낙인 찍어버리는 것이니, 결국은 지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친구'가 지는 것이 말이다.

제대로 훈련 한 번 해본 적 없이 데뷔한 조쿠토전에서 불량삼돌이는 라인의 구멍에 불과했다. 애초에 미식축구 같은 것에 뜻을 품은 적도 없었으니까. 그게 어쩌다 보니 코무스비와 적대관계(...)가 되어 또 어쩌다 보니 정식입부하게 된 상태에서 제대로 훈련을 하고픈 마음이 들 리가 없다. 태양 선수들한테 험담을 듣고 욱하는 성질에 덤볐다가 처참히 깨지고서야 이녀석들은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원한을 되갚아 주려고 훈련을 시작했다. 세나가 태양전에서 미식축구가 정말로 재미있다고 여기게 되었다면 불량삼돌이는 그 시합에서 간신히 '선수'다운 승부욕을 틔운 것이다. 그리고 나사전.

그 자존심 강한 쥬몬지가 나사전을 치루던 66th down <대청소 작전> 에피소드에서 자신들의 힘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아이실드21에게 머리를 숙였다. 이전까지는 그가 유일하게 친구로 여긴 쿠로키와 토가노를 위해서만 고개를 숙였겠지만, 이제는 그 세 명이 아니라 '팀'이 이기기 위해 자존심을 굽히게 된 것이다. 이때의 쥬몬지는 아이실드21이 바로 똘마니 세나란 걸 몰랐으니까 쉽게 숙인 거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가 나사전 바로 다음에 이어진 세나의 1차 커밍아웃을 받아들이던 태도로 보건대 그 대단한 아이실드21이 똘마니에 불과한 코바야카와 세나란 걸 알고 있었더라도 고개를 숙였을 것 같다. 이녀석들은 태양전에서 라인맨으로서 이기고 싶다는 열망을 얻었고, 나사전에서는 세 사람만이 아니라 팀이 승리하기를 열망하게 되었다. 이기길 바라는 범위가 팀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은 이녀석들에게 있어 '친구'가 갖는 의미와 같은 가치를 팀에 부여했다는 의미도 된다. 쥬몬지와 쿠로키와 토가노는 이전부터 사회의 쓰레기 정도로 취급받던 녀석들이었다. 똘마니면 뭐 어떤가, 조금씩이나마 친구로 받아들이게 된 이상 그 팀에 속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상관할 리가 없는 것이다.

쥬몬지에 한정한다면 '친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에피소드는 태양전 직후 월간 미식축구에서 쿠로키와 토가노가 혹평을 받자 쥬몬지가 호평을 받은 자신까지 한꺼번에 몰아서 '셋 다 쓰레기 취급받았다'며 분노하던 장면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쿠로키와 토가노는 어떨까.

이녀석들한테 '친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에피소드는 데스마치를 시작하자마자 녀석들이 도망가려다 도부로쿠와 맞닥뜨린 장면이라 생각한다. 도부로쿠는 내년에도 기회가 있는 1학년들은 올해가 마지막인 2학년들과 처지가 다르니 같이 목숨을 걸 의리는 없다고 말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오 데빌배츠 삼인방이 서로를 친구로서 어떻게 여겼는지 짧게 덧붙인다. "학교에선 붕 뜬 존재였지만, 그 셋은 둘도 없는 친구였지" 오직 미식축구 하나에만 관심사를 집중하고 그 외의 세계에 대해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단절되어 있던 히루마, 쿠리타, 무사시의 모습에 불량배로서 남들과 섞이는 걸 거부하고 거부당했던 쥬몬지, 쿠로키, 토가노가 오버랩되던 그 장면. 그런 줄도 모르고 미식축구부를 출장정지 먹일 계획을 짰던 자신들을 돌아보며 쿠로키가 입술을 깨물 정도로 자책한 건 단순히 과장된 감정 표현인 게 아니다. 틈만 나면 히루마한테 반항하려고 애쓰던 이녀석들은 선배 사랑이 지극한 세나나 몬타와 달리 마오 데빌배츠 이야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도 단번에 그녀석들은 선배들의 관계를 이해했다. 성질은 좀 다르지만 그녀석들의 관계가 그들과 같기 때문이다. 비슷한 정서는 신류지전에서 선배들의 꿈이 '쓰레기' 취급받자 분노하던 세나에게 쥬몬지가 공감하던 장면에서도 살짝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이녀석들은 발에 채이는 불량배이면서도 불량배가 아니었다.



겨우 '팀'을 의식하고 시합하게 된 나사전에서도 이녀석들은, 아직은 완전히 데이몬 선수가 되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놀 때도 먹을 때도 이녀석들은 늘 하던 대로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는 게 눈에 띄었다. 그러던 게 데스마치를 거치고 가을대회를 하나하나 치러가면서,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이 조금씩 하나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쿄신전 직전 가출한 코무스비를 찾다가 주먹으로 본심을 털어놓던 데서야 일단 '다섯 라인맨들은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이었고, 그때부터는 이녀석들이 특별히 팀에서 도드라져 분리되어 보이지 않았다. 신류지전에서는 특히 그러한 '데이몬 데빌배츠' 전원의 유대감이 견고해지는 장면이 몇 번이고 연출된다. 시합 다음 날 연습 쉰다는 통보를 받고도 오죠전에 대비하려고 불량삼돌이들이 제발로 부실에 나타난 모습에서는 아예 마침표 도장까지 쾅쾅 받아냈으니, 토가노가 푸념처럼 읊던 대로 정말 스포츠맨이 다 되어 있었던 것이다. 열정을 쏟을 것이 생긴 데다 더이상 쓰레기 취급을 받지 않게 된 친구들을 보며 미소짓던 쥬몬지의 뒷모습은 회가 거듭될수록 빛이 나는 무라타 신공을 힘입기도 해, 뭔가 미칠 듯이 강렬한 폭탄(...)이 터진 205th down의 한 면에서 조용히 빛을 발하던 것이었다.



하는 짓이나 말버릇을 보면 이녀석들은 갈 데 없이 한 세트로 취급받아야 할 것 같긴 한데 각인각색이라고, 개성은 분명 제각각이다.

쥬몬지는 싸나이스러운 면이 있고,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머리는 좋다. 열정이 있지만 집중할 데를 찾지 못해 방황했던 녀석이다. 나름대로 리더십도 있는 걸 보면 내년 데이몬의 주장은 바로 이녀석이 아닐까 싶다. 무사시가 유급을 하더라도 성격상 주장을 맡을 것 같진 않으니..

쿠로키는 몬타 못지 않게 유치한 데가 있지만 성격은 제일 화끈하다. 히루마한테 불량주둥이 소리 들을 정도로 꽥꽥 시끄러운 녀석이지만, 후배에게는 그야말로 쌈박한 형님같은 선배가 되어줄 것 같다.

토가노는 묘하게도 대사가 적지만 어쩌다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촌철살인의 개그센스를 자랑한다. 언젠가 한번 토가노의 개그만 따로 정리해보고 싶을 정도다(히루마의 피는 붉었다 사건이랄지..키읔;).

이녀석들이 2학년 선배가 되어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가 왠지 기대된다. 히루마/쿠리타/무사시는 리더십/포용력/무게중심의 삼박자를 갖춘 선배들이다. 쥬몬지/쿠로키/토가노는 어떨까. 지금의 2학년들이 없는 데빌배츠를 생각하는 건 정말 씁쓸한 일이지만, 그들과 달리 1학년인 이녀석들은 내년에도 데빌배츠를 짊어지고 이끌어야 한다. 선배들이 없어도 이녀석들의 시합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아니 그 전에, 내년의 데이몬은 쿼터백 부재가 엄청난 문제잖아. 단순히 쿼터백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감독이 없어지는 꼴도 되잖아 이거. 그 바보들을 이끌려면 아아...쥬몬지는 히루마를 존경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고 먼 산을 쳐다보게 될지도.=_= (힘내라. 그래도 너희 1학년들은 제로에서 시작하는 건 아니다) (나는 이미 쥬몬지를 차기 주장으로 확신한 건가... -.-;)





코무스비의 코웃음 한방에 앙 하아 하아아아아를 외치며 승부욕을 불태운 결과(그렇다 이녀석들은 파워풀어를 알아듣는다;;) 정말로 얼떨결에 정식부원이 된 이녀석들을 히루마는 완전한 팀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셋은 라커 하나를 같이 써야 했다. 그러던 녀석들이 비록 동기는 다르더라도 이기고 싶다는 열망만은 다른 부원들과 공유하게 되자 히루마는 비로소 이들을 인정하고 각자에게 라커를 내줬다. 불량삼돌이가 데이몬 데빌배츠에 진짜로 입부한 건 이 때라고 생각한다. 진짜로 팀원이 된 건 좀 더 뒷일이지만.



데이몬 데빌배츠
쥬몬지 카즈키 51번 태클/디펜시브 태클
40야드 대시 5.5 벤치프레스 85kg
쿠로키 코지 52번 가드/라인배커
40야드 대시 5.1 벤치프레스 85kg
토가노 쇼조 53번 태클/디펜시브 엔드
40야드 대시 5.5 벤치프레스 85kg




p.s.1 스탯과 포지션은 드디어 초선수열전을 구한 후 07년 8월 12일에 수정한 데이터입니다. 벤치프레스는 본편에서 마지막으로 잰 게 65kg->85kg(...같이 노가다하고 같이 데스마치 뛰었는데도 신체적 능력은 그다지 성장하지 않은 히루마, 아놔 히루마아아아악...; 초딩 시절에는 유키미츠 못지 않은 운동치였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듭니다;)이었지만 토가노의 말로 보건대 데스마치 거치고 나서 파워업이 되긴 한 것 같습니다.

p.s.2 마모리 포스팅이 잘못 나가면 히루마모 포스팅 되듯이 불량삼돌이 포스팅은 엇나가면 쥬몬지 포스팅 되는군요. 누가 차기주장감 아니랄까봐 이놈 혼자 번쩍번쩍 거리는군요. -_-;

p.s.3 07년에 정보 하나 추가. 27권 단행본 보너스 페이지에 의하면, 불량삼돌이는 파워풀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합니다. (...)


 
Posted by 양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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