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보강이다 뭐다, BECK 26권이 나오고 테루도 28권 나왔고 웨샷도 26권 나왔고 무타성에 밤비노에 뭔가 끌리는 신작이 나왔고 또 뭐시기, 아기와 나 복습도 완료했고 기타 등등 하느라, 폴랩을 사놓고 안 읽었습니다. 이 무신 망신스런 일이고, 선장님들 뵐 면목이 없네그려.(...)
아무튼 짬짬이 읽긴 읽어서 드디어 7권 독파. 그럼에도 차마 손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8권에서 그들이 맞을 결말을 이미 다 아는데 어떻게 봅니까. 휘리가 사라짐으로써 다섯 검이 깨어져 반왕은 물 건너갔다 치고, 이제 율리아나는 악마조차 질려버리는 인간 같잖은 작자 발도 로네스에게 가서, 정말 재수 없으면 두고두고 세인들에게 미움받는 역할이 되겠지요. 1권에서 이미 하리야 선장의 입을 통해 죽음이 예고된 떠벌이 갑판장놈이나(그래...네놈은 일항사감은 되어도 선장감은 못 된다. 하물며 일국의 왕이 될 경륜임에야! 키 선장이 앰한 놈들한테 히스테리 부리니까 냅다 달려가서 칼부터 뿌리던 네놈 성깔, 그게 벨로린의 삼음절 한 마디로 귀착될 것이었어...!) 그와 함께 저물어버릴 북극성에 이르러서는.... 폴라리스는 멸망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귀결이란 데는 이의가 없지만, 그 장면에서 까닭 모를 서러움에 운 사람이 어디 킬리 선장 한 사람 뿐이겠습니까. 차라리 모 패러디 만화처럼 오스발 놈의 조각배를 자유 호가 들이받아 깔끔하게 수장시켜 버린다면 -ㅅ- ("그리하여 새는 새장의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끗-")
전번 회독까지는 자유와 복수의 상징을 이해하려고 그쪽 줄거리에만 치중했는데, 이번 회독에서는 선과 악 쪽으로 조금 각도를 바꿔 보았습니다. 어째서 파킨슨 신부는 인간이 선을 창조할 수 있는가를 끙끙대며 고민하고 어째서 인간 세상의 명줄을 쥐고 엎어라 뒤짚어라(서울말로 데덴찌)를 하던 악마들은 일곱 대죄를 상징하는가, 어째서 반왕이 나타나는가, 어째서 대해적 키 드레이번의 악행은 인간 세상의 일그러짐 그 자체인 것인가, 등등. 키 드레이번의 상징성은 그 세계에서 신의 현신으로 떠받들여지는 법황들이 남긴 악업과 테리얼레이드를 보면 얼추 짐작하겠는데 나머지는 여전히 알쏭달쏭하네요. 특히 반왕의 의의와 펠라론 게이트의 그 대화는 대체-_-;;; 이쪽은 신학책을 좀 찾아봐야 할까요?;
하여간 폴랩은 두고두고 천천히 되씹으며 보기 좋아서 좋습니다. 이야기 자체도 매력적이지요. 제가 특히 폴랩을 예뻐하는 건 절대로 해양로망 앞에 서면 정신 못 차리고 홀려버리는 탓이 아닙니다.-_- (폴랩도 해양로망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의 말이지만..;)
키 <노스윈드> 드레이번 : 새삼스레 확인한 거지만, 이 성깔 드런 선장님은 "애늙은이"가 맞다. 라트랑에서 세실이 제대로 확인했지. '어린 아이에게 가르치는 세상의 모습, 혹은 어린 아이가 바라는 세상의 모습' 인과응보, 혹은 복수 그 자체로서, 당신은 진리를 부정하면서도 찾아다니고 있잖아.. 아놔. 오스발 놈을 쫓아다니는 한 당신은 그간 쌓아온 업적(?)이야 어쩼든 어린애야. ㅠㅠ 그런데 왜 키 드레이번이 인간 대표인 건가? 대체 어쩌자고 이런 인간 같지 않은 - 너무 철저하게 복수한다는 건 확실히 매력적이긴 한데, 때로는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때로는 주위 상황 때문에 자유를 택해버리는 게 보통의 인간이란 거 아닌가 - 작자가 복수가 된 건가. 그저 "이 밑에는 판데모니엄이 있는데 악마들이 오순도순 잘 살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면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듯이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율리아나는 반왕으로서 오스발에 목 매는 대신 키 선장을 정말로 끔찍하게 무지무지 싫어하지만, 나는 그 반대가 되더군. 나는 하는 짓은 퓨아리스4세 타입이니까 자유에 가까운 것 같긴 한데, 복수가 보다 마음에 든다고. 헬카네스 보다는 유피넬이 좋단 말이다.=_=;
잠깐. 디알의 유피넬과 헬카네스는 무슨 키 드레이번과 오스발이냐? 오 이런 테페리 나이스스런 일 같으니라고.;;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 키 드레이번과 오스발은 둘 중 하나는 떨어져야 하는 태양이지만 유피넬과 헬카네스는 반드시 함께 붙어다녀야 하는 개념이니까.)
하리야 <파더> 헌처크 : 하리야 선장.. 하리야 선장을 볼 때면 리리링 파스타지의 허리야 트러블 선장님이 자꾸 겹쳐 보여서 괴롭다. 그쪽 선장님은 신부님 소리 들을 만큼 경건한 저 하리야 선장과 달리 행동거지가 조금 라이온스럽거든.(...) (파스타지 분들, 동감하시면서 시치미 떼고 고자질하면 바르지 않아염 -ㅅ-;) 아마도 폴랩의 모든 인물들 중 신앙심만 두고 본다면 파킨슨 신부와 호각으로 다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리야 선장의 바람 같은 성품이 자유 같고 퓨아리스 4세의 나무 같은 성품이 복수 같은데 왜 전자가 복수로 이해되는지, 그건 모르겠다. 하리야 선장이 휘리에게 대적한 건 제국의 공존질서를 위해서가 아니라 폴라리스의 안위를 위해서일 텐데.; 어쨌거나 난세를 틈타 슬쩍 나라 하나를 뚝딱 세움으로써 그 능력을 과시했으며 그가 그렇게 소중히 품고 다니던 성전을 버려가며 바라미를 구한 장면은 폴랩의 숱한 명장면 중 한 장을 차지한다. 그 날 다림의 여인네들은 침대보를 눈물로 적셨다네.(...)
두캉가 <빅> 노보 : 본래 해적 선장이라고 하면 이런 이미지 아니던가, 껄껄 웃으며 알게 모르게 남들 갈구는 뚱뚱한 노선장님. 작중 인간들 중 최연장자인 세실은 물론이요 일국의 왕에게도 잘도 하대하는 키 드레이번조차 두캉가 선장한테는 꼬박꼬박 합쇼체로 존대를 하지. 늙은 선장 냄새에는 악마도 꼬리를 말고 도망가는 법, 낄낄. ...그런데 두캉가 선장이 지독한 근시로 설정된 게 어째 안습이다.. 그는 "수평선 너머"를 볼 수 없지. 그거야 어느 사람이나 '인간'인 이상 마찬가지지만 낮의 끝에 매달린 자라는 상징성으로 생각할 때 그의 한계를, 그리고 죽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자마쉬의 돌탄 : .....나는 아직도 이 사람이 어째서 파킨슨 신부의 대칭항이지 모르겠다. 돌탄 선장의 성격에 대해서는 그다지 묘사된 바가 없는 고로, 벨로린이 돌탄도 보여줘야 어쩌고저쩌고하며 버럭할 때 상황 판단이 전혀 안 되었다. 삼회독째에야 왈왈거리는 자마쉬 사투리를 말한 건가, 그런데 사투리가 어쨌다고, 그거 지역 차별이냐? 하고 대략 정신이 멍해졌지만. 그런데 나 항상 궁금했던 게 하나 있는데말야, 어쨌거나 돌탄 선장은 자마쉬 사람이잖은가. 돌탄 선장의 부모님들은 대체 당신들의 아들 이름을 어떻게 부른 거야? -ㅅ-; '톨탄! 팝 먹어라!' '나 톨탄 아니라 톨탄이에요!' '톨탄이 톨탄이치 판항하는커야 뭐야, 빨리 팝 먹어!'
오닉스 <사일런스> 나이트 : 오닉스 선장에게 관심이 있다는 어떤 성깔 있는 여인네들의 말을 빌리자면 "뻣뻣한 남자도 길들이면 쓸 만 하다"라고. 그럴 만한 용기와 용력을 가진 건 동인 집단 뿐이잖은가! 그럼 다림의 그 여인네들은, 그런 것이냐?! -ㅅ-; 아무튼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호러인 주제 평생을 무언가에 대한 공포에 쩔어 산 이 사람은 역시 다벨의 폴라리스 침공 당시 보여준 능청스런 연기로써 그 여인네들의 눈썰미가 정확했음을 증명했더랬지. 자신을 이겼는데도 지배하려 하지 않는 키 드레이번에게 끝끝내 성질 부려대는 걸 보면 바람의 검심의 우스이스런 모습이 얼핏 보이긴 하지만, 역시 둘은 달라. 오닉스 선장은 긍지까지 잃은 건 아니거든.
<원아이드> 트로포스 : 1권부터 한참을 기절 모드로 지낸 데다 깨고 나서도 그다지 등장하지 않은 탓인지, 처음 봤을 때 나는 세실이 손봐준 후 방싯방싯 웃던 몰골 사나운 해적 - 즉 어딘가 헤롱거리는 라이온과 두캉가를 합쳐놓은 듯한..; - 의 이미지를 강하게 연상했다. 허나 이 작자도 한 성깔 하는 위험인물이다. 세실한테 함부로 하대하는 건 키 드레이번과 이 사람 뿐이지.; 세실이 지지점인 건 이해하겠는데 트로포스가 지렛대인 건 이해가 안 된다. 이 친구가 뭔가 일이 날 거라 짐작하면서도 끝내 세야의 아카나를 버리지 못한 건 분명 아델토의 상징인 '교만'의 표현이 맞긴 한데... 그런데 어쨌다고?; 돌탄 보다는 자주 등장하지만 역시 파악하기가 좀 힘든데 이거.;
킬리 <바드> 스타드 : ..잠깐, 같이 터릿 갤리어스를 끌던 돌탄 선장은 레갈루스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그 배를 탄 건가?; 어쨌거나 노스윈드의 여덟 선장 중 아마도 과거가 가장 깨끗한 사람일 것이다. 종종 불콰하게 취해 인사불성이 되는 거 빼면 늘 막 배에 오른 젊은 선원처럼 명랑쾌활한 것이 해적스런 색채가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로도 노스윈드 선장들 중에서 제일 젊은 축인 것 같긴 하다만. 폴라리스 랩소디의 캐릭터들은 이영도 씨 특유의 "캐릭터는 자동차의 부품이다" 라는 관점이 특히나 강하게 표출되어 사람같은 느낌이 좀 덜한 면이 있다(뭐어 피새를 보니 한편으로는 캐릭터 편애인가 하고 눈 크게 뜨게 되고 한편으로는 부품 취급하는 포쓰가 더 심해졌더라만..). 그런 그들 중에서 보통 사람같은 냄새가 가장 강한 캐릭터는 킬리 선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파킨슨 신부도 굉장히 인간답게 고민하더라만 뭐랄까.... 이제 나는 그를 사람으로 보지 않아! =_=;;; 아무튼간에 자기 허리에도 차지 않는 맹랑한 꼬맹이한테 넘어감으로써(?) 다림의 여인네들을 폭주시켰고 그 대가로 다림 여인네 대표 폴라 대사한테 전세계에다 대고 갈굼당했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정말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는구만(...). 킬리 연주 벨로린 노래의 <이리는 푸른 혼을 가졌다> 한 번 들어보고 싶다. 휘리와는 분명 다른 풍이겠지.
알버트 <네일드> 렉슬러 : 유령선의 선장이라면 딱 맞는 풍모지... 여태까지 잠잠하던 법황청이 갑자기 벌떼처럼 일어나 알버트 선장을 빌미로 시비 걸던 건 좀 얍삽하다는 느낌이었다. 바다에 나가 있을 땐 손을 못 대다가 폴라리스라는 닻을 내리니 바로 태클 들어오는겨? 아무튼 실제로는 대사 한 마디 없이 음산한 반 시체에 그 키 드레이번이 유일하게 친구 취급하는데다 악마로부터 아버지 소릴 듣는 오컬트적인 존재이다. 못 박힌 키드레이번으로 칭해질 때까지는 이 사람이 살아생전에 키 드레이번 과였던 건가 했는데, 벨로린을 뽀이 취급하던 심중 대화를 들어보자니 킬리 선장같은 성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긴 했다. 이영도표 상상력의 대표적인 예 중 하나다.
라이온 화이어하트 딜레도 : 내 하트에 불을 땡겨봐 fireheart -ㅅ- 이 친구를 생각할 때면 서 슈마허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하늘이시여 어찌 하여 저를 내실 때 저 미친 놈을 같이 내셨나이까' 처음 읽었을 때는 오스발 놈을 죽이려고 함대까지 버린 키 드레이번이 그 오스발을 눈앞에 두고도 이놈이 화살 맞았다니까 잽싸게 싣고 가서 왕좌에 떠밀어 앉힌 대목에서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왜 라이온이 새벽의 사수 노릇을 해야는지, 아니 당최 새벽의 사수 같은 게 왜 여기서 등장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으니까. 서 슈마허가 평한 바 완벽하게 미친 놈인 라이온 갑판장은 서 슈마허의 공주인 율리아나가 평한 바 침착하게 미친 키 선장을 닮아 역시 '어린애'지. 신분 때문에 못 볼 꼴 다 보고 험한 꼴 있는대로 당하고 살아온 주제 받은 대로 돌려주는 '복수'를 원하는 놈이야. 그런데 라이온에게 프림 블레이드를 쥐어주면 어떻게 될까? (.......)
써 놓고 보니. 나 말이다, 분명 동인삘이 나는 망상질을 한번 해보려고 이 접힘글을 연 것 같은데.. 왜 내용은 캐릭터 놀이와는 좀 거리가 있는 건가? 내 망상질은 역시 슬레에서 시작해 창2로 끝난 건가? 그런 거야?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