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리타 료칸

아이실드21 2006.10.24 02:27
데이몬 고등학교 2학년. 마오 데빌배츠.

데이몬고 동복 차림의 쿠리타를 보면 왠지 쿠리타 사장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나도 내가 사장님이란 모름지기 배불뚝이여야 한다는 편견을 가졌을 줄은 몰랐다..;; 이건 다 예를 들 때마다 배불뚝이 사장님 운운하신 상법 교수님 때문이다! 어찌 됐든 2미터에 가까운 키에 체중도 가볍게 0.1톤을 넘어가서 외모만 놓고 보면 스모 선수가 딱 적성일 것 같지만 도쿄대회 베스트11에 뽑힐 정도로 톱클래스인 라인맨. 이런 밤톨군에 대해 생각할 때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 착하디 착한 녀석의 수난사가 바로 마오 데빌배츠와 데이몬 데빌배츠의 수난사이기 때문이다.

중학 시절 밤톨군은 관동 최강인 신류지 나가의 시합을 보고 미식축구를 지망하게 되었지만 마오13중에는 미식축구부가 없었다. 우연히 도부로쿠 선생의 눈에 띄어 혼자서 연습을 시작했고, 이후 히루마와 무사시를 만나 마오 데빌배츠를 결성했다. 셋은 같이 그 신류지 고등학교에 진학해 크리스마스볼을 노리고자 했다. 쿠리타의 머리로는 입학시험을 칠 수 없어 스포츠 추천으로 합격했는데, 히루마와 사이가 틀어져 있던 아곤의 심술로 인해 취소되어 결국 미식축구부가 없는 데이몬고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악운은 끝나지 않아서 무사시는 고등학교를 그만둬야 했고, 아무리 홍보를 해도 입부희망자는 없었다. 입부희망자에게 주려고 슈크림을 100개나 샀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 쿠리타 혼자 울먹이며 그걸 다 먹어치워야 했던 31st down <슈크림 파티>의 그 회상장면은 정말이지 다시 보고 싶지가 않다.

분명 이녀석은 마음 약한 스피드 제로의 바보 울보 뚱보다. 하지만 단점 투성이인 이녀석 없이 데빌배츠가 데이몬녀석들한테 이어질 수 있었을까.

최악의 상황에서도 쿠리타는 묵묵히 히루마에게 의지하며 그래도 언젠가는 동료가 늘어날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그 전에, 히루마가 대체 어째서 이렇게까지 미식축구에 매달리는지는 이 만화가 완결을 봐야 밝혀지려나. 그녀석이 미식축구를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이유는 충분히 밝혀졌지만 온갖 수모를 견디고 정말로 목숨을 걸어가며 보이는 집념은 뭔가 더 큰 이유가 있어야 설명될 것 같다). 이것은 히루마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쿠리타가 다른 길을 볼 줄 몰라서도 아니었다. 이 바보가 단순무식한 탓에 자신이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정한 일을 우직하게 해 나가려 한 것 때문이다. 세나가 히루마한테 강요당하지 않았는데도 자기 의사로 미식축구부에 입부하고, 불량삼돌이한테 얻어맞아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도 핸드폰을 들고 도망친 것은 쿠리타의 이런 점 때문이었다. 무력하기 짝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세나 조차도 이 사람과 함께 같은 목표를 노리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며, 아프게 될 일은 무조건 피하고 보던 그 꼬맹이가 자신을 두드려 팬 녀석들한테 고함을 쳐 가며 지키고 싶게 한, 순박하기까지 한 의지 말이다.

무엇보다도 쿠리타 하면 보살 저리가라 할 덕성이다. 아마도 <아이실드21>에 여태까지 등장한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 가장 덕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별일을 당해도 괜찮아를 연발하는 이시마루는 덕이 있는 게 아니라 바보인 거고. =_= 굉장히 안타깝습니다.=_=). 필드에서야 시동 걸리면 그야말로 막을 방법이 없는 불도저지만 밖에서는 주위에 이런 친구 있었으면 싶을 만큼 온화한 녀석 아닌가. 물론 바보라서-_- 상황 파악이 안 되어 두드려 패도 되는 녀석들(불량삼돌이 이놈들, 이제는 자기 지은 죄를 아니까 괜찮아 괜찮아 -_-*)까지 좋게좋게 해석하고 받아주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녀석은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개성도 천차만별에 히루마 때문에 반강제로 시작한 녀석들조차 있는 1학년들을 자기 식구처럼 품고 솔직하게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마침내 모두가 같은 꿈을 공유할 공감대를 마련한 녀석은 쿠리타다. 그렇게 나쁜 일을 많이 겪었는데도 사람을 쉽게 믿고 챙기려 하는 걸 보면 이 녀석도 세나와 같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청 쉽게 상처받는 외피를 가졌지만 본질은 금강석처럼 단단하달까. 그래서 무사시가 돌아온 후 김을 뿜으며 폭주해댄 쿠리타가 어색하기는 커녕 그제서야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쿠리탄 작렬 만만세!

자주 가는 블로그의 주인께서 아이실드에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으로 세나 다치는 거, 히루마 무릎 꿇는 거, 쿠리타 좌절하는 거를 꼽은 적이 있는데 나 역시 그 세 장면은 보고 싶지 않다. 앞의 둘은 아직 작품 중에 나타난 일이 없지만 유감스럽게도 쿠리타가 우는 장면은 흔하다. 그냥 안쓰럽네, 오오 이건 개그로구나 정도로 넘어갈 일도 있었지만, 아곤 이노무자식, 아이실드의 악의 축스런 이노무자식-_-때문에 한번 절망했던 쿠리타가 또 다시 자책하며 눈물 흘려야 했을 때는 진짜, 내가 다 분통이 터졌더랬다. 남의 눈에 눈물 흐르게 만든 놈은 반드시 그놈 눈에 피눈물 고이게 해야 한다는 내 소박한 정의론(...)에 따르면 아곤 녀석도 사필귀정, 권선징악-_-의 결말을 맞아 마땅했다. 결국 일은 순리(...)대로 돌아갔지. -_-^ 평소에 이 정감 넘치는 바보 뚱보가 보이는 눈물은 다른 녀석들, 특히 약한 모습은 절대로 보이지 않는 히루마가 묵묵히 참아 넘기느라 보이지 않는 눈물을 자신이 대신 한꺼번에 흘리는 것이었다. 195th down의 그 눈물은 거기에 이 착한 녀석이 죄 지은 것도 없는 자신을 탓하고 깊이깊이 원망하는 것까지 더해져서 도저히 봐줄 수가 없었다.. 어쨌든, 쿠리타의 눈물은 쿠리타 한 녀석의 눈물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데이몬의 절망을 상징하는 것과도 같은 그 눈물을 보고 싶지가 않다.


신류지전 직전의 인터뷰에서 아곤이 쿠리타를 짓밟은 걸로 빈정댔을 때 히루마의 눈은 그렇게 섬뜩할 수가 없었다. 히루마를 기준으로 보면 쿠리타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함께 했던 진짜 친구다. 쿠리타 료칸은. 언제나 오버액션을 취하지만 본성은 결코 감정으로 흔들리는 일이 없던 그 냉정한 히루마가 그를 위해 진심으로 분노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녀석인 것이다.





데이몬 데빌배츠
등번호 77 센터/디펜시브 태클
40야드 대시 6.5초
벤치프레스 160kg




 

p.s.1 아이실드 본 사람치고 쿠리타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은 없을터, 우리 쿠리땅을 그저 바보뚱보개그캐릭으로 전락시킨 애니실드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p.s.2 <아이실드21> 18권을..빌렸습니다. 오늘 찾아간 서점에는 아직 나오질 않아서. -_-;;; 연재분은 반도전부터 봤는데, 듣던 대로 단행본과 미묘하게 다르군요. 무라타 씨의 노가다가 어떤 건지 확실히 절감했습니다.; 그리고 인물소개 페이지가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낄낄낄. ...그런데 쿠마부쿠로 기자의 똑똑한 딸네미 리코 양이 이미 18권 소개 페이지에 나와 있었군요. 본편에 나오려면 아직 두 권은 더 기다려야 할 텐데 뭐랄까 이건!;;;

p.s.3 그 18권에서 코타로가 냅다 달려들어 "승부를 짓지 않겠는가!"라니까 "짓지 않을래"라고 깔끔하게 무시하는 개그센스를 발휘하던 무사시가 그냥 "아"라고 대답하는 걸로 번역이 되어 있더군요. 원판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짓지 않을래가 직역 쪽이었다면 그걸 지지하고 싶습니다. 하여간 무사시는 은근히 개그쟁이입니다(오타 아님).-_-*

p.s.4 반도高 교장 센스쟁이! ;ㅁ;

  

Posted by 양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