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알바 도중, 니코스 카잔차키스(..이 이름 외우는 데에 일주일이 걸리다니, 그리스식 이름은 뭔가 오묘하다 -ㅅ-;) 전집이 들어온 걸 알게 되었다. 그 작가는 몰랐지만 <그리스인 조르바>라면 모를 수가 없다. 해서 인연이 닿은 셈 치고 읽을 책을 고르다 보니 <최후의 유혹>이란 제목으로 번역된 책이 눈에 들어왔더랬다. 내가 알기로 이 책의 더 널리 알려진 제목은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다. 바로 뽑아들었다. -_-a

뭐랄까,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거지만, 뮤지컬 <지져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정확히는 극 중 넘버인 Gethsemane가 내내 떠올랐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인간 예수가 육신의 유혹을 이기고 점차 신성을 구축해 마침내는 신이 되었다 정도로 적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은 가톨릭의 금서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교황이 직접 금서로 지정했더랬다. '_' 한줄요약에 덧붙여야 할 살, 즉 내용면에서 예수의 인성이 대단히 부각된 탓만은 아니다(그것만이라면 JCS도 만만치 않지만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는 파문당하지 않았다 '_'). 신자라면 그냥 '믿을' 이야기들을 도마가 그랬듯이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뭔가 현대의 과학이나 논리로 설명될 수 있게 재해석한 부분이 종종 눈에 띄는데, 그 정도가 화끈하다. 마리아가 처녀로 잉태한 부분부터 사실이 아니라고 예수 본인의 입으로 부르짖고 있다면 감이 올는지. 신자들이 매주 교회에서 외우는 사도신경에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라는 부분이 있으며, 이것은 예수가 죽은 지 사흘만에 부활한 것과 더불어 기독교인이라면 마땅히 믿어야 하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예수가 행하는 이적들에 대한 설명이 가관이다. 하나님의 신이 임했기 때문에, 달리 말해 그가 독생자이기 때문에 행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시련을 거치면서 육신을 극복해낸 영혼의 힘으로 그것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 소설에선 성서 속의 이적들이 축소되거나 환상 내지 꿈 속의 일로 대체되어 표현되는데 그나마 '기적'으로서 직접 묘사된 부분들은 이것으로 설명된다. 죽은 나사로를 일으킨 게 결국 인간의 힘이었다니! 결국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정교에서 파문당했다지. (긁적)

뭐어,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뭥믜 싶을 수 있다는 건 분명히 해야겠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본다. 소설 속의 예수가 인간의 유혹을 넘어 육신을 영혼으로 성화시켜 이뤄낸 것은 니체가 말하는 초인을 연상케 했다. 요컨대 카잔차키스가 표현하려고 한 예수는 종교적 의미에서 날 때부터 신의 아들이었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극복하고 신적인 존재로 거듭나는 그 모든 과정이었을 거란 거다. 그거라면 신의 자녀로 태어나지 않았어도 모든 인간이 도전은 해볼 수 있는 일이며, 영혼의 힘으로 일궈낸 것처럼 묘사된 '기적'들은 그 극단적인 표현형태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이를 테면, 처칠이 죽어라 반대했다던 인도 독립은 사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일어난 일이지만 무저항주의를 표방한 간디 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기적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작가가 다루고자 한 건 성서 속의 예수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超人 예수이건만, 주인공이 그 예수라는 이유로 종교적인 관점에 치우쳐 해석한다면 소설을 읽는 방법이 조금 비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내가 니체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초인 개념과 관련해 잘못 읽은 부분은 없나 그게 좀 조심스러워진다. 고딩 적에 짜라투스트라를 조금 집적댄 정도로 니체 운운한다는 게 얼마나 웃기는 소리인가.;;; 이렇게 된 거 니체 공부나 조금 해볼까.

Posted by 양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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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nigud 2008.12.03 0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니체는... 재밌습니다.
    뭐 딱히... 어렵게 받아들일 건 없는 사람인 거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