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스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일단.
내가 뮤지컬이고 클래식이고 팝이고 뭐고간에 음악을 뭘 알면서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 아니 애초에 그리 넓게 접해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 방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처지가 못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같은 곡을 다른 사람이 부른 버전으로 번갈아 듣다보면 분명 차이가 있다는 느낌은 들곤 했다.
그 중에서 근래들어 부쩍 흥미가 생긴 건 같은 곡을 전문가수가 부른 경우와 뮤지컬 배우가 부른 경우를 비교하는 것이다. 여기에 차이가 있다는 건 올초에 열나게 <캣츠> 디비디를 파던 중 처음 깨달았다. 마이클 그루버의 멍커스트랩이 인비테이션 투 더 젤리클볼 같은 걸 부를 때 들어보면, 분명 이 부분의 원 악보는 다른 멜로디일 텐데 이 양반이 일부러 다르게 부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다. 노래라기 보단, 앞에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 어린애를 앉혀놓고 '자 들어보렴 젤리클볼이 뭐냐면 이러쿵저러쿵' 자상하게 을 푸는 것 같달까? 그의 노래는 딱 노래와 이야기의 중간에 해당한다는 느낌이었다. 마이클의 노래가 원곡 멜로디를 따르는 게 아니란 건 이번 여름 샤롯데에 드나들면서 분명하게 확인했다. 그는 자신의 멍커스트랩 해석에 맞춰 의도적으로 곡을 비튼 것이었다.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로써 연기를 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곡을 비트는 걸 의미하는 뭔가 전문적인 용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견문이 좁디 좁은 내 손에는 닿지 않는 이야기고. 분명한 건 이렇듯이 '연기'하는 행위로 인해 같은 곡을 부르더라도 가수가 부르는 것과 뮤지컬 배우가 부르는 것은 상당히 다른 느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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