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헤는 밤

중얼중얼 2007.10.03 04:52

망상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망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뇌내극장 속의 망상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망상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훼력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망상 하나에 추억과
망상 하나에 사랑과
망상 하나에 쓸쓸함과
망상 하나에 동경(憧憬)과
망상 하나에 팬픽과
망상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망상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국민학교 때 책상에 숨겼던 만화책들의 이름과 리나, 사라사, 호쿠토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동인지 몇 권은 낸 지인들의 이름과, 사악한 블로그 이웃들의 이름과 히루마, 마모리, 세나, 몬타, 쿠리타, ‘이나가키 리이치로', '무라타 유스케' 이런 작가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망상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오프라인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망상이 내린 모니터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백스페이스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망상질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망상에도 영감님이 강림하면,
밸리 위에 파란 링크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게시판 위에도
자랑처럼 댓글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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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할만한 700번째 포스팅이 이런 거라 죄송합니다.(...)
아니, 요미우리 우승에 웬 아드레날린이 폭주하는 바람에 지금껏 잠 못 이루다 내친 김에 히루마모 팬질좀 할까 했더니 갑자기 영감이 강림하셨달까 어쨌달까, 그런 겁니다.(...) 그림실력만 좀 되었다면 이번 3회 온리전 때 나 혼자서라도 팬북 낼 텐데. =_=

Posted by 양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