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뮤지컬 카테고리 새로 내는 거 아닌가 무섭네. -ㅅ-;
하여간 갔다 왔습니다. 그렇게 유명하다는 손드하임 옹의 작품을 하나쯤은 실황으로 보고 싶었고, 뭣보다도 대학생 할인 30프로가 엄청 끌려서. 우와 30프로 할인이라지만 2층 제일 앞자리가 수수료 더해 겨우 25000원이라니 로이드 웨버 표랑 진짜 비교되네. 캣츠에서 같은 자리였으면 8만원입니다. R석 11만원은 아직도 제 손이 덜덜 떨리게 하지요. -_-; (그럴 가치가 있는 무대인 건 차치하고. =_=)
찾아보니 손드하임 옹의 작품 중에선 그나마 <컴퍼니>가 가장 대중적이라더군요. 확실히,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초입에선 손드하임 특유의 머리가 복잡해지는 불협화음 때문에 배우들이 뭐라고 떠드는지도 들리지 않아 살짝 후회됐더랬습니다만, 극이 진행되다 보니 이거 재미있더군요. 옆자리에 부장님 모시고 단체로 온 나이든 아저씨들이 낄낄거리며 내내 목을 쭉 빼고 무대를 내려다보더라 하면 설명이 될는지.
줄거리는 대략, 유유자적 자유롭게 살아가는 35살짜리 노총각이 그간 봐왔던 결혼한 친구들의 이런저런 모습을 생각하면서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갈등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야 결혼은 커녕 연애에도 관심이 없는지라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에 깊이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옆자리에 앉은 그 아저씨들이라든가, 나이든 분들은 뭔가 젊은 녀석은 모르는 재미까지 느끼시는 것 같더군요. 게다가 혼자 공연 보러 오신 아저씨들이 드문드문 보였더랬습니다.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뮤지컬 관객은 젊은 여성이 주가 되지 않나 그동안 생각했던지라 이것도 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나저나. 그간 봐온 게 대부분 로이드 웨버 작품인지라 아는 척 하기가 좀 그렇긴 한데 -_-;; <스위니토드>를 영화로 접했을 때도 생각했던 겁니다만, 손드하임 옹의 작품은 한 번에 귀에 박히는 넘버가 드물다는 느낌이네요. 그분은 작곡할 때 음정이나 박자 같은 걸 모조리 극의 흐름에 맞추어 논리적으로 '계산'해서 배치한다지요? 관객은 결코 흥얼흥얼 따라 부를 수 없는 곡조임다, 이건..; 어디서 손드하임 옹 대 로이드 웨버 영감님으로 대결구도 세워놓고 <컴퍼니>와 <캣츠>의 흥행성적을 예상하려 드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만,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몰라도 한국에선 결과가 좀 뻔하네요. <캣츠>는 저 커다란 샤롯데 씨어터가 평일에도 95퍼 이상 차지만 오늘 <컴퍼니>를 보러 간 두산아트센터는 개막 5분 전까지 앉아있는 관객이 정말로 20명도 안 되었습니다. 개막 직전에 사람들이 들어와서 1층은 어느 정도 채웠지만 2층은 거의 텅 비었더랬지요. 겨우 샤롯데의 반이나 될까 싶은 규모였는데 말이죠... 손드하임 옹은 분명 작품성으로 꾸준히 뮤지컬계를 평정해 온 위대한 작곡가지만, 대중성이나 흥행성이란 데선 역시 로이드 웨버 영감님이 위인 것 같습니다. 뭐어, 그게 각각 그 양대 거성의 스타일이고 장점이겠지만요.(긁적)
작품 자체는 참 괜찮던데... 유명세를 타지 못하면 흥행도 안 되는 게 한국의 뮤지컬 시장이죠. 좀 안타까웠습니다.


p.s. 본문과는 상관없지만, 본문 관련해서 검색하다 발견한 기사 하나.
연애 자본, 뮤지컬 무대로 밀려온다
한겨레에 이 기사가 뜬 게 5월 30일입니다. 이렇게 빤히 재앙을 예고해 놓고 오디션을 거쳤다는 소리 해봐야 무슨 설득력이 있겠습니까. 그저 지못미 터거 - _-
Posted by 양운/견습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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