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달리고 싶어도 돈이 없고, 돈이 생겨도 자리가 없습니다. 29일자에 잡혔던 다른 단체 단관은 취소되는 바람에 타이밍 좋게 양도표를 얻지 못했더라면 이대로 라이센스로 넘어갈 뻔 했네요. 돌이켜 보면 저는 자리 얻는 운과 타이밍이 정말 끝내주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양도해주신 리락쿠마 님께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 오늘의 자리는 b구역 1열 26번, 사이드에서 네 번째입니다. 사이드나 사이드에 더 가까운 자리를 얻을 수도 있었지만 럼플티져 여타 통로 고양이들의 저주 -_-;;; 를 회피하기 위해 여길 택했습니다. 이번이 저에게는 마지막 관람이니까요.
뭐랄까... 마지막으로 본 거라는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다다음주 쯤에 다시 자금을 모아 표를 지르고 잠실로 가면 당연하다는 듯이 그 고양이들이 맞아줄 것 같은데... 여태까지 쭉 봐온 공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그냥 하나의 공연을 보고 나온 것 같네요. 배우들은 물론 서울 막공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죠. 여태까지 봐온 것 중에서 가장 오버나 개그가 많았던 것 같았습니다. (연극에 빠져 취한 시늉을 하는 멍커스트랩이라니! 취하다니! 취하다니! 관객들한테 큰절을 하는 럼 텀 터거라니! 큰절이라니! 큰절이라니! 나의 형제는 이렇다능 -_-*) 또, 다친 게 분명한데도 내색하지 않고 고난도의 안무를 소화해내는 배우도 있었죠.(컨져링턴 돌고 나서 절뚝거리는 미스토라니! 절뚝이다니! 절뚝이다니! 그 다리로 큰 실수 없이 끝까지 해내다니 프로란 대체..) 메모리는 여태까지 들은 것 중 가장 좋았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간 극의 절정을 터뜨려줘야 할 메모리가 좀 약하다는 느낌이라 불만이 없잖아 있었는데 오늘은 괜찮았습니다. 객석의 반응은, 이런 할인행사 때면 보통 이러는 게 아닌가 싶긴 한데, 제가 감히 최고였다고 생각하는 7월 25일자에 버금갈 호응도를 보였지요. 오늘 공연에서 특별히 눈에 띄던 건 이런 게 될 테지만...... 정말이지, 뭐랄까.
미샤나는 절 보더니 오늘 공연이 어땠는지를 먼저 묻더이다. 별다른 대답을 못 하자 마지막으로 보러 온 거냐고 묻더군요. 제대로 짚은 거지요. 마지막이란 거, 그걸 생각하면 머리속이 백지가 되어버립니다. 아무런 정리가 안 되네요. 드미터가 오늘따라 오래도록 도망치듯 떠나는 그리자벨라를 바라보았다든가, 알론조가 나오지 않아 무지 아쉬웠다든가, 멍고제리 이 자식아 우리 아가씨 차지 마! 어르신 오실 때까지 도둑질에 쓰는 수건으로 온갖 장난질을 하다 졸지에 멍고제리가 임산부가 되었다든가, 도둑괭이들이 꼬리로 기타를 쳤다든가, 우연히 스킴블이 누워있는 멍커스 위에 엎어지자 둘 다 화들짝 놀라 허우적거렸다든가, 관객들한테 까불거릴 태세를 갖추자마자 옆에서 바로 태클 준비하는 형님을 장난스럽게 쿡쿡 찌르고 회피해버린 아우님이라든가, 아가씨는 또 관객의 물병을 마이크삼아 노래를 강요(?)했다든가, 와. 쓸 건 이렇게 많은데. 그런데 감정이 정리가 안 됩니다. 눈에 들어왔던 모든 고양이들이, 그 행동들이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일으켜서 마구 엉클어놓습니다. 안 되겠습니다. 오늘은 도저히 후기가 정리되지 않는다, 그 한 마디를 적는 걸로 후기 같지도 않은 후기를 맺는 수밖에.
네. 그냥 한바탕 꿈을 꾸고 나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통 꿈을 꾸고 일어나면 그렇듯이, 꿈을 꾼 기억은 있는데 그 비현실감에 그저 멍하니 앉아있게 됩니다.
하나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저에게는 오늘이 마지막이었지만 배우들에게는 아직도 살인적인 일정이 남아있고, 새로운 장소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다른 관객들이 있겠지요. 울든 웃든 이 공연으로 인해 남을 갖가지 추억들은 앞으로도, <캣츠>의 이름 아래 영원할 겁니다. 간신히, 감정 하나가 언어로 표현할 법한 모양새를 갖추네요. 저는 제가 그런 숱한 추억들 중 하나를 간직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이 공연으로 인해 자신만의 추억을 얻었거나 얻을 누군가와 <캣츠>의 이름으로 함께 그 추억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을, 아쉬우면서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울거나 하진 않으렵니다. ^^
아니 근데 스킴블 이 양반은 끝까지 안 뽑히네. 오늘 뽑힌 미스토는 애드리안이 아픈 무릎으로 공연에 나올 것을 미리 알려주는 어떤 신호였던 걸까. -_-; 랄까 스킴블이 뽑힌 다른 분 표를 보니 관계자가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 싶더구만. 왜 혼자 이렇게 작게 찍혔어?! (그 앞에 우리 아가씨가 찍혔다고 헤롱거렸다는 건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