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이라고 적은 건, 물론 앞으로도 몇 번 더 갈 공산이 매우 크기 때문에. -_-;
라이센스 <캣츠>가 드디어 막을 올렸습니다. 오늘은 안 그래도 말이 많은 제가 더더욱 말이 많아질 겁니다. 윈디아님과 돌아가는 길 내내 지하철을 시끄럽게 만든 것이 길바닥에서 마구마구 떠들고픈 걸 참고 참은 결과라는 거. 나는 오늘도 민폐쟁이로소이다.;
그리자벨라에 옥주현 씨, 럼 텀 터거에 김진우 씨였습니다. 자리는 1층 1열 28번, b구역 오른쪽에서 두번째였습니다. 아직 라이센스 배우들의 캐릭사진을 찍지 않은 건지 모든 단관표가 문구만 들어갔다더군요.
그.. 그래도 나 라이센스 땐 제발 스킴블, 스.. 하악
음... 생각건대, 오리지날 때와는 또 다른 것이, 감상을 한국어와 한글로 적는다는 것이군요. 제 블로그는 네이버와 엠에센 검색은 막았지만 다음과 구글은 막지 않았으니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는 곳입니다. 배우들이 어찌어찌 해서 여기까지 흘러들어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말을 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드는군요. 그런 불편이 있다니. -_-;
어쨌든, 늘 그랬듯이 열심히 눈여겨본 캐릭들 중심으로 떠들겠습니다.
우선, 총평 : 사람이 무대 위를 돌아다니는구나. -ㅅ-;;;;
1.
자 나의 편애를 반영하여 형님부터실버태비는옳다-ㅁ-!!. 멍커스트랩은 목소리가 좋아야 한다는 원칙이라도 있는 겁니까? 첫눈 아니 첫귀에 저를 낚아버린 마이클부터 시작해서 션에 얼렁뚱땅 브렌트에, 이분까지. ;ㅁ; 홍경수 씨는 노래하실 때나 편하게 말씀하실 때나 목소리가 정말 좋습니다. 한국어로 노래하는 멍커스트랩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이분 이외에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는 말이죠 멍커스트랩의 노래가 1막에만 몰려 있다는 게 불만이라니까요. 이 멋진 목소리가 솔로로 노래하는 걸 1막 때만 들으란 게 말이 되냐고요. -_- (로이드 웨버가 들으면 코웃음칠 가치도 느끼지 못하겠지만 이런 게 팬심이란 거임 흥 칫 핏 =_=)
캣츠의 고양이들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노래가 전문인 고양이와 몸으로 하는 표현이 전문인 고양이. 멍커스트랩이라는 캐릭터는 전자에 속하죠. 해서 춤은 좀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멍커스트랩이기 때문에 갖는 위엄과 차세대 지도자다운 은근한 존재감은 가만히 서있거나 앉아있는 동작, 즉 몸으로 하는 표현에 배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호주팀 그러니까 오리지날팀의 설정에선 멍커스트랩이 알론조 고놈 때문에 -_- (정확히는 드미터에 대한 해석 때문에;) 중요한 데서 비중이 살짝 줄어버렸죠. 일족의 리더가 납치당한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서 자신이 몸바쳐 일족의 고양이를 구하고 맥카비티를 물리칠 결정타를 가함으로써 이녀석이 진짜 지도자다, 그런 느낌을 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라이센스팀은 호주팀 설정을 따르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더욱 그런 느낌을 받은 걸까요. 멍커스트랩이 덜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점잖은 고양이가 무리 사이에 섞여 있으면 신경쓰지 않는 이상 눈길이 가질 않네요.; 물론 이 고양이 성격이 원체 누구와 달리 튀는 것과는 매우 거리가 멉니다만, 그렇다고 코러스캣처럼 다른 고양이들 사이에 얌전히 묻혀버리는 건 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수 멍커스는 목소리 자체가 위엄이 있어서 노래할 때는 분명한 존재감을 과시하지만 그러지 않을 땐 그다지 드러나질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캐릭터에 대해서도 한 번 본 걸로는 참 잔근심 많고 점잖은 고양이구나 정도의 인상입니다. 랜짓 터거가 어떤 캐릭인지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는 데에 한달이 걸린 바보인데다 단순히 한눈 파느라 말 없는 연기들을 놓친 것일 가능성이.. 아마도 더 높긴 한데...;;;; 이런 데서 좀 아쉬웠습니다. 몇 번 더 보고 나야 캐릭이 잡힐 것 같으니 이 부분에 대해선 이야길 끊어야겠네요.
..아, 뜬금없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션이 왜 성격 나쁜 멍커스트랩이었는지 이제 좀 알겠네요. 나름대로 생존전략이었군요?;;;
근데 X댜님 나 진짜 '별로.' 내지 그에 상응할 의미의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왜 말씀을 그렇게 꺼내셔서 OTL 괜히 홍경수 씨한테 미안하잖습니까 아 나 두고두고 갈굴 테다 속히 디비디 버전으로 형제 그림 내놓으쇼! OTL
2.
형님 이야길 했으면 아우님 이야기도 해야지. 김진우 씨의 럼 텀 터거는 상큼했습니다. -_-* 제 느낌은 상큼하다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것이 청춘! 이것이 20대의 젊음! 이랄까? 노래는 약간 약해도 캐릭으로서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캐릭 연구를 정말 열심히 하셨구나 싶더군요. 본인의 테마에서 조금씩 전설의 존 터거 동세가 나오길래 어라? 싶긴 했지만, 결코 존 터거를 카피한 캐릭은 아니었습니다. 그 심술쟁이 존 터거 -_- 보다는 좀 더 싹싹하고 유쾌하고 무엇보다도 맑습니다.-_- 나중에 뒷문에서 여쭤보니 디비디를 비롯해 각국의 터거를 비교해가며 연구하셨다더라고요. 이분도 목소리가 좀 좋던데 -_-* 잠깐 내가 목소리 패치인 것도 아닌데 왜 이러지. 아무튼 다음번에는 또 어떻게 그 멋진 목소리와 기럭지로 -_-* 애드립을 폭발시켜 가며 터거를 연기하실지 기대됩니다. 아니 뒷문에서 보니까 다리길이가 정말.. 우와....;;;;;;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한 인물의 성격은 결국 다른 인물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진우 터거는 회웅 미스토랑 죽이 잘 맞더군요. 그 사이 좋다는 의미가 부부 소리 들을 만큼 찐하던 로웬 터거와 애드리안 미스토와는 또 다른 게, 미스토가, 미스토가, 미스토가 터거를;;;; 아니 이건 미스토 이야기할 때 하겠습니다. 아무튼 친구라는 건 서로 갈구는 맛인 겁니다! -_-b;;;;;; 열 마리? 일곱 마리! 랜짓이 한국어로 서비스해줬던 그 대목이 라이센스에도 넘어와줘서 반갑더군요. 네 진우 터거도 은근히 회웅 미스토 갈굽디다. 일곱마리래요 신나게 비웃는 것도 비웃는 거지만, 한 소리 한 건 형님인데 화풀이는 대놓고 미스토한테 한다든가(...) 하기야 미스토는 갈굼을 좀 당해야 제맛.. 아니 이게 아닌가?
3.
멍고제리와 럼플티져는 세트로 다녀야 제맛이라는 걸 절감하고 또 절감했습니다. 멍고제리 맡은 배우분께서(죄송합니다 아직 이름을 다 외우지 못했습니다;;;) 팔을 다치셨다던데, 때문에 스킴블이! 다른 누구도 아닌 스킴블이!!!! 1막에선 멍고제리 언더로 뛰더군요. 그걸 몰랐던 저는 젤리클에 단 하나뿐인 노랑둥이가 안 보이길래 스킴블 어딨니 스킴블 ㅠ_ㅠ 열심히 찾느라 버스토퍼 존스는 또 제대로 못 봤네요. (그러나 스킴블 포지션에 선 고양이가 버스토퍼한테 다가가려는 멍커스트랩을 가로막고 쪽을 주는 건 봤음. 무려 멍커스트랩에게 쪽을 주다니!!! 터거 외의 고양이가 쪽을 주다니!!!! 이이이이이이이놈을그냐아아아아아아앙!!!!! ;ㅁ;). 스킴블이 스킴블로 복귀한 2막에선 럼플티져가 짝 잃은 기러기마냥 외로이 홀로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그거 굉장히 보기 안쓰럽더군요. 그리하여 럼플티져와 본래 스킴블인 멍고제리의 본 무대는 어떠했느냐면. 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스킴블이 무리해서 언더로 뛴다는 걸 몰랐던 1막 내내 저는 이 부분을 곱씹으면서 속으로 멍고제리에게 투덜거렸습니다. 원체 멍고제리와 럼플티져 그 장면이 폴짝폴짝 날라다니면서 변덕 심한 당김음 투성이의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라 어지간히 단련되지 않으면 엉망이 되기 십상일 거라 생각합니다. 후반쯤 가자 두 고양이가 다 호흡이 힘에 부친 느낌이었는데 특히 멍고제리는 목소리가 나오질 않더군요. 김보경 씨의 럼플티져는 목소리는 나왔지만 역시 힘겨워 하는 느낌이 강했고... 막판엔 반주와 고양이들의 노래가 엇나가버렸습니다. 멍고제리와 럼플티져는 노래보다는 몸으로 표현하는 쪽이고, 객석을 뒤집으며 무대 아래에서 좀 더 어필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본무대는 본인들 소개이기 때문에 거기서 깜찍하게 한 방 터뜨려줬으면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럼플티져가 가장 좋아하는 암고양이이기 때문에 기대도 컸고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이 영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요란하게 객석을 종횡무진해야 할 럼플티져가 이후 공연 내내 무대 아래로 내려가 있을 때는 무대 정면 중앙 앞 근처에만 조용히 있더군요. 힘드셨겠지요. 배우들이 이런 걸로 의기소침해지진 않았으면 하는데...
한 무대에서 자기 배역과 함께 엉뚱한 역을 언더로 뛰다 보니 멍고제리로서는 잔실수가 많았습니다. 무리하신 스킴블 아저씨(...배우는 아저씨로 불릴 나이가 아니지만 스킴블은 아무튼 아저씨! 그것도 이장 아저씨! 아무튼!)께 다시금 고생하셨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쩝...
4.
유회웅 씨의 미스토는 파티 때부터 쭉 기대해왔습니다. 컨져링턴 때는 좀 불안했지만, 전체적으로 굿. -_-b 그나저나 이 미스토는 좀 무심하달까, 시크한 성격이라는 느낌입니다. 냐옹거리며 쫑쫑쫑 뛰어다닐 땐 확실히 애드리안보단 제이콥 계통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푸핫. 제이콥 미스토는 안 그래도 혼자 잘 노는 성격인데다 상대가 그 심술쟁이 존 터거이기 때문에 의외의 까칠함도 보여줬더랬죠. 그걸 봤습니다. 이 미스토는 터거랑 같이 잘 놀면서도 툭하면 틱틱거리더군요. 특히 커튼콜 때 그 ;ㅁ; 둘이서 앞뒤로 서서 관객들에게 애교를 떨던 때 말이죠. 한창 신나서 터거가 애교의 강도를 높인 순간 미스토, 시크하게 손가락질을 하며 바보 친구를 남겨놓고 들어가버렸습니다. 터거는 장단 맞춰주던 녀석이 사라진 것도 모른 채 혼자 생쇼를 하고... 푸핫 ;ㅁ; 좀 더 발전하면 틀림없이 대놓고 갈구게 될 것 같습니다? ;;;ㅁ; 이대로 간다면 공연 막바지 쯤엔 서로가 서로를 대놓고 갈궈대는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림이 그려진다.;;;;;;;ㅁ;
시크함은 갈굼에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니의 탭댄스 때 코트 위에서 노닥거리며 코트에 붙은 꼬리로 다른 고양이들한테 장난치는 동작이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흥 너희들 탭댄스추고 논단 말이지 난 좀 더 멋지고 하늘하늘하고 우아한 춤을 출 수 있어 흥흥흥 -ㅅ- ...같은 건 제 마음에 들려온 소리고.(...) 아무튼 귀여웠습니다. ^^
5.
거스는 본래 성악을 전공한 분이라더니 참 시원시원하게 고음이 올라가더군요. 그러나 더 좋았던 건 그로울타이거보단 거스였습니다. 정말 나이 지긋한 노인이 손자들 증손자들 앞에서 반쯤은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옛일을 조근조근 회상하는 그 어조가, 노래에 대한 해석이, 정말 좋았습니다. 다음번엔 버스토퍼도 제대로 들을 겁니다. 오늘은 스킴블 찾느라 ㅠ_ㅠ 놓쳤지만, 다음번엔 반드시.;
젤리로럼도 그리들본으로서 깨끗하게 아름답게 노래하시더군요. 그런데 한창 그로울타이거가 진행되던 중에 사고가 터졌습니다. 그로울타이거가 꼬리를 잡아당기자 안 그래도 긴 그 꼬리가 중간에 뚝 하고 끊어져 버리더군요.;;;;;;;;;; 어찌 보면 일대 유혈사태입니다만, 그로울타이거는 까짓 꼬리 끊어진다고 고양이 안 죽거든요? 'ㅅ' 쯤의 관심만 보이고는 노래로 돌아갔고 그리들본은, 아아 그리들본 오오 그리들본 ;ㅁ; 마침 배우의 위치가 무대 오른쪽, 제 바로 정면이었습니다. 그로울타이거가 노래를 하든말든 뒷수습 + 뒷담 모드에 들어가신 그리들본께선 저와 눈이 마주치더니 삭삭 빌다가 그로울타이거를 손가락질 했다가 눈을 찡긋했다가 아주, 우와학 ;ㅁ; 나쁜 건 다 그로울타이거! 그러믄요! ;ㅁ; 바로 옆자리였던 윈X님께선 그리들본이 자신과 눈을 맞춘 거라며 이의를 제기하셨습니다만 기각합니다. 나임! 그분께서 보신 건 나! 바로 나임! -_-* (...)
6.
이희정 씨의 듀터로노미는 번안 때문에 뭔가 인상이;;;;; 내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니~ 부분이 어째서 이제는 여자를 만날 수 없지만~ 이 된 거야 아니 이 양반아 차남의 99부인설을 자기 입으로 까발리는 게 어딨어 이 번안 뭐야 이거!;;;; 듀터로노미는 졸지에 뭔가 한때 바람둥이였던 노인네가 되어버렸습니다?;;;;;;;; 젤리클송 때도 보니 기운차게 팔을 휘둘러 주시던데, 이분의 듀터로노미는 목소리는 현명한 노인이건만 행동은 유쾌하고 기운이 펄펄 넘치네요. 필요할 때 조언을 하는 장로 역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직은 젊은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호호탕탕함이 느껴졌달까.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근데 이 듀터로노미께선 차남을 좀 많이 예뻐하시는구랴. 젤리클볼 땐 차남이 뒤에서 뭉그적거리니까 나가서 춤 좀 추라고 직접 떠밀더니 뭐뭐지 구출되자마자 한 일이 아들네미 손을 꼬옥 붙잡고 볼 한 번 쓸어주는 거라니 장남한텐 평생 그런 거 안 해주면서;;;;; 아버님 편애는 나빠효?!!;;;;;;;;;;
(* 이쯤에서 설명을 붙여야 할 것 같은데... 멍커스트랩과 럼 텀 터거가 형제이며 듀터로노미의 자제들일 거란 근거는, 전 공식적인 자료에선 아직 못 찾았습니다. 설마 위키가 그런 자료가 되리라고 생각하진 않으시겠죠들. -_-; 어디선가 로이드 웨버가 그렇게 의도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역시 공식루트는 아닙니다, 주워들은 거지. 하지만 다름아닌 old deuteronomy를 그 둘이서 부른다는 것, 그리고 올디 납치사건 때 제꺽제꺽 역할분담해서 한쪽은 일족 지키고 한쪽은 아버님 구출책을 내놓는 등의 전개를 통해 다수설.... 아니 통설 -_- 이 되었다 여겨집니다. 제가 접한 서양 팬픽들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 설을 따르더군요. 그렇지만 저 개인적으로 확신을 얻은 건 헤이미스터프로듀서 디비디입니다. 멍커스트랩을 비롯한 고양이들이 앞에서 빨빨거리며 춤을 추는데 터거 이놈은 뒤에서 듀터로노미 옆자릴 차지하고 왕자님 포지션을 주장하더구만요. 카메론 매킨토시의 생일을 축하하며 로이드 웨버가 직접 찬조출연까지 했던 그 쇼에서! 뒷목 잡았습니다. -_-;;)
7.
맥카비티 끝내줬음. 그러취 공식지정악당은 이런 싸나운 맛이 있어야쥐. 처음 정주영 씨 캐스팅을 알게 되었을 때 이분의 키가 하도 크길래 멍커스트랩이든 알론조든 누가 와도 상대하지 못할 것 같은 맥카비티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과연 그랬습니다. 우와 박력있던데요! -_-b ...그렇지만 플라토로서는 어땠는지 기억이 전혀;;; 아니 캣츠는 워낙 많은 고양이가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벌이고 다니니까 찍어놓고 보는 고양이 몇을 빼면 나머지 사건사고들은 거의 볼 수 없는지라, 게다가 아직도 플라토 복장이 구별이 안 됩니다. 알론조는 입 삐뚤이, 플라토는 알론조랑 비슷한 차림이지만 아마도 턱 부근엔 그런 분장이 없을 테고, 문제는 그 한 눈에 멍든 고양이인데 그거 대체 누구야? 코러스캣들은 아직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
8.
옥주현 씨의 그리자벨라는 괜찮았습니다. 아무리 힐을 신었다지만 꺽다리일수록 좋다는 멍커스트랩에 맞먹는 키 하며 엄청 가늘던 다리 하며;;; 이 그리자벨라는 왕년에 정말 잘 나갔겠구나 싶더군요. 틀림없이 봄발루리나 과였겠지요. 그런데 말이죠. 매혹적인 고양이 그리자벨라 곡이 떴을 때 옥벨라는 울었습니다. 봄발루리나가 드미터의 노래를 받으며 경멸과 혐오감을 드러낸 순간, 그때까지 그렁그렁하던 눈물이 그냥 주륵 흘러내리더군요. 여기서 울어버리면 감정과잉이 아닌가, 메모리는 절규라도 할 건가;;; 싶어서 그 순간 저는 좀 벙쪘습니다만, 다시 생각해 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더군요. 메모리에는 결코 지난날을 후회하는 가사 따윈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분명히 알던 이들로부터 오래도록 떨어져 방황하며 죽은 것처럼 지내다 돌아온 이가 부르는 노래입니다. 거기에 이르려면 배척받으면서 극도의 외로움을 드러내는 과정이 먼저 있어야겠죠. 일레인 페이지는 극도로 감정을 숨긴 얼굴로 묵묵히 냉대를 받아들여 더욱 서러운 느낌이 있었으며 또한 저는 그 버전을 참 좋아하지만, 그건 그분의 해석인 거죠. 기껏 용기를 내어 일족이 모인 자리에 나왔다가 배척당하곤 눈물흘리며 떠나는, 그런 여린 구석이 있는 그리자벨라도 좋네요. 가창력과 노래를 통한 표현도 좋았습니다. 음, 옥주현 씨 캐스팅은 일단 듣고 보자고 생각했더랬는데 괜찮군요.
9.
이번 팀은 비보이들이 여럿 추가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리지날팀 쪽에선 아마 텀블브루터스의 BJ 정도였던 것 같은데요. 여하튼 오리지날팀도 그랬지만 라이센스 비보이들이 모두 몰려나와 브레이킨을 추는 일은 없겠죠. 캣츠의 안무에는 그건 없으니까.; 그런데 이번 라이센스의 텀블브루터스는 우와, 우와, 우화 0ㅅ0 이건 직접 봐야 합니다. 다른 말 필요 없음.
*추가 : 오, 텀블 맡은 분이 <노트르담 드 파리>에도 출연하셨다면서요. 그렇다면 그 실력이 설명되는군요. 그랬구나.+_+
10.
자, 캐릭 이야기는 이쯤 하고. 그 밖의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야겠네요.
무대가 약간 바뀌었습니다. 오리지날 때보다 안쪽으로 더 깊어졌고, 객석 맨 앞열과 무대 사이에도 공간이 생겨서 고양이들 통로가 생겼더군요. 그 방향에 공간이 거의 없었던 오리지날 때는 우측 사이드야말로 황금석이었지만 이번에는 맨앞줄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한동안은 오리지날 때 경험했던 그런 고양이들과의 접촉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고양이들이 고양이로선 좀 어색한 느낌이었습니다. 고양이가 되다 만 사람 내지 사람이 되다 만 고양이랄까... 느긋나긋한 게 이미지인 몇몇 고양이는 그냥 인간이 걸어다니는 것처럼 삐걱거리는 동작으로 돌아다녔고, 연기를 해야 할 데서도 표정까지 뻣뻣한 고양이가 있었으며, 쉴 새 없이 관객들에게 장난을 걸며 돌아다녀야 할 이미지의 고양이들은 힘들었던 건지 무대 아래로 내려와도 그다지 움직이질 않더군요. 다른 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고양이랑 같이 놀려고 관객 쪽에서 장난을 쳤는데 오히려 고양이 쪽에서 사람이 고양이한테 당한 것처럼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는 겁니다. 음... 하긴 사이드와 맨 앞열은 주로 매니아들이 점거하지 라이센스 쪽 배우들이 오는 일은 거의 없긴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인터미션 때 잠깐 놀아준 쌍둥이와 미스토 테마 때부터 커튼콜 때까지 집중적으로 나만 부벼주신 (아마도) 엘렉트라, 아아 애정이 깊어졌습니다. ;ㅁ; 생각해 보면 제가 미샤나의 럼플티져에 완전히 넘어가버린 것도 아가씨가 집중적으로 저를 관리해 주셨던 그 날 그 공연 덕분이었지요. 자고로 고양이와 인간은 스킨십을 통해 애정이 깊어졌.. 제가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
번안은 전체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the Rum Tum Tugger 같은 경우엔 정말 고심했겠다 싶더군요. 원곡의 박자가 그놈 성격을 좀 따라가 줘야지, 거기에 쑤셔넣은 말은 또 얼마나 많은데. -_-;; 이 정도면 괜찮은 듯. 다만 미스토 그거... -_-;;;;; 그 중독성 엄청난 후렴구가 어쩌다 어린이 뮤지컬스러운 가사가 되었나효;;; 나 그것만은 괴리감 못 참아;;;;;;;; 그 가사로 어디 밖에 가서 흥얼거릴 철판은 없다고!;;;;;;;;;;;
1막 땐 주요배역 외의 고양이들 마이크는 볼륨조절이 안 되었던 건지 소리가 제대로 나질 않았습니다. 오케스트라와 리허설을 한 시간 역시 짧았던 건지 중간중간 노래와 음악이 맞질 않더군요. 그런 건 정말 아쉬웠습니다. 더군다나 오리지날 팀이 서울을 떠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죠. 이야기를 나눈 분들은 다들 양쪽을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하게 되더란 말씀을 하시더군요. 좀 더 시간을 갖고 여유있게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장문으로 불평불만 이런 흰소리 저런 잡소리 늘어 놓으면서도 결국에는 나는 캣츠가 좋아요 ;ㅁ; 라이센스 파이팅 ;ㅁ; 을 외치게 되는데. 그게 제 팬심이란 말입니다. 휴우...
오리지날팀의 그 양반들은 명색이 월드투어팀입니다. 우리나라에 오기 전부터 이미 여러 나라를 지나며 공연을 해왔고, 멤버들 중 상당수가 작년에도 한국에 와서 공연을 했더랬죠. 그럼에도 올해 첫공 땐 그저 그랬고, 아니 약간은 실망감조차 있었습니다. 그러던 게 공연을 거듭할수록 끝내주게 바뀌었죠. 랜짓 터거 같은 경우에도 첫공 땐 커튼콜 때 별로 박수를 받지 못했더랬는데 막판엔 인기를 독차지해 주셨더랬지 말입니다. 한국 배우들이 재능 같은 데서 꿇릴 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공인데도 상당한 매력을 뽐내준 배우들이 있지 않습니까. 좀 더, 믿고 꾸준히 지켜보렵니다. 오리지날팀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지만 그들과 이들을 자꾸 비교하는 건 양쪽 모두에 대한 실례겠지요. 배우들은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고생 몸고생 해가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걸요.
그러니까 중도알바비 나오면 다 라이센스에 쏟아부어버릴 거라ㄴ... 으허허허허 ;ㅁ;
p.s. 약간 추가. 검비캣을 비롯해 번안버전 내내 유난히 '쥐새끼'란 단어가 귀에 착착 감기던데 나 이럼 막장임? -_-*
뒷문에서 남자배우들의 사인을 받고 공연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했는데, 여자배우들은 죄다 놓쳐버렸음. 안 그래도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 하는데 분장을 지우니 누가 누군지 도통;;;; 난 그래도 럼플티져랑 젤리로럼한테 사인을 받고 싶었는데 ;ㅁ; 그리자벨라는 주차장 안쪽까지 차가 들어가서 모셔가는 통에 얼굴도 볼 수 없었는데, 나 중고등학교 다닐 적에 아이돌이었던 옥주현 씨를 지금도 그런 연예인으로 생각하진 않기 때문에 좀 아쉬웠음. 어딜 가도 배우보단 왕년의 아이돌로 대접받으니 본인부터 피곤하긴 하겠지만.(긁적) 아무튼, 팬들이 남자배우들한테만 주렁주렁 붙으니까 여자배우들이 좀 씁쓸해한달까, 그런 느낌이 있었던 것도 같았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누가 누군지 기억해내려고 애쓰는 사이에 다들 휭하니 가버리셔서 잡을 수가 없었을 뿐인데;;;;;;; 캣츠는 일개 코러스캣도 주연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릴 수 있다고요 이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