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모은 표에는 순서대로 럼 텀 터거, 멍고제리와 럼플티져, 멍커스트랩이 찍혀 있습니다. 이번에는 스킴블이 나오길 바랐지만 ㅠ_ㅠ 멍커스트랩이 또 나와버렸네요. 에잇, 저는 형님 팬이니까 괜찮습니다!; 이번 단관에서 잡힌 자리는 B구역 1열 18번으로 비교적 왼편에 치우친 곳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왼편에서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저는 자리운 하나는 정말 좋은가 봅니다. 매번 원하는 자리를 뽑네요. ^^
1.
잠실 가는 지하철에서 누가 두고 내린 석간신문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랜짓의 인터뷰가 실려 있더군요. 장 넘기다 더헉?! 했습니다. 신문 이름은 city 입니다. 온라인에 기사가 뜨려니 하고 신문을 두고 내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혹시 모르는 일이니 그냥 가져와야 했던 건가 싶네요.;
2.
8월 12일이 풀 캐스트였다길래 엄청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듀터로노미와 터거는 임한성씨와 로웬이 아니더군요. 로웬 터거 한 번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랄 것이, 직전에 본 공연에선 럼플티져의 저주로 인하야(....) 대체 무대 위를 볼 수가 없었거든요. -_-; 그 외에도 변경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공연 당시 제가 알아본 건 듀터로노미 뿐이었고, 브렌트가 그 레어하다는 브렌트 터거로 등장했다는 건 인터미션 때 카페 회원분께 말씀 듣고서야 알았습니다. 레어템 득템! 이라는 상황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전부터 랜짓의 멍커스트랩이 보고 싶었기 때문에 1막은 내내 멍커스트랩과 터거 위주로 봤습니다.
3.
랜짓은 목소리부터 멍커스트랩이 맞구나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이 배역을 좋아하는구나 싶더군요. 터거 때도 그러긴 했지만 눈이 아주 반짝반짝 빛나더이다. 1년 넘게 멍커스로선 공백이 있었다는 걸 믿지 못할 만큼 '멍커스트랩'으로서 자연스러웠고요. 그 터거의 형님답게(...) 유쾌명랑한 성격이지만 적당히 무게감이 있어서 지도자답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럼 텀 터거로서 인터뷰한 기사를 읽은 직후라 약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만, 랜짓의 멍커스트랩도 마음에 듭니다.
근데 저 말이죠, 확실히 랜짓 터거에 익숙해진 모양입니다. 아버님 테마 때 멍커스트랩이 old deuteronomy's lived a long time~ 하고 운을 띄운 다음 순간 he's a cat who has lived many lives in succession~ 이 나오는 게 아니라 자동적으로 and more I am tempted to say ninetynine~ 과 동시에 랜짓이 허리돌리기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젠 미스토 때 한국어로 "열 마리? 정말? 어이구, 일곱 마리예요!" 라고 애드립 넣던 게 사라지니 엄청 허전합니다.;
일전에 브렌트의 터거를 본 분들은 섹시하다고 리뷰하셨죠. 저는 터거 테마 때만 해도 로웬인 줄 알았기 때문에;;; 로웬 터거가 저런 캐릭이었나 이상하게 생각하긴 했지만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장난기 넘치고 재미있는 녀석이란 느낌이었네요. 나중에 그게 브렌트였다는 걸 알고 보니 왜 사람들이 브렌트 터거에 열광했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남자에게도 인기있을 터거입니다 이건. ^^ 성량이 좀 약해서 미스토 때 독창은 잘 불러놓고도 합창 부분에서 목소리가 묻혀버려 뭐라고 떠드는 건지 못 들은 거라든가, 약간씩 실수가 나오는 데선 조금 아쉬웠습니다만, 제대로 작정하고 터거로 배역을 바꾼다면 정말 훌륭해질 것 같습니다. 멍커스트랩으로서도 선량하니 괜찮았는데 목소리 이미지 같은 건 터거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
요컨대 오늘의 형제는 배역을 바꿔 나왔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번 팀의 럼 텀 터거인 랜짓이 멍커스트랩으로, 션이 자리를 비운 동안 멍커스트랩 하던 브렌트가 럼 텀 터거로 간 것 아닙니까. 브렌트 터거 등장 이래 많은 카페 회원들이 원했던 바로 그 캐스트라니, 유후! >_<
4.
오늘 무대에서는 약간씩 위태로운 실수가 보였습니다.
첫째로 피크와 폴리클. 고양이들이 피크와 폴리클로 패를 갈라 양쪽에서부터 무대 중앙으로 모여들 때 huffery-snuffery~ 하기 직전 멍커스트랩이 until you could hear them all over the park~ AND THEY 라고 덧붙여버렸습니다. 여긴 멍멍멍멍 짖는 데가 아니죠 이 형님아;;; 제가 흠칫 놀랐는데 멍커스트랩은 그게 원래 들어가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계속하더군요. 배우라는 인종은.;;;
둘째로 그로울타이거. 미스토가 그로울타이거 뒤를 쫓아다니며 흉내질을 하다 혼나고 고양이들 뒤로 숨다가 끌려나오는 장면 말이죠. 터거가 미스토를 집어던지면 다른 고양이들이 받아서 번쩍 들어주지 않습니까? 여기서 터거가 손이 미끄러진 건지 미스토가 점프를 덜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번쩍 들리지 않아서 미스토가 어정쩡하게 서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습니다. 처음 보는 분들은 뭐지? 뭘 하려 한 거지? 싶었을지도..;;
마지막으로 미스토 소개. 도입부에서 터거가 미스토는 말야 어쩌고저쩌고 결론은 내 친구 대단함! 내 말 좀 들어! 하고 운을 떼는 데서 performing 발음이 조금 씹혔던 건지 말을 더듬었습니다. 어이쿠 브렌트 긴장했던 건가;;;
네. 요컨대 어제 공연의 사건사고는 모두 저 바보 형제한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_-;;;;;
커튼콜 때 랜짓이 브렌트의 어깨를 두드려 주던데 이게 멍커스트랩이 마음 고쳐먹은 동생을 격려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하면 제가 왜곡이 심한 곡해를 하는 것이고요 (...아니 사실 공연 내에서 좀 사이좋은 형제를 보고싶은지라 -_-;) 실은 너도 고생하고 나도 고생했다 -_-;;;; 하고 위로 비슷하게 말을 건넨 거 아닐까 싶습니다. 공연 중에 실수를 하면 그게 티가 나든 안 나든 배우로선 꽤 속이 상하겠죠... 힘내라 브렌트! 당신의 럼 텀 터거를 기다리고 있다! -_-!
5.
어제는 형제한테 주로 집중하느라 왼편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놓치거나 한 건 아닐 거라- 고 믿습니다. 아마도.; 끔찍하게 예쁜 -_-* 도둑괭이들이 나올 때 카산드라가 무대 한 편의 드럼통 비슷한 것 속에 몸을 완전히 접어서 들어가 있다더니, 정말이었군요. 어떻게 그런 자세로 도둑괭이들이 딱 걸릴 때까지 앉아있을 수- 아니 그거 애초에 앉은 자세가 아니잖습니까! 일반인이 그런 거 하면 119 불러야 합니다!;;;
오른편 사이드에 멍고제리와 럼플티져가 출몰한다면 왼편 사이드는 쌍둥이 고양이 출몰지역이더군요. 위치가 위치인지라 통로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잘 못 봤지만 언뜻언뜻 관객들한테 장난을 치는 것 같은 건 본 것 같습니다. 이건 절대로 고양이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갔을 때 위치가 반대편이든 말든 럼플티져만 열심히 쳐다봤기 때문은 아닙니다? (...)
또, 오른편 사이드로는 거의 오지 않는 고양이들하고도 많이 접촉했네요. 아무래도 오른편에 오는 미스토나 스킴블은 관객들과 친절하게 놀아주진 않기 때문에 약간 삐진 감정(...)이 있습니다만, 왼편에서 장난치던 고양이들은 상대적으로 접대묘 성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미션 5분 동안 텀블브루터스와 탄토마일과 카산드라와 봄발루리나에게 손댔다고 자랑하면 저 치한으로 몰립니까? (...)
6. 공연이 끝난 후 처음으로 뒷문에 나갔습니다. 그냥 먼 발치에서 미샤나나 한 번 보고 가야지 라는 심정이었는데 이분이 먼저 저를 알아봐 주더군요. 그냥 스쳐가는 팬 중 하나에 불과한 녀석을 기억해 주다니 영광입니다.;
배우는 배우인지라, 미샤나가 인사 다음에 가장 먼저 한 말은 오늘 공연이 어땠냐는 거였습니다. 물론 실수가 조금씩 있었지요. 하지만 전체 분위기는 유쾌하니 즐거웠기에, 괜찮았다고, 럼플티져 최고 -_-* 라고 말했더니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좀 불만스러워 하더군요. 제가 모르는 데서 럼플티져가 뭔가 잘못했습니까?;;;
아무튼 파티 때 처음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한 상대를 아직까지 기억한다면 그 때 그 일요일 낮공에서 저를 붙잡고 집중적으로 놀아주던 럼플티져는 일부러 서비스해준 거라는 왜곡 내지 비약도 가능하지요! ;ㅁ;
(그 날 미스토 테마 때 일어난 일 : 신발 들이대고 노래 강요 / 부채질하니 세 번 하악질 / 모자! 모자!)
요즘 좀 지쳤다며 힘들어 하던데, 다른 고양이들이 피곤하면 관객이 건들든 말든 장난치지 않고 얌전히 앉아있기만 해도 될 때 럼플티져와 멍고제리는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끝까지 말썽을 피워야 하죠. 게다가 같은 고양이 상대로도 애드립 장난질을 많이 해야 하고요. 어지간한 체력과 정신력으로는 이 배역을 오래도록 소화하기 어려울 겁니다.;; 전 이제는 미샤나의 왈가닥 럼플티져가 무지 좋단 말입니다. 이 아가씨의 연기를 볼 수 있는 날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정말 아쉽습니다...
이번까지 여섯 번 실황을 본 거라(크흠;) 이번 단관길에 나설 땐 좀 물린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막상 공연이 시작하고 나니 늘 그렇듯이 정신줄을 놓치게 되더군요. 끝나고 나선 또 보고 싶다! 또 보러 오고 싶다! 이런 감정이 격하게 이성의 문짝을 두드려 부술 기세로 치고 올라오더이다.;;;; 하여간 <캣츠>는 참 생명력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덧붙여서. 나 미샤나랑 사진 찍었습니다. 럼플티져 팬들은 나를 부러워 하십시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