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부터 두서없이 주절거릴 스네이프 관련 폭주는 당연하다는 듯이 미리니름 투성이니까,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펼쳐보곤 마이 아이! 같은 소리 외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_-a
채팅 내용이 좀 장문이더군요. 메모장에 긁어놓고 컨트롤 에프로 snape부터 찾아서 봐주는 센스(...) 도중에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기어코 포스팅을 하게 만든 문장에 딱 걸려버렸습니다.
J.K. Rowling: James always suspected Snape harboured deeper feelings for Lily, which was a factor in James' behaviour to Snape.
...이런 초딩자식;;;;;; 그래서 작당하고 사람을 조리돌렸단 말이냐 이 초딩자식;;;;;;;;
내가 잘못 이해한 게 아니라면 제임스 포터는 릴리가 그 칸에 울면서 나타난 그 순간부터 눈이 먼 게 분명하구나. 열한살짜리라도 여인은 여인이란 거냐 이 조숙한 놈.(...) 대부분의 그리핀도르 선배들은 좋게 좋게 기억하는 모로더 일당이 어째서 유독 스네이프만 괴롭히나 했더니, 이건 뭐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아버지의 신화가 와장창 무너지누나. 스네이프는 슬리데린이 아니라 그리핀도르였어도 제임스랑 싸움 날 운명이었나. 아니 뭐 그건 둘째치고 릴리 에반스, 과연 그녀는 마성의 여인이다. 해리는 어머니 덕에 목숨까지 건 보호자를 얻었다네.=_=
롤링 여사가 마법사의 돌을 탈고했을 때 이미 전 시리즈의 아웃라인이 잡혀 있었다는 건 유명하지만, 스네이프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이 많네요. 저는 1권부터 스네이프를 믿었고 그의 팬이었기 때문에(..그러니까 나한테는 츤데레 추적 레이더라도 달린 거냐!;;) 큰 불만은 없지만, 역시나 순정남 스네이프는 약간 당혹스럽달까.;; 아무래도 세베루스 스네이프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이중성과 모호함이니까 말입니다. 그 모호함이 백일하에 까뒤집어져 실은 릴리 바보였습니다 라고 명백하게 개념이 잡혀 버리니까 뭐랄까 적응이 아니 된달까. 어째서 무뚝뚝한 캐릭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스니벨리 같은 별명이 생겼는가를 확실하게 보여준 7권, 어떤 의미로 두렵습니다.;;(그리고 릭맨 씨의 연기가 무지무지무지 기대됩니다! -_-=b) 물론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제는 결국 사랑이고 희생이기 때문에 스네이프->릴리->해리의 이 오묘한 라인이 볼디(이젠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볼드모트란 이름으로도 불러주지 못하겠습니다. 이놈은 바보 -ㅅ-;)를 패퇴시킨 거란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아니 그러니까 팬들의 망상 영역에 머물러 있던 스네이프 짝사랑설이 현실이 되어버리자 뒷골이 땡겨 왔달까, 으아아;;;
7권에서 웜테일이 무슨 역할을 할지를 스네이프의 정체 다음으로 기대했기에(사실, 해리의 생사는 제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죽지 않는다고 100프로 확신했거든요.;) 그 부분에서는 좀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떤 분은 본래 웜테일이 했음직한 역할을 스네이프한테 빼앗긴 게 아닌가, 중도에 롤링한테 버림받은 게 아닌가 하고 분석글을 올리셨던데, 나름 일리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과연 스네이프의 초기구상이 '어쨌든 배신자'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웜테일이 작가한테 사랑받지 못하는 캐릭이란 데는 동의하지만.. 특히 아즈카반 말미의 스네이프는 행동거지가 최악이긴 하지만, 성장배경을 알게 된 지금은 뭔가 치사하고 명예에 굶주린 그 태도가 그의 캐릭터에 비추어 대단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릴리가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데스이터 무리와 어울린 건 외롭게 자란 사람 특유의 소속감 문제였지요. 덤블도어가 혹시 저 녀석 실은 그리핀도르 아니야 하고 의심을 할 만큼 용기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그런 이들과 한데 어울려 다니고 싶어하는 욕구가 슬리데린행을 결정 지었으리라고 거의 확신합니다. 뭐어.. 그러고 보면 드러나게 인정받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변명 한 마디 없이 노고는 큰데 미움만 사는 일을 한 불사조 기사단원으로서의 인생은 슬리데린으로서의 스네이프 자신을 부정하는 셈이긴 하군요(덤블도어 이 양반아 월급은 제대로 주면서 부려먹었냐?). 아즈카반 때는 모로더 일당의 양대산맥 시리우스가 돌아오니까 간만에 한 번 솔직해졌던 건가.; 어쨌거나 팬채팅에서 작가의 입으로 진짜 영웅적인 캐릭이란 소리를 들었고 해리에 의해 사후에나마 명예회복이 되었으니- 아니 잠깐 교장실에 스네이프 초상화는 안 걸린다며 그건 좀 아니잖아!;;;;;;;
7권에서는 덤블도어가 완벽초인스런 현자에서 인간으로 끌어내려지고 해리조차 저주받은 주문을 써대는 판인데요. 주인공이라 해서 성스러울 것 하나 없고 일견 악당 편이라 해도 100프로 나쁜 놈인 것도 아니란 말입니다. 7권에서는 전체적으로 해리의 눈을 통해 미화되고 신격화된 인물들이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내면서 '인간'으로서의 자리를 찾고, 반면 지나치게 치우쳐 바라보았던 인물들은 그 인간적인 약점 때문에 의외의 선함이 드러나 또한 '인간'이 된 분위기란 느낌입니다. 내가 인식하는 타인이란 빙산의 일각 같은 것이며, 따라서 그 일면을 이유로 '판단'해선 안 된다, 멋대로 타자화하고 품어주지 못하면 볼디의 결말 ㄳ 라는 의미인지. 해리포터 시리즈 내내 풍자되던 학원폭력, 왕따, 인종차별 같은 문제도 그렇고, 스네이프의 과거 또한 그런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하면 좀 당황스럽긴 해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저도 스네이프->릴리는 나름 그럴싸한 설정이란 생각은 했지만 역시 원작에서 덜컥 봐버리니까 충격이랄까.;;;
어찌 됐든 해리포터는 끝났고, 강렬하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저를 끌어들이던 이야기는 막을 내렸습니다. Look at me와 Not my daughter you bitch!(어이쿠야;)에 이어 제 심금을 울린 대사로 오늘의 폭주를 마칠까 합니다. 해리가 정말로 어른이 되었구나 하고 다가오던 그 대사.
"One of them was a Slytherin and he was probably the bravest man I ever knew."
그러니까 나는 교장실 초상화의 세베루스와 알버스 세베루스 포터 군의 대면을 상상할 여지를 주시길 바랐다고요- 롤링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