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11월 이후에는 지금처럼 달리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모처럼 알바비가 들어와서 행복했던 기분이 진단을 듣고 병원비를 보자 순식간에 다운되었습니다. 왜 엠알아이는 보험이 안 되는 건데...-_-;
여하간 그렇고 그런 사정, 뭔가 복잡하게 꼬인 위기 상황 몇 개, 기타 등등 우여곡절 끝에 손에 쥔 오늘의 티켓은 참으로 귀하고 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만족감이 컸습니다.ㅠ_ㅠ
오늘은 옥벨라 진우 터거였습니다.
윈디아 님 덕에 프라운지 할인가로 그렇게 앉고 싶었던 왼쪽 사이드에 앉았습니다. a구역 2열 14번.. 이니까 a구역 맨앞 오른쪽 끝이었죠. 원하고 원했던 왼편에 앉았으니 이번엔 오른편에서 일어나는 일은 신경쓰지 말자 (특히 원호 스킴블에서 못 떼는 시선줄을 오늘만은 단호하게 끊자 OTL), 왼쪽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말자는 원대한 포부를 세우고 갔습니다만... 오늘의 이 패배는 저의 탓이 아닙니다. OTL
0.
서곡 때 어떤 고양이들이 왼쪽 사이드로 가는지 대략 알 것도 같네요. 제일 먼저 나타나 하악질 시원하게 해주고 간 터거부터 시작해서 젤리클송 때 왼쪽에서 나타나는 고양이들이 주로 이쪽으로 가는 듯. 그런데 마지막으로 들어간 고양이는 누구였을까요? 뒷목을 긁적이고 손을 내린 순간 고양이가 들이대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고양이눈 전등과 퍼억 부딪쳤는데, 왠지 좀 미안했습니다.;;;
1.
음.. 아무래도, 마이크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건 스피커 위치의 문제 같습니다. 2층에서 봤을 때는 언제나 마이크 성량에 별 불만이 없었는데 1층에서 볼 땐 어째선지 좀 작은 느낌입니다. 그런 걸 다 초월해버리는 거스 같은 케이스도 있긴 하지만요.
제니 때의 탭댄스가 드디어 딱딱 맞습니다. 따다다다다닥으로 들리던 게 이제는 딱 따다닥 딱 따다닥 잘 맞습니다! 각자의 리듬이란 게 있으니 한 소리만 나도록 맞추는 건 어려운 일일 텐데, 우와 ;ㅁ; 자랑스러운 우리 고양이들 ;ㅁ; 제니가 하는 말들은 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주옥같더이다. 아니 평소와 대사가 다르진 않았는데 뭔가 들리는 맛이 달랐습니다. ;ㅁ; 그리고 그, 제니를 뒤에서 찌르려다 들키던 개구진 고양이가 누군가 했더니 스킴블이더군요. 이 양반이 집에서 쫓겨나려고(...)
그나저나 이젠 제니네 식구(추정 고양이)들이 다 나와서 쥐 가면을 쓰진 않네요. 원호 스킴블을 처음 본 날에만 스킴블까지 네 마리의 쥐가 나왔고, 첫공이래 본 다른 공연들은 다 세 마리만 앉아있네요.
2.
터거가 허리돌리기 들어간 순간 스킴블 이장님은 여지없이 청춘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아악 누가 이 아저씨 좀 말려주세요;;;ㅁ; 라는 저의 마음의 소리를 들은 것처럼 멍고제리가 아저씨 정신줄을 잡아주더군요. 엉? 멍고제리가?
예매하던 무렵 윈디아 님께서 괜찮은 자리 여러 개를 고르고 저에게 선택권을 주셨더랬지요. 경험상 터거에게 간택받기 좋은 b구역 4열 사이드와 인터미션을 노리는 게 나을 a구역 맨 앞 사이드 중 제가 고른 것은 후자. 윈디아 님께선 전자에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터거에게 간택되었습니다.
....나 배 안 아픕니다? 진짜로 안 아픕니다? 나에게는 형님이 있습니다? 만질 수 없는 그대지만 형님이 있습니다?! OTL
3.
무대 왼편으로는 알론조와 플라토가 자주 나타나는 것 같네요. 버스토퍼 때 자아꾸 스킴블한테 가려는 시선을 억지로 돌려 이 둘이 노는 걸 봤습니다. 합창 때가 아니면 남들이 뭘 하든 자기들끼리 이러쿵저러쿵 툴툴거리느라 바쁘더이다. 아오 이 건들건들 불량청년들 -_-* 버스토퍼가 수고양이들을 사열하기 직전 알론조가 플라토의 배때기에 열십자를 긋곤 버스토퍼의 남산만한 배를 흉내내던데 이거 혹시 우린 복근 있음 배에 왕자 있음 이런 자랑인 거?;;; 하여간 버스토퍼 앞에서 알론조가 제대로 각 잡으니 당장 앞발 하나 걸치고 삐딱하게 방해하던 플라토. 웃는 거 참느라 이쪽 관객들에게 복근단련을 시켜주더군요. 낄낄.;
4.
도둑괭이들이 땡땡이치려다 잡혔을 때 그 좁은 드럼통에서 실라밥을 꺼내준 건 쌍둥이였습니다. 강인영 씨가 아직 복귀하실 수 없어서 오늘도 파운시벌의 강경모 씨가 멍고제리, 코리코팻의 전호준 씨가 파운시벌, 올리비아의 오유나 씨가 코리코팻, 이렇게 들어갔더군요. 쌍둥이가 자매가 되어 곤란한 건 누가 코리코팻이고 누가 탄토마일인지 정말로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겁니다. 인터미션 때 코리야 부채장난~ 이랬는데 탄토였다거나 그 반대면 흥 칫 핏 삐져서 가버려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5.
피크와 폴리클 연극은 그 배우의 멍커스트랩에 대한 해석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장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들이 죄다 의욕만 앞서서 따로 놀다 사고를 치고 심지어 누구는 일부러 앞장서서 속을 긁고 있으니(...) 아무리 온화한 고양이라도 뒤집어질 상황에서 버럭하느냐, 한숨으로 달관해 버리느냐, 기타 등등 본래 성격이 나오지 않을까요?
홍경수 씨가 언제 회복될 지 모를 부상 때문에 쉬시는 고로... OTL 오늘은 본래 애드미터스인 정윤식 씨가 멍커스트랩으로 나오셨습니다. 경수 멍커가 비록 하악질을 자주 한다지만 누가 정말 속을 긁는 사고를 치면 씁쓸함을 조금 담아 허허허허! 웃어버리고 꿀밤이나 쥐어박고 말 것 같다면, 윤식 멍커는 바로 응징 들어가서 빠악 빠악 두드려 혼쭐을 내줄 것 같네요. 경수 멍커가 디비디의 마이클 멍커에 가깝다면 윤식 멍커는 션 멍커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못마땅하면 못마땅한 티 팍 내고 잘못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응징하고, 자신에게도 엄격해 실수(버스토퍼 앞에서 스킴블 자리에 서있다든가.. 갑자기 스킴블이 얄미워지네 이거 -_-;)를 지적당하면 바로 인정하고 고친다든가. 경수 멍커가 배우 본인의 나이대와 어울린달까, 노련함을 갖춰 지도자다운 무게감과 여유가 있는 멍커스트랩이라면 윤식 멍커는 강직하고 명쾌하고 각이 잡혔고, 무엇보다도 젊다는 느낌이네요. 배우분의 목소리 톤이 높기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진우 터거와 같이 세워놓았을 때 경수 멍커가 최소 두세살은 많은 형님 같다면 윤식 멍커는 한살 정도? 전자는 형이 동생 봐준다는 느낌이 들텐데 후자면 뭐, 피 터지겠죠.; 말 안 듣고 기어오르는 바보 아우한테 지지 않을 멍커스트랩을 기대합니다. -_-*
6.
그간 빅토리아가 시집가는 게 알론조였는데 오늘은 다른 고양이더군요. 전호준 씨 특유의 또리방한 눈매를 본 듯한 기분인 게 파운시벌 아닌가 싶은데?;;; 오, 혹시 알론조 바람둥이설을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 -_-* 하여간, 빅토리아가 웃을 때마다 저 녹아버릴 것 같습니다. 뭘 믿고 이렇게 예쁘답니까;;;;;;; 아니 암고양이들이 다들 웃을 때 각자의 개성을 따라가는 아름다움이 있는데, 빅토리아의 개성을 따르는 웃음은 사람 녹여버리는 웃음인 듯;;;;;;;
7.
그리하여 인터미션. 맨앞 사이드가 무엇을 위한 자리이옵니까. -_-*
이쪽에선 엘렉트라가 제일 먼저 나온 것 같네요. 관객들이 부르든 말든 소품으로 굴러다니던 계란껍질을 툭툭 차며 그대로 중앙 앞열까지 달려버렸습니다. 드리블이 훌륭하더군요.(...) 그 다음으로 제미마.. 로 추정되는 고양이가 나타났는데, 굉장히 겁이 많고 사람을 무서워한다는 느낌이네요. 옆에 앉은 분이 접촉을 시도하는데도 길거리에서 사람과 딱 눈이 마주친 고양이처럼 굳어선 꼼짝을 못 하더이다.; 저는 귀를 건드렸다가 앞발에 얻어맞았는데, 공격이라기 보단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아악!!! 이랄까, 무서워서 방어하려고 휘두른 것 같은 느낌.;;; 도도하신 봄발루리나 누님은 꼬리 건드렸다고 하악질하시고(그러고 보니 고양이는 꼬리부터 건드리는 거 싫어한다면서요?;) 알론조 요놈은 제 다리를 툭 걸고 가버리더이다.;;; 그 쯤 해서 나를 봐! 를 온몸으로 외치며 등장한 터거가 이쪽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커허헉;;;;; 저 모자 빼앗겼심다. 터거가 그 모자 써버렸심다. 미샤나 럼플 이래 얼마만에 당한.. 아니 입은 은혜인가;;;;;;; 거기다 근처 관객한테서 빼앗은 가방을 걸치고 건들건들 돌아다니는데 출근은 아니고 뭐랄까, 땡땡이친 대학생이었습니다 이건.(...) 플라토는 어째선지 a구역 바로 앞에 버티고 서서 하악거리더군요. 제 생각에, 젤리클 사회에서 가장 까칠한 건 알론조가 아니라 플라토 같습니다. 알론조는 그냥 좀 짓궂은 거고, 플라토야말로 까칠해지기 위해 까칠해질 수 있을 듯.;;;;;;;;; 플라토를 건드리고 싶긴 한데 건드렸다가 물리는 거 아닌가(...) 고민하던 순간 옆에서 누가 툭툭 건들더군요. 돌아보니 아니 이 또리방한 눈매는 코리..가 아니라 혹시 파운시벌?! 이름 부르면서 손을 내미니까 두 손을 살풋 잡고 쑥스럽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부비부비를 해주는 접대냥이었습니다. 무서운 고양이들한테 시달리다가 접대냥을 봤습니다! ;ㅁ; 그로 인해 소매에 알 수 없는 분장이 묻었지만 이건 성흔이옵니다! 오늘 쓰고 간 모자와 오늘 입고 간 점퍼는 빨래 안 합니다! ;ㅁ;
저의 모자에는 브렌튼 멍고가 탐냈고 랜짓 터거가 바바박 긁었으며 미샤나 럼플과 진우 터거가 썼다는 전설이 생겼습니다.-_-*
8.
거스 때의 실라밥은 럼플티져한테 마구마구 당하더군요. 젤리로럼이 실라밥을 좀 쓰다듬어 주니까 당장 럼플티져가 자기도 쓰다듬어 달라고 조르고, 그 다음부턴 실라밥과 젤리로럼 사이에 끼어서 어떻게든 진로방해를 하고, 종래에는 눈싸움을 걸어가며 괴롭히더군요. 결국 삐진 실라밥은 듀터로노미한테 쪼르르 달려가버렸습니다.(...)
그로울타이거 때는, 제가 본래 그 형제를 예뻐하긴 했지만, 오늘따라 터거한테 더욱 꽂히더군요. 초기의 결심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따라가던 스킴블이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져 버릴 정도였습니다.;;; (위치상 스킴블이 안 보이는 게 당연하다는 건 패스) 그로울타이거한테 다리를 잡히고 골골거리다 탭아웃한다든가(김진우 씨도 프로레슬링 보시나 키읔;) 그리들본의 목소리에 헤롱거리는 강도가 나날이 세진다든가 자다가도 자기 선장 목소리는 듣기 싫다고 귀를 막아버린다든가, 우와. 세세한 데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_<
그나저나 그리들본은 그로울타이거의 멋진 바리톤이 아니라 든든한 배에 반한 듯. 찌르고 할퀴고 꼬집고, 배에 참 집착하십니다 그려. 그로울타이거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최후, 제 배가 아프도록 웃었습니다.(...)
9.
인영 멍고가 목소리 만큼이나 명랑하고 개구진 소년 같은 멍고제리라면 경모 멍고는 럼플티져를 쫓아다니면서(때로는 스킴블보다 먼저 나서서) 챙기는 게 듬직한 오빠 같은 느낌입니다. 인영 멍고는 춤에 신기 들린(무당이냐!) 텀블을 대신해 툭하면 스킴블한테 쥐어박히고 혼쭐이 나던데 경모 멍고는 정신줄 놓아버리신 이장님 수습해 드리는 등 어른스러운 면도 조금씩 보이네요. 하지만 그래봐야 멍고제리는 멍고제리라는 거.(...) 드미터가 자기 이름을 언급한 순간 인영 멍고가 혀 빼물고 죽은 척, 나 여기 없다 숨느라 바빴다면, 경모 멍고는 내 가 바 로 멍 고 제 리!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자랑스러워 합디다. 바보.(...) 그렇습니다. 멍고제리는 바보입니다.(...)
음. 번안버전의 맥카비티 소개를 듣고 있으면 맥카비티가 무서운 능력과 전력을 가진 대악당이라기 보단 뭔가 도둑집단(주요멤버는 멍XX리와 X플티X) 우두머리스러운 느낌이 들곤 하는데, 저만 그러는지요?(...)
10.
인기 작렬하는 미스토 소개와 곡조 자체에 사람을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는 메모리가 지나가고, 형님은 식성이 까다롭지 않다는 걸 확인한 다음 (고양이들 식성 조사 좀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아는 건 럼플티져가 캐비어를 싫어하고, 모든 고양이가 한우에는 열광한다는 것 정도) 오늘까지 쌓인 복잡한 심회를 어느 정도 풀어버리고 굉장히 즐거운 기분으로 돌아왔습니다. 예, 저는 오늘 공연이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니까.. 음.. 결과적으론 스킴블 안 봐! 바보 형제 안 봐! 오늘은 꼭 왼편 고양이들을 샅샅이 뜯어보고 말겠다아! 같은 결심을 우적우적 씹어먹고 말았지만...;;; 공연은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관객반응이 좀 지나치게 점잖았네요. 비씨 할인 이벤트 자리이다 보니 중장년 어른들이 많이 보였고, 또 캣츠를 처음 보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보통 박수를 치지 않던 부분(그리자벨라가 승천한 직후 같은)에서 전체적으로 박수가 터진 게 두 번 정도였거든요. 반대로 언제나 박수 만발이던 컨져링턴 때는 어째선지 평소보다 박수가 박했던 것 같고;;;; 커튼콜 때는 결국 기립박수가 나오지 않더군요. 일어서고 보니 어찌나 뻘쭘해지던지.....;;;;;;;; 분위기가 이러니 일어설까 서로 눈치를 보던 분들도 그냥 앉아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거 하나가 굉장히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