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카페 지오캣에서 찍었습니다.

처음 지오캣에 갔을 때는 워낙에 고양이 천지라서 내가 대략 정신이 없어져 가만 있질 못했는데, 이번에는 욕심을 버리고 느긋나긋하게 한 자리를 지키자는 생각으로 갔더랬다. 과연, 욕심을 버리면 복이 온다. 세 시간 있는 동안 한 서너 마리가 내 무릎에서 놀았던 것 같다. -_-v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 머물렀던 게 이 녀석이다. 이름은 은비였던 것 같다. 처음 올라왔을 때는 이리저리 자세 바꾸며 노닥거리다가 주인 아저씨 보자마자 가림막 너머로 휭 가버리더니, 두 번째로 올라왔을 때는 주위에서 뭔 일이 일어나든 신경 끄고 머리 끝부터 꼬리 끝까지 그루밍을 하더라. 내 무릎 위에서. (그러다가 발톱에 찍혔다. 몸을 틀고 그루밍하다 보면 뒷다리 같은 데에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쪼까 아팠다 인마 -_-;) 여하간 그렇게 몸단장을 끝내고 나더니 내 팔에 턱을 얹고 꾸벅꾸벅 조는 것이다. 도중에 한 번 깨더니 다리 옆으로 내려가서 저렇게 턱을 괴고 본격적으로 취침모드에 들어갔다. 우오, 자세가 나빠서 목과 허리로부터 끝없이 민원이 접수되는데도 고양이 깨울까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심장이 뛰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 생명이 나를 온전히 믿는 것처럼 기대고 잠들어 있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 자리 부근을 자기 영역으로 여기는 것 같은 흰 고양이가 한 녀석 있었는데, 나를 방벽으로 저 녀석이 쿨쿨 자니까 눈치 살피면서 다른 데로만 뱅글뱅글 돌더라. 그 까칠한 녀석한테 복수했다는 희열을 느꼈다. -_-v
그런데 말이지, 어째서 고양이가 자는 걸 보면 사람까지 같이 졸리는 걸까?
그리고, 나 견공파 아니었나?;;;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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