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그래도 참으면 병 되니까 눈 꼭 감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외쳐볼까?
제이어 이 빌어먹을 자식아 그분은 그분이냐아아아아-!!!!!!!!!!!!!!!!!!!!!!!!!!!!!!!!OTL
글쎄요. 외부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뭔가를 죽여 배설물로 바꿔놓지 않고서는 목숨을 이어갈 수 없는 게 생물이란 것이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생물은 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생존의 의미를 얼마든지 광의로 확장해 배설물로 바꿔놓는 것 이외의 목적으로도 다른 뭔가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피냄새가 진동해 아무도 가까이 하기 싫은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라고? 아아 그리미, 사모 같은 사람은 정말정말정말정말, 다시 한번 말해 정말 특이한 케이스라고! 그 사람 외에는 그 누구도 두억시니 따윌 위해 종족성에 면면이 이어지는 수목애호성향을 버려가며 나무를 베지 않고, 생판 처음 보는 차가운 땅의 사람들의 눈물을 마셔주려고 자기 동족들한테 칼을 겨누고 내려오진 않아! 아니 그럴 수가 없지. 네 이모인 비아스가 한 일들을 생각해 보라고. 그게 일반적인 '사람'이란 거라고.
관두자... 틸러라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으며, 그것은 바보와 더한 바보라고 정직하게 대답하겠지. 니어엘이라면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으며 바르지 않아도 상관 없다고 하려나.
그래. 상관 없는 것이지. 바르지 않아도 상관 없어.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란 한 문장으로 모조리 윽박지르며 거침없이, 그저 살아야 하는 거지. 증오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치천제 폐하. 죄를 이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으아악 내 머리가 율형부사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려 들고 있다아아아?!!
헛소린 이쯤 하고, <피를 마시는 새>는 여러가지로 신선하군요. 이야기성으로만 따지자면 전체적으로 너무 많은 이야기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멋대로 엉키다가 멋대로 흩어져 정신 사납다는 느낌입니다만(제이어 이자식- 나는 주정뱅이 수교위님이 마지막으로 내린 명령이 뭔지 무지무지 궁금해졌단 말이다! 네놈이 다음 모닝스타인 건 아니겠지?!) 상상력은 보다 무시무시해졌습니다. 폴랩처럼 멋드러지고 낭만적인 전설이 당연하다는 듯 현재에서 활보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하늘치가 규리하 상공에서 해야 했던 짓과 정우의 정체, 그리고 이라세오날은 정말 굉장했습니다. 그 폴랩에서는 참 불친절하다 싶으리만치 설명을 아끼던 영도님도 이번에는 열심히 설명하셨고요. 영도님이 여태 낸 책들 중 가장 분량이 많다보니 영도님 자신도 좀 정신이 사나웠던 건 아닌가 싶긴 합니다만.(웃음) 하지만, 결국 피새 자체가 두억시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품었지만 실과 실 사이가 헐거워 보였고, 제대로 이야기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많은 죽음을 보고 엄청난 피를 마셔댔건만, 결국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얻기 위해 그래야 했던 거란 건 이해합니다. 증오를 잃은 아실에 대해 지멘이 느끼는 감정은 제가 느끼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피새에선 죽음의 묘사가 이전과 비교해 정말 자세했습니다. 륜이 자기가 죽인 사람이 몇이고 어쩌고 중얼거린 것에서 느껴지는 것 이상의 피비린내가 났지요. 그런데도 저는 사람에게 증오를 준 라세가 아직도 피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30만년이든 1만 6천년이든, 라세는 정말 그리미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녀는 하늘치가 아니니 말입니다.
그런데 하텐그라쥬로 사라지던 사모가 느낀 슬픔을 왜 마지막 책장을 덮던 순간의 제가 느껴야 하는 겁니까. 젠장.
눈새에 대해 학회 선배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선배는 남겨진 네 종족이 같이 윷놀이를 끝내고 완전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걸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당연한 건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왜 완전성을 획득해야 하나 싶어서요. 물론 완전성을 획득한다는 건 '변화'를 의미하며 그게 이영도씨가 줄기차게 추구한 주제이긴 합니다만, 완전성을 얻은 후에는 더이상 변화할 수 없습니다. 변할 것이 남아있다면 그건 완전한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는 키탈저 사냥꾼의 저주지요. 제가 제대로 지껄이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드래곤 라자 외에는 영도님 책을 반 이상 이해한 게 없어서 함부로 말하기가 참 뭣하군요. 어쨌거나 바다 위에 외롭게 떠있는 새 모양의 대륙에 사는 자들이 신이 되어 신을 잃게 되는 날이 오는 길은 전도다난하올시다. 어라 그러고 보니 세계의 모양이 완전히 언급되었군. 눈새에서는 규리하가 어디쯤일지도 알 수가 없었는데(저는 발케네가 규리하랑 그렇게 가까운 줄 몰랐습니다. 두 지역이 북부에서도 북부스런 느낌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동서로 꽤 떨어진 곳일 것 같았거든요.;). 눈새에서는 세계의 모습에 대한 설명을 삼갔지요. '세계는 두 종류이다. 하나는 키보렌이고 하나는 키보렌 이북이다.' 뭔 나가스러운 소리람. 아무튼 그게 피새를 예고하는 일종의 복선이었다면....... 제이어 짜식이 이것저것 미리 보여준 걸로 봐서 독새나 물새는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온다면, 대체 어디까지 이야기가 뻗어갈 건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군요. 아직 눈새도 다 이해하지 못한 저로서는 눈새와 피새에서 각각 나가와 레콘을 무대 앞으로 내세운 이유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에는 도깨비가 앞으로 나올까요? 가장 빠른 독을 마시는 새와 가장 느린 물을 마시는 새, 독은 물에 퍼뜨려야만 한다는 케이건 옹의 말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아뜩할 뿐입니다. 당장 남도에 내려가 영도님을 쥐고 흔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뭔 말을 해야 할지는 모를 겁니다.
그나저나 제가 여성캐릭한테 반하는 것도 오랜만이군요. 오오 주정뱅이 수교위님, 오오 도깨비 아씨, 오오 비각술꾼 아가씨! 남자놈은 사라말 빼고 아무도 눈에 아니 들어오는구먼요.(...) 영도님이 여태까지 보여준 적 없던 새로운 캐릭터들을 시도해 보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헨로 가의 세 모녀와 애송이 스카리 빌파는 확실히 새로운 캐릭터 같습니다. 엘시와 스카리는 좀 되다 만 느낌이고 이이타는 괜찮은 녀석이지만 어째선지 약간은 진부한 느낌이...; 그리고 레콘을 주로 도마에 올려놓고 썰어댔는데도 그리 와닿는 레콘스런 맛이 없군요. 티나한스러운 귀여움(...)은 바라지도 않았습니다만. 오, 준람이 있구나. 그 점잖은 레콘은 티나한같은 타입이 레콘의 전부는 아니란 걸 확실히 보여주긴 했지. 하지만 레콘이 아니라 인간같다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죠. 지멘이 배를 탄 순간 알아채야 했습니다. 이제부터 나올 레콘들은 물에 흠뻑 젖어도 이성을 유지하고 다른 종족들처럼 조직을 이룰 줄 알게 될 거란 걸.=_= 갑자기 두 번째 영웅왕이 권력 휘두르기의 맛을 안 힌치오가 아닌가 싶어지네. 너무 거대해서 현실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 레콘들의 용력 외에는, 그들이 잘 설명된 것 같지가 않습니다. 하긴 변해가는 레콘을 다룬 거지요. 정통(?) 레콘은 즈라더의 죽음에서 종말을 예고한 것이군요.
그렇고 그런 기분입니다. 쳇.
어쨌든, 이로써 며칠간 새벽 대여섯시까지 사람 붙잡아 놓던 책과는 일단 작별을 고합니다. 갑자기 학회실 쳐들어가 바둑판 꺼내놓고 싶어지는군요. 제작년 2학기에 잠깐 배우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사라져 여지껏 정석도 못 놓는 초짜입니다만 4~8급 이하인 사람이 상대라면 아홉점 두고 지진 않을 겁니다 아마(...) 정말 간만에 바둑 두고 싶어지는군요. 아니면 정석이라도 사다가 수학책을 소설책으로 바꿔놓는 사라말을 본받아 볼까요? 실은 간만에 정석을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한 직후 이 내가 문자로 정신억압을 당한 건가 하고 식은땀을 흘렸습니다만.(...) 뭐, 한동안은 해양로망을 보며 마음 좀 가라앉혀야 겠습니다.
앗 젠장, 읽느라 깜빡하고 대출연장하는 걸 잊었다! 내일은 싫어도 학교 가야 하나? 아이고 제기랄, 나는 졸업할 때까지 한번도 연체료 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