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함

어찌 사느냐면 2007. 3. 3. 21:12
열나게 터치풋볼 뛰고, 그러다가 터치다운도 해보고, 캐치 MAX! 폼도 잡고, 아이시 223rd down도 봐서 그야말로 아드레날린 만땅이었던 하루.
그랬어야 하는데.



가족법이 개정된 건 05년이니까 작년에 나온 교재로도 괜찮을 텐데, 뭐가 부족한 건지 김주수 교수께서 금년도 증보판을 내버리셨다. 이 교수님 저 그냥 김형배저 보던 거 보면 안 될까요? 라는 마음의 소리를 뒤로 한 채- 어쨌든 학점 잘 받으려면 필요하다니까, 신림동에 널린 헌책방들을 잠깐 돌아보았다.

어제 비오고 오늘 흐리고 내일도 비온다더라. 내일이 정월 대보름이건만 휘영청 보름달은 흐리멍텅 달무리를 뒤집어 쓴 게 영 행색이 말이 아니다. 서울대 앞까지 도림천 따라 쭉쭉 뻗은 큰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 신림동이란 동네는 가로등마저 침침하니 컴컴한 골목으로 뒤얽혀 있다. 농월에 눈길 주며 저린 발목을 끌고 기웃기웃 그 골목을 헤맸다.

문득 허전해졌다.

오랜만에 본 달이 번듯하지 않아서 빈정 상한 건지, 일년반에 달하는 긴 긴 백수짓을 접게 된 부담감인지, 개강이라고 학교 갔더니 파릇파릇한 06 07들만 돌아다녀 내 알던 학교가 아니라 당황했던 건지, 어디까지 올라갈까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은 등록금과 책값 때문인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진로에 대한 고민인지, 아드레날린이 그치니까 당연히 찾아온 피로감인지, 모처럼 사람들이 법석을 떠는 분위기에 취했다가 돌아와보니 새삼스레 젠장맞을 신림동 특유의 분위기가 어깨를 짓누른 건지- 다 아닐 수도 있고, 다 맞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인생은 긴 것이라고.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간다고. 그리고 나는 바보스러워도 내 로망을 쫓는 삶을 살고 싶다고. 아직 봄은 저편에 있는데도 애저녁에 찾아온 춘몽에서 벗어나려 하질 않는다.

벗어날 생각은, 물론 없다.
 
Posted by 양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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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염의눈동자 2007.03.04 0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주수 교수님이라..

    작년에 물권법 가르쳐주신 분이군요. -_-; 책 내셨구나..(...)

  2. 견습기사 2007.03.04 0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주수 교수 외 공저 <친족상속법>은 작년에 8판이 나왔고 올해엔 8판의 증보판이 나올 정도로 제법 오래 된 책입니다.;

  3. 견습기사 2007.03.04 1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억 너는 또 어떻게 여길 알고 찾아온 거냐;;;;;;; 7, 8은 당연히 비슷할 거라 생각하는데, 금년에 나온 8 증보판은 좀 걸린다. 그래봐야 판례 좀 추가되는 정도이려니 싶지만. 그래, 언제 밥이나 같이 먹자. 복학한 놈들은 동기 밖에 부빌 언덕이 없다. OTL

  4. 에로머신 2007.03.04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려하고 재밌게 놀고 난 담엔 전 자주 오히려 잘 외로워지더라고요 OTL

  5. 견습기사 2007.03.04 18: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소엔 피곤하기만 하지 이렇게까지 처진 적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쩝.

  6. 하민 2007.03.04 1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품 하나 나왔네요b 문구들 하나하나가 막 절절한데요ㅎㅎ 법대생이 아니라 작가지망생이셨음^^; <-

    아.. 대보름 달보면서 소원빌어야는데 말이죠.. 또 내일이면 한 주가 스탙

  7. 견습기사 2007.03.04 2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말씀 들으면 저 우쭐해집니다. 진짜 잘 쓰는 사람들을 알기 때문에 어디 가서 함부로 나 글쓴다는 소리도 못 하는데 그러심 골룸.; 지금 비가 장마철마냥 왕창 오는 걸 보아하니 달구경은 물 건너갔고, 몇 시간 후면 또 한 주가 가버린다는 거야말로 속이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원흉입지요. 아놔 내일이면 진정한 개강이로다. OTL

  8. 홍염의눈동자 2007.03.04 2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책 내신건 알고 있었습니다. 증보판이 나왔다는 부분에 반응한거죠. -_-;

  9. 견습기사 2007.03.05 18: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군요.; 제가 문맥을 잘못 이해한 듯.;

  10. 견습기사 2007.04.23 1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헛; 이 잡담이 올라간 게 3월 3일 21시 12분이었냐. 이건 뭔 우연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