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째선지 이글루스 포스팅에 아이실드 이야기만 주절주절 늘어놓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제 아이실드 카테고리를 따로 내야 하는 건가.. 만약 그 지경에 이른다면 4년만에 슬레와 창세에 이어 세 번째로 독립 카테고리를 지르고 만 작품이 생겼다는 건데......-_-;
엥이, 어찌 됐든 78화 보다가 약간 울컥--; 한 것이 있어서 따로 께작입니다.



1.

선수가 아닌 총무로서의 세나는 확실히 무능해 보였습니다. 여기서 무능하다는 의미는 비오는 날의 어디 대령과 같은 처지란 소리입니다(...). 어찌 됐든, 애니실드의 장점은 이런 것이겠죠. 원작이 절제된 스토리 진행으로 가차없이 쳐내고 숨겨버린 있음직한 뒷이야기들을 적당히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개인적으로 데스마치 때 쿠로키와 토가노가 진짜로 튀어버린 에피소드 같은 건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히루마에게 반항하는 세나는 좀.. 그랬지만-_-;;).

마모리한테 단단히 붙잡혀 총무로서의 책임을 다하느라 연습을 거를 수밖에 없는 장면은 확실히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책임감 강한 마모리의 성격에 그동안 툭하면 뭐 사러 간다며 사라져 총무의 일까지 남한테 떠넘긴(어떻게 해석하면 1학년 주제 짱박히는;) 세나를 가만 내버려두는 게 더 이상하긴 했습니다. 총무는 선수와 달리 일신에 위험을 느낄 일이 거의 없으며 매니저인 마모리가 바로 옆에 앉혀두고 같이 일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총무의 일에 집중하라고 충고했을 법도 합니다. 관동대회에 나가느냐 마느냐가 걸린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세나가 총무와 선수 사이에서 헤매는 이 에피소드는 굉장히 설득력 있네요. (다만 원작에서라면 이 타이밍에 반드시 등장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세나를 연습하라고 내쫓았을 히루마가 어디 정찰이라도 간 건지 이번 화 내내 거의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는 게 약간 서글플 뿐입니다...;)



2.

문제는 세나의 성격이 애니로 건너오면서 어딘가 요상하게 바뀌었다는 겁니다. 이녀석 잘 나가다 갑자기 소년만화의 히어로다운 씩씩한 모습을 보이곤 하네요. 물론 아이실드는 소년만화니까 주인공이 그런 모습 보인다고 이상할 건 없지만..이 아니란 게 문제란 겁니다, 세나는 그런 타입의 주인공이 아니잖습니깟!;;

총무 일 때문에 늦은 밤까지 혼자 부족한 연습량을 채우던 세나는 비 맞으며 달린 끝에 감기에 걸려 남들 도쿄대회 결승전 보러 갈 때도 혼자 앓아누워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리쿠와 신의 대결이 자꾸 눈에 밟혀 기어코 경기장에 온 세나. 열이 심했는지 눈이 핑글핑글 돕니다. 마침 우연찮게 세나를 발견한 마모리가 다가왔을 때 세나는 쓰러질 뻔 하지요. 마모리가 걱정하며 어서 돌아가라고 하자 이녀석 한다는 말이-

"방해하지 마"

.......

물론, 허약빈약쇠약한 세나만을 알기에 고등학교에 와서도 엄마 노릇을 하는 마모리가 아이실드21에게 상당히 방해되는 건 사실입니다. 마모리도 후에 아이실드의 정체를 알고 스스로 인정하지요.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세나는 마모리가 히루마와 싸울까봐 여지껏 자기 정체를 말하지 않았던 착한 녀석입니다. 까짓거 정체를 일찍 드러냈으면 부실이 뒤집어지든 어쨌든 대판 전쟁이 터진 후 어떻게든 히루마가 손을 써서 시합에 나갈 수는 있었을 텐데도, 세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마모리가 상처받을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녀석이, 아무리 리쿠와 신의 대결이 보고 싶어 아픈 몸으로 여기까지 올 정도로 승부욕을 드러내고 있다지만, 마모리에게 당신 방해된다고 직격타를 날릴 놈입니까? 마모리가 아이실드의 정체를 알면 제일 곤란해질 사람 중 하나인 히루마조차도 그녀가 세나의 성장에 방해된다는 식으로 말한 적은 없는데!

한편, 애니실드의 세나가 묘한 데서 씩씩한 소년의 모습을 보이는 반면 마모리는 이상하게 바보스런 짓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작정하고 세나가 박차고 나와야 할 짐 같은 걸로 묘사하려는 건가 싶어질 정돕니다. 애니가 꼭 원작을 따라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를 재해석하기는 커녕 파악 자체에 실패해 엉망진창이 된 애니렌 같은 케이스는 절로 님 자제좀 소리가 나오지요. 주인공 하나만을 멋지게 표현하기 위해 다른 캐릭을 깎아내리는 건 치사한 짓입니다.

애니실드의 코바야카와 세나 이놈, 네가 두려워 하면서도 엄청나게 경애하는 네 선배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마. 아네자키 마모리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79화에서 드디어 히루마가 그 대사를 말할 참인가 본데 이거이거.. 그 직전에 마모리가 자책하는 부분의 느낌이 참 묘할 것 같습니다. 본인 입으로 방해된다는 소리를 들은 후 깨닫는 것과 갑자기 진실을 알게 된 후 스스로 깨닫는 것은 아무래도 캐릭이 느끼는 감정이 다르겠지요. 후자의 세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을 방해하던 사람조차 조용히 포용하면서도 자신이 상처입히는 게 아닌가 걱정하던 어른스런 모습으로 남겠지만 전자는..... 저는 위의 장면을 보면서 화냈습니다.





3.

마모리와 세나가 툭탁거리는 동안 세이부와 오죠의 시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기서 약간 의문이 생겼습니다.

세이부의 샷건은 철저하게 패스 중심의 작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리시버는 테츠마를 비롯해 네댓 명은 되었던 것 같은데요. 때문에 신도 처음에는 패스루트를 짐작하지 못해 고전했지요.

생각해 봅시다. 테츠마한테 가는 패스가 성공률이 가장 높긴 합니다만, 다른 리시버들이라 해서 캐치 실력이 테츠마와 비교해 지나치게 떨어질 리는 없지요. 히루마가 인정한 무샤노코지 시엔이라는 쿼터백 또한 테츠마가 특별히 잘 받아주니까 패스 성공률이 높은 허접이 아니라 진짜 실력자입니다. 테츠마의 부재는 상대가 신이라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리시버의 부재를 의미할 뿐, 세이부에서 리시버가 싸그리 사라진 걸 뜻하진 않습니다. 그런데도 샷건을 포기하고 리쿠를 써서 오로지 런, 런을 하는 것은 뭐랄까... 서태웅과 부딪쳐 부상당한 주전이 잠시 빠진 상황에서 풍전이 건&런을 버린다면 이런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_-;

저는 세이부의 패인에 테츠마의 출장정지가 가장 큰 원인이 되었을 거란 데는 동의합니다. 단, 그건 샷건과 런을 모두 쓰긴 썼는데, 런은 신에게 막히고 샷건도 몸싸움에서 테츠마보다는 믿음직하지 못한 리시버들이 디펜스의 오죠에 여러 방법으로 방법당해 득점력이 떨어진 탓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런으로 나가는 건 아니었다고요...;

뭐 그거야 어쨌든, 세나와 가장 비슷한 체격과 스피드를 가진 리쿠가 패배가 확정된 상황에서도 끝까지 신을 상대하는 장면은 세나와 신의 첫 대결을 연상시키더군요. 키드도 리쿠에 대해 그때의 히루마가 세나에게 취한 것과 같은 태도를 보였습니다. 애니팀은 세이부를 데이몬과 어떻게든 매치시키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으음 뭐랄까, 어째선지 그 심정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달까요...;



4.

이제부터 애니와는 상관 없는 잡담.

제가 <아이실드21>을 보면서 놀랐던 것 중 하나는 데이몬 선수들이 상대팀 선수에 대해 필요 이상의 적의를 보이는 일이 없는 데다(아이실드 얘기만 나오면 버럭하던 카케이나, 적의를 넘어 살기를 뿜어대던 히루마와 아곤에 대해서는 넘어갑시다;) 친하게 지내도 그리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영원한 우상(...) 통키를 생각해 봅시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경기장 안팎에서 이 초딩놈들의 일상은 상대방을 공으로 쳐죽이려고 작정한 걸 전제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_-; 스포츠물에서 상대팀이란 건 어쨌든 쓰러뜨려야 하고 쳐부숴야 하고 죽여버려야 할 '적'이지 같이 죽이 맞아 이죽거리거나 할 상대는 아니란 말입니다. 상대팀을 꺾어버린 후라면야 승자의 아량을 보여 악수 한번 나눌 수는 있지만 어울려 다닐 정도는 아니지요. 아군 아니면 적, 알기 쉬운 구도입니다.

그런데 아이실드는 세나가 성장하도록 알게 모르게 자극해대는(끌어주는) 신이랄지, 동기야 어쨌든 데이몬 미식축구부를 위해 승부차기를 하는 코타로랄지, 틈만 나면 데이몬을 위해 몸바치는(..정확히는 히루마 때문인가...) 조쿠토 선수들이랄지, 의기투합해서 초밥을 먹어치운 나사 선수들이랄지, 황소 한 마리를 위해 같이 태그를 짜는 키드랄지, 목욕탕에서 동네 친구마냥 어울리던 쿄신 선수들이랄지, 여러가지로 '적'이란 느낌을 희석시키는 에피소드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팀을 떠나서 어울려다니는 녀석들을 보면 이놈들 정말 고등학생 맞구나 하고 절로 웃음짓게 됩니다. 그렇게 한번 좋은 시선으로 보게 되면 다른 팀 선수라 해도 부상 위험 등에 대해 주인공팀 만큼이나 걱정하게 되더군요.(...그러니까 세이부 선수들 제발 살아서 경기장을 나가다오. 네놈들이 박살난다는 건 네놈들과 제일 비슷한 팀인 데이몬도 그 꼴 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아니겠어. 나는 양팀 쿼터백과 와이드리시버와 러닝백을 다 예뻐한단 말이다아. OTL)

그것이 코바야카와 세나의 진짜 매력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면서도 수줍어하며 슬쩍 뒤로 물러서는 그 꼬맹이는 팀컬러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선뜻 손을 내밀 줄 알지요. 뭔가 범인과 엄청나게 동떨어진 운동기계 내지 초인이 아니라 진짜 평범한 운동부 고등학생 같은 느낌이라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교 선수들끼리 뭉쳐 노는 거나 또 보고 싶습니다. 날치기 잡으려고 뭉친 신&세나&몬타라던가, 알고 보니 드래곤 플라이였던 히루마&키드 태그 같은 거 말입니다. 세 명이 달려들어도 못 막아내던 테츠마를 잇큐와 몬타가 협공하면 어떻게 될까, 오타와라와 타키가 바보 대결을 펼친다면 어떨까(이건 이미 실현되었나;), 콘고 형제와 히루마&키드 태그가 비치풋볼로 드래곤 플라이를 겨루는 건 어떨까, 쿠마부쿠로 기자와 타카미가 누가 먼저 히루마의 트릭플레이를 간파하나 대결하는 건 어떠려나(..쿠마부쿠로는 학생이 아니잖아).

이러니까 팬웍이 있는 것이겠지요? ^^;



5.

2학년들은 89년생이더군요. 06년 현재 89년생들은.. 이 학번이 08학번이니까... 고2지요?

아이실드는 올해로 연재 4주년을 맞았지요. 즉슨 처음 연재할 당시에는 선수들 전원의 실제 나이가 중학생이었단 말입니다. 이나가키 씨가 설마 데이몬 2학년들이 진짜로 고2가 되는 06년도에 맞춰 연재를 끝낼 생각이었을까? 연재 199화에 딱 맞춰 신류지전을 끝낸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라는 느낌이 파바박 머리를 치길래 올해에는 앞으로 얼마나 더 연재할 수 있는지 세어봤습니다. 어라 12번밖에 안 남았는데 이건 신류지전의 반밖에 안 되지 않던가, 이걸로 그렇게 기대하고 고대하던 오죠전을 다 그릴 수 있겠나. 당연히 해를 넘기렷다!

...독자는 잠자코 읽는 겁니다. 괜한 억측 하면 돌아오는 건 엄청난 쪽팔림 뿐.-_-;;

그런데 89년생이란 건 좀 느낌이 다르군요. 그 학번이 바라보는 제 위치는 제가 입학했을 당시 98학번 선배님들=뭔가 어마어마하게 높아 보이는 대선배님??

89년생이라고 전제할 때, 히루마는 생각보다 어린 소년이었구나..............................




 
Posted by 양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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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염의눈동자 2006.10.12 0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89년생이면 저보다 두살 어리군요.
    이제 슬슬 두어달 쯤 후면 큰 압박을 받을때인가..

  2. evax 2006.10.13 17: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루마는 제 형뻘이라고 해도 믿을듯-_-(그 키커역시..)

  3. 견습기사 2006.10.13 2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홍염님/ 휴우.. 어중간한 각오로는 세월만 낭비하는 게 이 동네입니다. 거의 소명받았다 확신할 정도의 의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라이님/ 그래도 편수가 늘어날수록 히루마는 날로 화사해지고 있습니다. 하는 짓이나 생각하는 게 고딩스럽지 않아 문제지.(...) 무사시의 경우에는... 뭐랄까... 키드와 무사시는 아이실드의 양대 아저씨지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