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원호 씨가 멍커스트랩이었다. 여차저차 해서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실행에 옮긴 보람이 있다. 이로써 멍커 삼종세트 완성! 만에 하나 누군가가 또 부상당하지 않는 한 현 라이센스팀의 멍커는 이 세 분 - 홍멍커, 윤식 멍커, 원호 멍커 내에서 쓰지 않을까 싶다. ..라준 씨는 아무래도 터거가 더 잘 어울리는 듯 하니 어지간해선 형님으로 만나는 일이 없겠지.;
같은 캐릭터를 다른 배우로 보게 되면 느낌이 참 많이 달라진다. 원호 멍커를 봤으니 이야기를 해야겠지. 언젠가, 경수 멍커와 윤식 멍커를 비교하면서 전자는 온화하고 관용적인 30대 리더 / 후자는 딱 부러지고 각잡힌 젊은 대장이라고 느낀 점을 적었던 것 같다. 한 번 본 것만으로는 아직 캐릭터가 잘 잡히지 않는데, 일단 원호 멍커에 대한 느낌은 두 멍커의 중간점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우선 목소리 톤이 경수 멍커와 윤식 멍커의 중간이라는 느낌이다. 체격 면에서는 가장 우람하다보니 대장의 풍모랄까, 연륜이 있어뵌다. 게다가 표정이 다르다. 경수 씨는 본래 온화하게 허허허허 웃는 얼굴이고 윤식 씨는 웃을 땐 20대로 젊어지는 얼굴을 시종 유지하는데, 원호 씨는 왠지 표정이 어둡다.;;; 이분한테 멍커스트랩을 씌우니 철학이든 세상사든간에 뭔가 고뇌에 잠긴 것처럼 근엄한 얼굴이 되는 것이다. 스킴블을 하는 동안에는 어떻게 그리도 주책바가지스런 유쾌발랄 아저씨가 될 수 있었던 걸까. 멋지다, 완전 정반대잖아.;;;;;;; 세 사람 중 가장 젊은 분이지만(그래도 결혼한 삼십대다 ㅋㅋㅋ)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인지 윤식 멍커만큼 젊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자벨라를 대하는 태도 면에서는 윤식 멍커에 더 가까웠는데, 어두운 얼굴이 더 어두워지면서 세상 고뇌는 다 짊어진 것처럼 보여 좀 놀랐다. 이 멍커는 그리자벨라를 정말로 좋아하며, 그게 자신의 의무와 충돌하는 것에 엄청 시달린다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키읔) 실라밥을 요래조래 챙기는 모습이 보여 역시나 스킴블 아니 콱소 아니 스킴블 아니 원호 씨;;; 라는 느낌이 있더라. 뭐어, 오늘 낮공이 네 번째였다는 원호 멍커가 어떤 캐릭으로 다가올지는 적어도 한 번은 더 보고 나야 명확해질 것 같고. 지금으로선 내 머릿속에서 세 분이 범접할 수 없는 노래의 경수 멍커, 감정 표현이 멋진 윤식 멍커, 세밀한 동세가 살아있는 원호 멍커로 정리되고 있다.
음. 아쉬운 점. 그간 우원호 씨가 연기한 고양이들은 노래보다는 동작에 치중되는 편이었고, 거기서 그분은 정말 끝내줬다. 오늘 공연에서 콱소가 실라밥을 살갑게 챙겨주던 장면들이 싹 빠져버리니까 어찌나 허전하던지. 그런데 멍커스트랩은 여러 모로 스킴블이나 콱소와 다르다는 게 문제다. 멍커스트랩은 거의 90프로는 노래에 치중되는 캐릭터라 생각한다(그리고 그게 경수 씨가 막강한 이유다;;;). 오늘 원호 멍커의 노래는 중간에 창법이 바뀌었나 싶을 만큼 좀 불안하게 들렸다. 좀 더 노래를 집중적으로 연습하셨으면 싶어졌다. 캐릭터를 세밀하게 연구하고 실제 동작으로 표현할 때 이분이 뿜어대던 매력이 좀 더 큰 배역을 통해 드러났으면 하니까.
여기서 좀 엉뚱하지만 김진우 씨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여야겠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형제 듀엣을 듣는지는 바로 직전의 후기 때 적은 대로이다. 멍커스트랩과 럼 텀 터거가 팽팽히 대립하거나 어느 한 편이 밀려나는 게 아니라 대등하게 마음을 모으는 느낌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 점에서 경수 멍커 + 진우 터거 조합에 최고점을 주는 것이라고. 윤식 멍커와 원호 멍커는, 아쉽지만 이 점에서 경수 멍커의 상대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진우 터거와 듀엣에 들어갈 때 두 멍커는 터거에게 조금 밀린다는 느낌이었다. 창법 문제인지 성량 문제인지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진우 터거의 목소리가 보다 크고 뚜렷하게 들리는 탓이다. 진우 터거의 노래에 대등하게 맞춰주는 건 경수 멍커 뿐이었고, 경수 멍커한테 밀리지 않는 터거도 진우 터거 정도였다(라준 터거는 단 한 번 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재고의 여지가 있지만 대성 터거의 경우에는, 없다. -_-;). 새삼 김진우라는 배우가 어디까지 나아가게 될지 기대하고 싶어졌다.
목적이 원호 멍커였던 만큼 형님을 열심히 쫓아다니려 노력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우원호 씨가 형님인데도 2막 부턴 결국 내 시야에서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우원호 씨의 동선에 평소보다 눈길을 덜 준 건 배역 탓이 큰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 소중히 여기는 경수 멍커라 해도 마찬가지니까.(...) 2막에선 멍커스트랩이 대부분의 시간을 어르신 뒤에서 점잖게 각 잡는 데에 보낸다. 스킴블이나 콱소라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다른 고양이들과 뭔가를 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그 시각의 주연이 앞에서 뭘 하든 슬그머니 한눈을 팔아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만 멍커스트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형님의 존재감이 이토록 떨어진 건 다아 알론조 네놈 때문이다! 이 쓸데없이 멋진 놈! (울며 달려간다)
멍고제리가 어째선지 성장해버렸다. 이젠 럼플티져한테 덜 맞는다. 때리면 피한다.(...) 럼플이 가만 있으니 자기가 실라밥한테 집적대며 괴롭혀대고(....) 아가씨가 맥카비티 춤 추러 가겠다니까 안 잡는다. 잘 가란다.(.....) 예전엔 붙잡고 사정하다 또 코피 터진 주제에에엑!!!;;; 멍고제리가 왜 이렇게 커버린 거지!!! ;ㅁ; 그리고, 진우 터거가 부활해버렸다. 이 양반의 껄렁포쓰가 부활하고 말았다! 오늘은 아주 작정을 하고 보여주신 듯. 기쁘도다. 이것이 내가 보고 싶었던 진우 터거였음이니 ㅠ_ㅠ 다신 어디 앓지 마십쇼! ㅠ_ㅠ
그나저나 내 모자는 왜 나보다 인기가 좋은 거임? 봄비 누님이 빼앗아 가고 터거는 아예 쓰고 돌아다니고 형님은 콕콕 찍어주기까지 하시는구나. 모자야 네가 과연 나보다 우월하구나. OTL 아 아니야 플라토는 모자가 아니라 나에게 정중했다! 마땅히 내가 모자보다 우월하다!;;; (...다만 '정중한' 플라토에 대략 내가 당황해 버렸을 뿐. 멍커스트랩 급의 신사다움으로 인사하는 플라토라니 내가 아는 그 껄렁까칠한 귀차니스트 맞음?;;) 모자와 우월함을 다퉈야 한다니 내 격이 왜 이 모양이 되었냐;;;
p.s. 오늘의 고양이 입맛조사 : 실라밥은 다른 데선 고개가 갸우뚱한데 캐비어에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집안 고양이들은 뭔 입맛이 이리 고급이여 -_-; 다음엔 꼭 제니의 입맛을 확인해야겠음.
09년에 티스토리에서 처음 쓰는 포스트가 또 캣츠 관련이 될까봐 뭐든지 소재를 찾아보려 했으나, 결과는 보시는 바대로. OTL 각설하고.