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몬 타로

아이실드21 2006.10.19 21:03
데이몬 고등학교 1학년. 데이몬 치비즈의 하나이며 아이실드에서 거의 유일한 100% 열혈 스포츠맨. 운스이가 몬타를 지칭할 때 '라이몬 군'이라고 하니까 순간 '그게 누구지?'라는 생각부터 든 걸 보면 이녀석의 본명은.. 뭐랄까. 안녕히, 카스가 아유무~ 랄까.(...)

남들은 네자리수로 득표할 때 혼자 다섯자리수 득표를 얻어가며 원숭이보다도 원숭이같다는 평을 들은 녀석, 그 원숭이스런 외모와 행동 때문에 종종 개그캐릭으로 여겨지지만, 그 실질은 데이몬의 3대 노력파 중 하나이며 캐치로는 관동 넘버원, 히루마조차 체념한 상황에서 팀을 구원할 기적을 움켜쥔 MVP(그렇다! 신류지전 MVP는 누가 뭐래도 몬타다!).

똘마니 세나의 단짝친구인 그 녀석은, 세나와 마찬가지로 미식축구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녀석이 지망하던 건 야구. 어릴 적부터 우상이었던 캐치의 달인 혼죠 선수처럼 자신도 캐치의 달인이 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몬타 자신에게는 재능이 없었다. 이녀석도 히루마처럼 연습을 엄청나게 했을 뿐 신체능력 자체는 평범했다. 때문에 그렇게 오래 야구를 했는데도 잡는 것만 능숙해졌지 타격이나 송구는 엉망진창이었으며, 일반인과 스프린터의 경계라는 5.0에 딱 걸린 다리와 시키는 것만 열심히 해야 하는 머리로는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도 기대할 수 없었다. 지금은 관동 넘버원인 캐치조차, 처음에는 평범한 플라이 하나 못 잡는, 그야말로 동네 애들 야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아이실드21>이 만화적 과장이 허용되는 범위에서는 엄청 부풀려대는 표현법을 쓰는지라 종종 테니프리같은 판타지스런 작품으로 인식되던데-_-;;; 이 만화는 스토리적인 면에서는 전혀 판타지가 아니다. 히루마가 승산 없는 노력따윈 무의미하다며 패배가 확정된 시합을 포기하려 한 2권에서부터 이미 그 점이 드러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현실의 냉혹함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첫번째 장면은 미칠 듯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야구부에서 잘린 몬타가 세나에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던 23rd down <새로운 꿈>의 그 장면이다.

그렇게 프로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 노력을 했건만 캐치 하나에만 목숨을 걸어서 겨우 캐치의 달인이 될 정도로 재능이 없던 이녀석은 앞으로 어떻게 악을 쓰고 아등바등해도 프로는 될 수 없다. 이녀석은 그런 쓸모 없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세나의 부탁과, 마모리와 아이실드21을 이용한 히루마의 계략(...)에 넘어가주는 형식으로 미식축구부에 들어와 리시버가 되었다. 비록 야구는 포기하더라도, 그렇게 노력해서 본능이 되어버린 캐치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이녀석 특유의 자존심이 스포츠 자체를 포기하는 대신 미식축구의 영웅의 길로 인도한 것이다. 후에 데스마치를 시작하면서 몬타가 가장 먼저 선을 넘어가는 걸(어쩌면 코무스비가 가장 먼저 넘어갔을지도 모르지만-_-;;;) 본 후 다시 녀석의 입부장면을 보니 이놈이 정말 뼛속까지 스포츠맨이구나 하고 딱 와닿더랬다.


데이몬 녀석들을 이야기할 때는 히루마와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참, 진짜 주인공이 대체 뉘여 소리 나오리만치 허탈한 마음이 들지만서도 납득이 되어버린달까-_-; 어쨌든 히루마는 마오 데빌배츠 시절부터 제대로 패스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쿠리타는 볼을 만지는 포지션이 아닌데다 둔한 편이라 패스 상대가 될 수 없고, 그나마 상대가 될 수 있었던 무사시는 데이몬고에서 선수들을 모집하기도 전에 탈퇴해 버렸으니까. 데이몬의 교장조차 맘대로 다루는 그 히루마가 공을 잡아줄 사람이 없어서 운동장 구석에서 나무 판대기를 상대로 던지는 연습을 하는 광경은 히루마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참 처량하고 우스웠을 것 같다.

다른 신입부원이 들어왔을 때는, 심지어 세나의 경우조차도 히루마가 자신의 기쁨을 특별히 드러내는 에피소드는 없었다(쥬몬지를 깔고 앉은 그 장면은 물론 굉장한 러닝백을 발견한 기쁨의 표현이지만 그 기쁨만을 표현하는 에피소드는 아니었다). 라이스 군 처형 사건은 드디어 리시버가 들어온 것에 대한 히루마 식의 난폭한 감정표현이었다. 아이실드를 처음 봤을 때는 그 장면을 그냥 히루마란 녀석이 또 날뛰는구나 하고 웃으면서 넘어갔는데, 복습을 거듭할수록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쿼터백은 필드의 사령탑이지만 동시에 패스를 던지는 포지션이다. 러닝백에 대해서는 던질 것도 없이 바로 공을 품에 안겨주니까 넘어가더라도, 패스를 던지는 역할로서의 쿼터백은 혼자 잘나봤자 리시버가 허접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둘은 같이 잘 해야 한다.

이후 히루마의 패스 플레이를 보면 평범하게 던져주는 경우도 많지만 결정적인 승부처에서는 받는 사람 입장을 저언혀 생각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패스를 날려대곤 한다. 엄청 과학적인 아미노 선수가 볼 때 이성적으로 잡을 수 있을 리가 없는 패스를 던지기까지 하는데, 그게 가능한 건 히루마의 성격이 더러워서가 아니라 몬타라면 반드시 절대로 결단코 잡아낼 거라고, 그게 아주 당연하다고 녀석이 믿기 때문이다. 이 신뢰는 에이스인 세나에 대한 신뢰 만큼이나 견고한 것이라 몬타로서는 도저히 잽도 안 되던 천재 잇큐와의 승부에서도 마지막에는 녀석의 결심을 믿고 무지막지한 패스를 던지게 된다. 몬타라는 녀석이 비록 다른 데서는 쓸모 없을지 몰라도 미식축구에 있어서만큼은, 쿼터백 히루마에게 있어서만큼은 절실히 필요한 녀석이다. 몬타가 야구부에서 구박받으며 보낸 노력의 세월과 히루마가 몬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혼자 연습하던 세월은 전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신류지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만큼 그 시합은 멋지고 찐한 장면을 숱하게 남겼더랬다. 내가 신류지전을 보면서 '해냈구나! 이자식 네가 최고다!'라며 흥분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이자식(들)이 진짜..!'하고 찡해진 장면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로 세 장면을 꼽는다. 온사이드킥, 히루마의 0.1초, 그리고 몬타의 아웃 오브 바운즈다.

룰을 정확히 알지 못해 테츠마에게 이기고도 팀이 져버린 세이부전 후, 몬타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아이실드21>은 침묵해 버렸다. 나 역시 그녀석이 평소에 워낙 바보짓을 많이 했던지라 이기고도 졌다는 흥분과 자존심 때문에 잠깐 폭주한 거라 여기고 별 생각 없이 넘어갔더랬다. 그런데 그 후 몬타가 뭘 어떻게 했는지는 세이부전 다음 반도전 다음인 신류지전 끄트머리에서 드러났다.

196th down <기적은 그 손안에>, 그리고 아웃오브바운즈...

이 바보 원숭이놈은 세이부전 이후 자신의 실수 아닌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룰북을 익혔던 것이다. 시합종료 1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히루마가 롱패스를 전제로 한 스파이크 작전을 설명할 때 시간을 멈추기 위해 쓰러질 거면 무조건 라인을 넘어가라고 한 마디 한 것만으로는 이녀석이 그 규칙의 의미와 활용할 방법을 좌라락 떠올릴 수가 없다. 몬타 머리 나쁜 건 우리가 다 알지. 이녀석은 그간 미식축구룰을 처음부터 다시 익혀뒀기 때문에, 작전을 들은 순간부터 잇큐라면 그 패스를 건드릴 수는 있을 거라 생각한 것처럼 혹시라도 태클을 당하면 어떻게든 상황을 아웃 오브 바운즈로 만들고 또 그걸 증명할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걸 궁리한 게 분명하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절치부심하는 철저함, 이게 몬타가 노력하는 자세이며, 그런 사소한 것이 기적을 움켜쥔 것이다. 몇 번이고 팀을 구하는 기적을 붙잡아낸 몬타는 히루마가 농담처럼 말한 몬타나 매직을 넘어 몬타 매직이란 말을 들을 자격이 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몬타는 스포츠를 대하는 자세에서는 확실히 세나보다 앞서 있어서 가끔 머뭇거리는 세나에게 제대로 방향을 제시하고 힘을 실어준다. 스포츠를 떠나서도 녀석는 세나에게 있어 처음 만난 제대로 된 친구이다. 여태까지 세나가 (일단) 친구라고 여긴 녀석들은 리쿠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똘마니로 부려먹으려 드는 것들이었고, 리쿠는 세나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기에는 너무 빨리 전학을 가버렸다. 똘마니 세나를 모르는 덕인지, 몬타는 자신이 맡게 된 일을 잘 해보려고 등교하면서 공잡는 법을 궁리하던 세나의 본질적인 면을 보고 대등한 친구로 여겨줬다. 리쿠조차도 어릴 적에는 세나를 대등하게 보지 않고 궁여지책이 필요한 동생같은 녀석이라고 여겼더랬는데 말이다.; 어찌 됐든 본래 스포츠맨이 아닌 세나에게 선배들도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을 가르치고 자신과 대등한 한 인격으로 인정해준 녀석이 몬타다. 바보스럽지만 정직하고 올곧고 심지 굳은 이 녀석이라면 미식축구가 아닌 인생역정에서도 최악의 상황에서조차 당연하다는 듯이 세나의 편에 서줄 것 같다. 미식축구가 세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줬네.^^



데이몬 데빌배츠
백넘버 80 와이드리시버/코너백
40야드 대시 5.0
벤치프레스 50kg




p.s. 문득 생각해 보니 다른 캐릭에 대한 잡담도 마모리나 몬타 식으로 간다면 왠지 세나에 대한 잡담이 제일 허술하고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건 아닌데! 나는 세나도 예뻐해! 이건 아니야!;;;

p.s.2 신류지전이 끝난 지금 다시 인기투표를 한다면 몬타가 3위권에도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1, 2위는 아무래도 히루마와 세나가 흔들림 없이 갈라먹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p.s.3 마모리는 히루마한테 가고 세나는 스즈나랑 눈이 맞을 눈치던데 몬타, 홀로 남은 너의 마모리 선배를 향한 순정은 이제 어찌 되는 것이냐. 괜찮다, 울지 마라! 사나이라면 이겨내는 것이다! ;ㅅ;





 
Posted by 양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