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는 뭔가 바빠서 만화든 애니든 그다지 많이 보진 못했습니다. 특히 애니 쪽에 재미있는 거 추천좀 부탁합니다.


1. 채운국 이야기
약간은, 십이국기 같은 느낌을 기대했다. 아니더라. 개그는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이 진지하고 치열한 십이국기에 비하면 좀 더 명랑유쾌발랄하다. 요코와 수려의 성격 차이도 있지만 뭐랄까, 역시 주제가 다르기 때문이겠지. 요코의 싸움은 찌질하던 시절부터 왕으로서 죽게 될 그 순간까지 절대로 끝이 나지 않을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며 그게 바로 일국의 운명과 연관되는 판이라 외롭다, 험난하다, 목숨을 건다는 느낌이 강하다. 반면 수려의 싸움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제도와 관습, 즉 외부적인 것과의 싸움이라 오히려 적과 싸움의 방법이 분명하게 보이는데다, 수려 자신은 이미 정신적으로 (이성문제를 제외하면) 클 데로 큰 녀석이며 주위에서 아낌없이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넘쳐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더 마음이 편안하달까.

그래. 수려가 좋은 녀석이고 훌륭한 재상감이란 건 부정 않는다. 그런데 왜이렇게 남자복이 많은 거냐? 아직까지 등장한 인물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다삭순인데 그녀석마저 수려한테 코가 꿰여 저런 결말을 내다니, 이보셔 당신 성격이 삐뚤어졌으면 전형적인 팜므파탈이 되었을 거라고.-_-;;; 그게 다 수려의 인품에 사람들이 감화되었기 때문(..더해서 형님 바보 조카 바보라던가 라던가 라던가.....)이란 설정이지만 뭐랄까, 현실적으로 저럴 수 있느냔 거지. 도와주려고 상시 대기중인 사람들의 명단을 뽑아보면 대부분 임금님조차 포함된 남성 실력자들의 무리다. 수려가 이성이기에 반해서 돕는 거냐? 아니면 정말로 수려의 인덕과 성실함과 재능에 반해서 아끼는 후배 밀어준다는 심정으로 돕는 거냐? 의도가 불순한(...) 왕님네 형제들을 빼고 보면, 이걸 가리기가 어렵다.-_-;;;

그리고 다른 분께 듣기 전까지는 정란 성우가 미도링이란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럴수가! 어쩐지 귀에 익은 목소리라더니! OTL


2. 건 그레이브
이건 아직 보는 중. 브랜든 같은 타입은 가만 내버려두면 쥐죽은 듯이 조용히 잘 살 녀석이건만 자고로 '이야기'에 저런 녀석이 엮이게 되면 꼭 원치 않던 평지풍파의 한가운데에 등을 떠밀려 내던져지더란 말이다. 그리고 그 평지풍파 일으키고 멀쩡한 사람 끌어들이는 건 꼭 주위의 베스트프렌드지.-_-; 이제 블러드 워가 깽판치기 시작한 부분까지 봤는데, 앞으로 어찌 될는지. 해리 입장에서는 브랜든이 배신한 거고 브랜든 입장에서는 해리가 배신한 모양새가 될 것 같던데. 사람 사이가 깨지는 건 오해와 오해가 중첩되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경우와 아예 사상과 입장이 달라서 충돌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쪽일까. 어느 쪽이더라도 해피엔딩은 되기 어렵겠지, 이 작품.

댓글로라도 미리니름 때리는 분 있으면 철퇴를 내리겠습니다. -_-


3. 프린세스 츄츄
전에 1쿨까지 보고 한동안 잊어버렸는데, 살아가자님이 츄츄 온리전 준비하시는 거 보고 생각나서 나머지도 봤다. 하루만에 몰아서.;

나는 교양이 없는 녀석이라 발레 같은 건 전혀 모른다. 왜 이 작품에서는 '춤'이 키워드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왜 동화나 전설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왜 뮤토의 심장을 모아야 하고, 왜 오리에 불과한 아히루가 프린세스 츄츄이고, 왜 금관마을이 드롯셀마이어 -_- 아놔 그 이 갈리는 영감이 주무르는 이야기 속의 세계인지 그런 걸 알 수가 없다. 몇 번이고 돌려봐야 그 상징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 누가 해석좀 해줬으면 싶어진다.;;;

그런데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마지막 조각을 돌려줌으로써 다시는 츄츄가 될 수 없게 된 아히루가 그럼에도 '언어'가 필요 없는 춤으로써 왕자에게 힘을 실어주던 그 장면. 채이고 밟히면서도 끝까지 춤추는 그 녀석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그 화키아를 울릴 만 한 명장면이었다.


4. BECK
원작에선 특히 유키오가 노래하는 장면이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굉장한 분위기를 가진 게 잘 표현되어 있는데 애니에선 그렇진 않더라. 작화만 놓고 보면 그레이트풀 사운드마저 평범한 학생이 가벼운 기분으로 어디 대회 나가서 노래한다는 느낌이던데.; 성우의 노래도 그렇게 굉장하다는 느낌이 있진 않았고. 그래도 '음악'을 그림 보고 상상하는 것과 직접 귀로 듣는 건 다르다. 나는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많이 들어보지도 않아서 BECK 녀석들의 연주가 어떤지는 주절주절 떠들 수 없다. 그냥 기분에 충실하자면, slip out과 moon on the water가 은근히 중독성 있더라. 오프닝인 hit in the America도 괜찮고. 락이다보니 요란해서 큰 소리로 틀어놓고 보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왜 겨우 2쿨짜리로 만들어서 그레이트풀 사운드에서 끊어버리는 거야. 미국 투어를 그렇게 압축해버린 것도 아쉽고. 아깝네 아까워. 지금이라도 뒷부분을 더 애니화한다면 이번엔 devil's way까진 나오겠지? 그걸 음악으로 듣고 싶은데.

하긴 26화밖에 안 되니까 원작 스토리를 아주 충실하게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이리라. 100화 200화 하는 식으로 양이 넘쳤다면 BECK도 오리지널 스토리를 넣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원작을 애니화할 때 그 애니가 반드시 원작에 딱 맞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슬레이어즈 봐라, 애니가 상당부분 독자노선을 타지만 원작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잖나? 우리는 원작의 인물들이 움직이고 소리를 내는 것만 바라고 애니를 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애니 쪽에서 어떻게 해보겠다고 손을 댔다가 도리어 원작 스토리를 갈아엎는 -_- 짓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차라리 원작에 충실해줘'라는 기분이 되는 것이다.

아이실드 애니를, 작화까진 안 바란다. 스토리만이라도 이런 식으로 해봐라. 욕 먹겠냐? 응? 안티니 고도의 아이실드까니 그런 소리 나오겠냐? OTL 도무지 의도를 짐작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오리지널 넣거나 분명 원작 스토리 따라가는 건데도 원작에 대한 이해가 안 되어있다는 게 다 드러나 있는 네놈들의 음악성은 나와 맞지 않는다! OTL 그냥 BECK처럼 충실하게 원작 따라가기만 했어도 절반은 갔겠다! OTL

(근데 왜 난 결국 아이실드 이야기로 끝내는 거냐...?)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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